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일)신드롬 양준일이 구원의 아이콘인 이유

글쓴이: torontoro  |  등록일: 12.27.2019 09:55:39  |  조회수: 1198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05&aid=0001272703
JTBC 제공

신드롬이라 불러도 과하지 않다. 유튜브 내 ‘온라인 탑골공원’에서 트렌디한 무대로 점차 입소문을 타던 그는 최근 예능 ‘슈가맨’(JTBC)에 얼굴을 비추며 일약 스타로 발돋움했다. 오는 31일에는 생애 첫 단독 팬미팅이 열린다. 무려 데뷔 30주년이 가까워서야 성사된 행사다. 외국에 지내던 그가 팬미팅을 위해 입국했다는 소식은 연신 화제 몰이를 했다.

‘슈가맨’ 양준일
눈치 빠른 독자라면 눈치채고 남았을 이 스타는 바로 가수 양준일(50). 한 시대를 풍미한 서태지와 아이들 데뷔 한 해 전 데뷔한 그는 30년이 지나 또 다른 시대를 주름잡을 채비를 마쳤다. 그룹 V2로 활동하던 시기를 포함해 그의 모든 과거 무대들이 유튜브에서 가장 사랑받는 영상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렇다면 이런 열화와 같은 인기의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떠오르는 건 탑골공원 팬들이 그에게 처음 붙여줬던 수식어인 ‘비운의 천재’라는 단어다. 1991년 이미 ‘리베카’ 등 개성 넘치는 발랄한 댄스곡을 여러 개 선보였던 그는 시대적 한계에 가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을 뿐 지금 들어도 별다른 이질감이 없다. 지드래곤을 닮은 수려한 외모와 세련된 패션, 무대매너 또한 지금 가요계에 돌연 등장한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한마디로 ‘힙(트렌디)’하다.

‘다양성’에 대한 응원
그러나 신드롬에 가까운 양준일의 인기에는 분명 무언가가 더 있다. 유추해보자면 양준일이 뛰어난 아티스트일 뿐 아니라 팬들이 가진 여러 갈증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사람이어서다. 양준일은 팬들에게 ‘다양성’의 은유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그건 그가 과거에 겪었던 여러 아픈 사연들이 알려지면서였다.

양준일은 과거 배제의 아픔을 겪었었다. ‘다르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재미교포이기에 자연스레 사용했던 영어는 방송에서 그를 배척하는 명분이 됐다. 아무도 양준일에게 곡을 주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한국 활동을 접어야 했던 이유도 같은 연장선에 있었다. 출입국관리소 직원은 양준일의 비자 갱신을 거부했다. “너 같은 사람이 한국에 있다는 게 싫다”는 이유였다. 이를테면 양준일은 같아야 직성이 풀리는 과거 전체주의적 문화의 피해자였던 셈이다.

지금은 다르다. 문화는 발전했다. 한국으로 발을 뻗은 글로벌 음악과 문화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사회 발전의 과정에서 시민들은 이제 시대를 앞서나갔던 양준일의 음악과 패션, 무대를 이제 신선한 시도로 받아들이게 됐다. 그의 인기곡 ‘가나다라마바사’를 비롯한 독특한 음악적 장르를 유튜브가 다시 소환한 건 과거라는 시대에 묻혔던 다양성을 존중하고픈 대중적 요구였던 셈이다. 한국 대중문화의 수용성이 그만큼 넓어졌다는 문화적 완숙함을 드러내는 선언이기도 했다.

시장 논리가 장악한 가요계에서 점점 획일화되고 자가복제 형태를 띠어가는 K팝에 대한 저항 심리로도 볼 수 있다. 유튜브 내 양준일의 영상들이 과거 그의 무대를 기억하는 중·장년층뿐 아니라 밀레니얼 세대의 열광적 응원과 지지를 받았다는 사실은 그래서 상징적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밀레니얼 세대는 유니크한 걸 찾고 소비하는 걸 즐긴다”며 “아날로그적 정서와 통일되지 않은 다양성은 그 자체로 새롭고 특별한 경험으로 받아들여진다”고 했다.

‘소박하고 선한 것’에 대한 열망
양준일의 인기를 논할 때 그에게서 뭉근하게 스미어오는 선한 품성의 매력을 빼놓을 수 없다. 그의 언행에서는 시종일관 소탈함이 묻어난다. 그는 한국에 항공기가 도착하자 아내와 손뼉을 쳤다며 해맑게 웃고, 자신을 알아본 택시기사와 사진을 찍었다며 신기해한다. 활발하게 공유되는 과거 미담들도 많다. 가수로 활동하던 당시 ‘자신을 찾아와준 팬들과 자장면을 나눠 먹었다’거나 ‘늘 예의가 바랐다’는 팬들의 기억이 온라인에 회자되면서 대중들은 그에게 더 빠져들었다.

가장 매력적이었던 건 소박한 그의 모습이었다. 양준일은 아티스트인 동시에 한 가정의 아빠이자 남편이었다. 가정을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그래서 가장으로서의 행복함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슈가맨 당시 풀어놨던 이야기들이 대표적이다. 미국 한 식당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양준일은 이렇게 답했다.

“딱히 계획이라는 걸 세우지 않는다. 순간순간마다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다만 계획이라는 게 있다면 겸손한 아빠이자 남편으로서 살아가는 것이다.”

양준일의 이 같은 소박함과 소탈함은 치열하게 하루를 살고 묵묵히 자신들의 일을 해내는 서민들의 삶과 꼭 알맞게 포개진다. 그에게 많은 대중이 끌리는 이유 중 하나다. 물론 슈가맨 출연 이후 신드롬을 일으키며 큰 인기를 얻었음에도 달라진 건 없었다. 그는 “슈가맨 출연 이후 같은 손님을 서빙하는데, 바라보는 눈빛과 태도가 너무 바뀌어 놀랐다”며 “서빙 받는 게 영광이라는 손님 말에 어색했다”며 수줍어했다.

아티스트이면서 ‘구원의 아이콘’으로
팬들은 저마다 양준일을 지키겠다고 발 벗고 나서는 중이다. 온라인에는 ‘이제는 아무런 아픔 없이 행복해야 한다’ ‘그간 못 본 영광을 한꺼번에 누려야 한다’는 팬들의 응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그의 사생활을 엄격히 지켜주는 것은 물론 그의 음원과 영상을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통해 무료로 보는 것에 대한 책임감도 느낀다.

최근 ‘코미디 빅리그’의 한 코너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논란도 이런 맥락에 있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양준일의 슈가맨 무대를 패러디한다고 하자, 팬들은 코미디언들이 양준일을 희화화한다며 게시판에 항의 글을 올렸다. 여기서 한 네티즌은 “한국 사회가 상처를 줬는데, 또 상처를 주며 재밌다고 웃는 게 개그인가. 그건 폭력”이라고 꼬집었다.

팬들의 이런 날카로운 지적은 다음의 사실을 알려준다. 양준일 신드롬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왕따했던 과거 우리 모습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이기도 하다는 사실 말이다. 무엇보다 양준일은 ‘선하게 살면 반드시 복을 받는다’는 허무한 이상론을 현실로 구현하고 있는 인물이다. 취업난과 주거난 등에 고생하면서도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런 노력이 언젠간 결과로 보상받을 거라 믿으며 하루를 버티는 시민들에게 양준일은 곧 묵직한 응원이면서 단단한 위로인 셈이다.

뛰어난 아티스트인 양준일이 구원의 아이콘으로도 보이는 건 이 때문이다. 그를 소환한 건 사실 유튜브가 아니라 시대의 열망이었다. 양준일 신드롬은 ‘그가 행복할 때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는 하나의 구원 서사다. 양준일은 이런 팬들의 열망을 예견이라도 한 듯 이렇게 말했었다. “대한민국이 나를 받아주는 따뜻함이 나를 녹여줬다. 그래서 이제 나의 과거가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는 것 같다”고.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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