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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는 자와 쫓기는 자, 현대 투싼 vs 혼다 CR-V

2020년 9월 현대 4세대 투싼이 출시됐다. 새로운 투싼은 안팎으로 완전히 새로워졌다. 크기도 커졌다. 길이×너비가 4630×1865mm로 윗급의 싼타페와 비슷해졌다(싼타페의 길이×너비는 4700×1880mm다). 한마디로 상품성이 좋아졌다.

 지난 1월 투싼의 국내 판매대수는 6733대다. 4313대가 팔린 싼타페를 크게 따돌리는 수준이다. 그럼 이 시장에서 누가 투싼에 대적할 수 있을까?

1995년 출시된 혼다 CR-V는 준중형 SUV 시장의 터줏대감이다. 우리나라에는 2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부터 정식 수입됐는데 합리적인 가격과 탄탄한 성능을 바탕으로 당시 큰 인기를 누렸다.

3세대 CR-V는 2007년 북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 10위 안에도 올랐다. 지금의 CR-V는 2017년 출시된 5세대 모델이다. 두 차는 크기와 성능이 비슷하다. 스펙만 봤을 땐 ‘헤드 투 헤드’ 링 위에 올리기에 합격이다.

투싼은 디젤과 가솔린, 하이브리드의 세 가지 파워트레인을 얹는 반면 CR-V는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트림만 있다. 우린 양쪽 회사에 하이브리드 트림을 요청했다.

하지만 투싼 하이브리드 시승차에 문제가 생겨 1.6 터보를 시승할 수밖에 없었다. 마침 혼다에도 CR-V 1.5 터보 모델이 시승차로 준비돼 있었다. 결국 하이브리드가 아닌 4기통 터보의 대결이 됐다. 그리고 이 대결이 예기치 못한 혼란을 불러올 줄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다.

주행품질과 주행성능

투싼과 CR-V의 주행품질은 수준의 차이보다 시간의 차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CR-V가 완성도의 정점을 통과하는 베테랑의 원숙한 느낌이라면, 투싼은 신기술로 무장하고 이제 시작하는 신세대의 새로운 감각이다.

 CR-V는 편안하다. 승차감도 편안하지만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편안한다. 차의 움직임이나 조작감에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탄탄한 뼈대를 안락한 승차감을 위해 부드럽게 조율했다는 느낌이다.

운전대 록투록이 2.4바퀴인 CR-V의 운전대는 생각보다 가볍게 돌아간다. 하지만 미끈거리지 않고 노면과의 마찰이 적당히 느껴진다.

노면 감각을 잘 전달하려는 설정으로 보인다. 이 역시 탄탄한 기본 성격을 안락한 방향으로 재설정한 느낌이다. 첫 코너를 돌면서 앞바퀴가 노면을 잡는 느낌이 명료하다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승차감을 위한 세팅 때문이었을까?

너무 부드러운 서스펜션 때문에 롤링과 피칭이 섞이면서 차체가 복잡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롤링만 있다면 그래도 쉽게 다스릴 수 있겠지만 복잡한 움직임 탓에 쉽지 않다. 부드러운 서스펜션은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좋은 승차감으로 점수를 얻는 반면 그다음에도 남는 차체 움직임의 여운에서 살짝 점수를 까먹는다.

그리고 타이트한 코너를 돌아나갈 때 처음에는 명료하고 민첩했던 앞머리의 움직임이 언더스티어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CR-V의 시트는 엉덩이와 허벅지를 잡아주는 느낌이 좋다. 하지만 스포츠 시트처럼 몸을 붙잡는 느낌은 아니다. 그보다는 몸을 빨아들이는 듯한 메모리폼의 느낌이다.

아주 포근한데 몸은 잘 고정돼 있다. 기분이 좋다. 부드러운 서스펜션에서 오는 나긋나긋한 차체 움직임은 CR-V가 원래 크기보다 더 큰 차처럼 느껴지게 한다. 물론 흐느적거리는 물침대 서스펜션과는 전혀 다르다.

원래 기본기가 우수한 뼈대를 안락한 승차감을 위해 새롭게 설정한 느낌이라는 건 코너 몇 개만 돌아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왕복 4차로 사거리에서 시속 50km 정도로 좌회전할 때 상당히 깔끔하고 타이트한 조종 감각을 전달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빨리 달리거나 코너가 급해지면 허둥거리기 시작한다.

특히 뒷바퀴 서스펜션이 허둥댄다. 폭스바겐 골프 GTD를 타는 이진우 편집장에게는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움직임이었던 모양이다.

좌회전하면 오른쪽 뒤가 꾹 눌렸다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게 마치 20년 전 SUV를 타는 느낌이라고 했다. 아무리 미국에서 생활용 슬리퍼처럼 타고 다니는 편안한 차라고 해도 우리나라 기준으로는 끈 떨어진 플립플랍을 신고 다니는 느낌이 아닐까 싶다는 혹평이었다.

슬라럼 시험에서도 CR-V의 뒷바퀴는 느리게 그리고 멀리에서 따라오는 듯한 느낌이 확연했다. 회피 기동 시험에서는 그 정도가 더욱 심했다. 뒷바퀴가 궤적을 따라 돌아오는 게 아니라 마치 옆으로 점프하듯이 허둥대기 시작했다.

주행안정장치는 제동장치를 끝까지 사용하면서 차의 움직임을 안정시키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 과정에서 ‘부와악!’ 하는 제동력 펌프의 작동음이 크게 들렸고 차의 속도는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한계 상황에서의 주행 안정성은 아쉬웠다.

투싼의 움직임은 확실히 젊다. 깔끔하고 간결하다. 그러면서 너무 스포티하지 않고 승차감도 수준급이다. 새로운 3세대 플랫폼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운전대의 록투록은 2.4~2.5바퀴로 CR-V보다 아주 살짝 더 돌아간다.

요즘 기준으로는 평균적인 수준 혹은 약간 빠른 조향 기어비다. 실제로 코너에서 운전대를 돌려보면 앞머리가 돌아가는 속도가 꽤 민첩한 편이지만 SUV 범주에서 벗어나진 않는다. 운전대는 CR-V만큼은 아니지만 가벼운 편이며 매끄럽게 돌아간다. 그러니까 조작하기 쉬운 위주로 세팅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투싼의 조종 감각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한결같은 움직임이다. 코너를 시작할 때 차의 앞머리가 돌아가던 감각이 코너가 끝날 때까지 유지되며 그 한계도 꽤 높은 편이다.

슬라럼 시험에서도 앞바퀴가 지나치게 빠른 선회 특성을 보이며 차 전체의 안정감에 악영향을 주는 대신 보통의 운전자가 이해하고 조작하기 쉬운 일관된 선회 특성으로 안정성을 지켜주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건 앞 서스펜션이 비교적 탄탄하게 설정돼 코너링 도중에 차의 무게가 이동하는 현상을 적절하게 억제하고 안정감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뒷바퀴도 앞바퀴의 움직임을 잘 따라간다. 회피 기동 시험의 급격한 선회에도 뒷바퀴가 조금 느리게 반응하지만 접지력은 끝까지 놓지 않고 안정감을 유지했다.

자세제어장치도 매우 섬세하게 개입해 주행 질감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안정감은 확실하게 지켜냈다. 여기서 CR-V와 확연한 차이가 느껴졌다.

도로 이음매를 통과하면서 느껴지는 진동을 보면 꽤 탄탄한 편이다. 상위 모델들보다 서스펜션 설정이 분명 탄탄한 쪽이다.

그런데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의 느낌은 매우 부드럽다. 노면 진동도 꽤 잘 걸러내는 편이다. 3세대 플랫폼의 장점과 성격을 그대로 갖고 있다. 먼저 출시된 투싼 하이브리드와 비교하자면 조금 더 단단한 쪽이다.

 투싼 하이브리드를 시승한 뒤 아내가 “올해 타본 자동차 가운데 승차감이 가장 좋은 편이었다”고 말했을 정도로 주행질감과 승차감은 매우 좋았다. 이에 비해 투싼 1.6 터보는 노면 소음도 조금 크고 서스펜션도 약간 단단하게 느껴졌다.

<출처 : 오토트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