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광고카피 하나가 흥미롭게 전달되어 많은 사람에게 산수유가 많이 알려지고 마치 금수유처럼 되어 산수유값이 폭등하는 원인까지 되었다. 산수유는 전라도 구례가 특산지로 예로부터 한약재로 많이 애용되어 오고 있는 약재이다. 혈액순환과 체력증진을 하고, 신장계통을 강화시켜 요실금과 야뇨증에 좋으며 동시에 신장이 허하여 나타나는 이명이나 요통에 좋다. 따라서 신장의 기능이 약한 소양인 중에서 손발이 춥다고 하는 허한증에 많이 사용되는 약재이다. 그러나 만일 태음인이 먹게 되면 살이 찌고 소음인이 먹게 되면 위장충혈을 잘 유발하게 된다. 맥이 빠르고, 얼굴이 붉고 숨이 벌떡이는 사람에게는 부작용이 생기게 된다. 또한 수렴작용이 강하여 몸의 물이 빠져야하는 부종환자에게는 오히려 독이 되며, 습열로 인하여 소변이 잘 안나오거나 고통스러운 방광염이나 전립선비대증의 환자에게는 소변을 더 불편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산수유의 효능은 체질에 맞게 사용하여야만 정말 좋은 효과를 볼 수 있고 체질이 맞지 않으면 기대만큼의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불편해질 수 있다.
이와 같이 체질마다 임상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비슷한 예로 전세계인이 즐겨 먹는 커피를 들 수 있다.
<커피가 몸에 좋다? 나쁘다?> 실험 때마다 결과가 다르며 의견도 구구하다. 한 마디로 태음인에게 커피는 보약과 같다. 태음인에게 아침에 몸을 깨우며 정신이 맑아지면서 에너지가 솟아나게 하는 것이 바로 커피이다. 단지 태음인의 경우에는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커피를 먹어야 한다. 왜냐하면 태음인에게 단 맛은 특히 더 해롭기 때문이다. 그러나 블랙커피나 우유를 좀 탄 커피는 태음인에게 훌륭한 에너지 원동력을 제공해 준다. 반면에 소양인이나 소음인에게 커피는 심장질환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양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동물실험이나 무작위로 선정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커피의 인체 반응에 대한 실험결과를 볼 때마다 체질을 모르고 소모적 논쟁을 하는 것이 좀 안타깝게 느껴진다.
또한 전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한국인의 대표적 보약 홍삼은 체질에 관계가 없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홍삼은 인삼을 쪄서 말린 것으로 사포닌 성분이 더 많아지고 흡수가 잘 되도록 되어 있다. 소음인에게 사용하면 항암효과, 당뇨 개선, 빈혈, 골다공증 등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효능이 좋은 천하의 명약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소양인이나 열태음인이 홍삼을 장복하면 열감이 혈압이 상승하고 불면이 생기며 피부발진과 집중력 저하를 가져온다. 성장기의 아이가 집중력이 저하된다면 공부의 능률이 어떻게 오를 수 있단 말인가? 칼날이 날카로울수록 다루는 사람의 주의가 필요하듯이 약효가 좋을 수록 다루는데 약리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세심한 투여가 필요한 것이다. 체질에 관계없이 홍삼은 부작용이 없다고 한다. 인삼을 쪘다고 성분 변화가 약간 생길 수는 있겠지만 고구마가 되지는 않을 것이 아닌가?
얼마 전에 필자의 환자가 무기력증으로 내원했다. 이유없이 피곤하다는 것이다. 진맥을 해보니 별다른 병적 소인이 없어서, 특별히 먹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환자는 로열젤리를 먹으니 기운이 나는 것 같아서3~4개월 째 복용하고 있다고 한다. 순간 필자는 소양인이 성질이 더운 로열젤리를 장복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환자가 너무 로열젤리를 신봉하여서 특별히 다른 설명을 하지 않고, 로열젤리를 포함한 모든 보조식품을 끊고 1~2주 있다가 내원하라고 했다. 환자는 의아한 표정으로 돌아갔다가1주일 뒤에 전화가 왔다. 무기력증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원인을 설명해 주니 매우 고마워했다. 그리고 나서 그 환자는 사소한 비타민을 먹는데에도 나의 자문을 구하곤 한다.
요즘 백하수오가 갱년기의 명약으로 선전이 되고 있다. ‘何首烏’는 ‘어찌하여 머리가 까마귀처럼 새까맣게 그대로 있는가?’라는 뜻이 있다. 즉 하수오는 동의보감에 이르기를 ‘정수를 채우고 머리털을 검게 하고 안색을 좋게 하여 늙지 않게 해준다’라고 되어 있다. 백하수오는 인삼을 대체할 수 있는 좋은 약이지만, 소음인의 약으로 다른 체질이 장복하면 오히려 갱년기 장애가 더 심해질 수 있다. 그런데 하수오가 모든 여성에게 좋다고 일률적인 효과를 강조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정보 전달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민들레 역시 한방항생제로 열독과 종창을 풀어주어 유선염이나 구내염, 질염, 방광염, 위궤양, 만성피부병에 좋다. 하지만 역시 성질이 차가워서 아랫배가 차가우면서 설사를 하는 사람에게는 좋지 않다.
이렇듯이 여러 유행하는 건강식품들이 제조사의 일방적 광고로 소비자들이 맹신하고 따르게 되는데, 자신의 체질을 정확하게 알고서, 자신의 체질에 맞는 평소섭생과 운동 그리고 건강식품을 선택할 수 있는 지혜도 함께 있어야 내 몸을 진정으로 유익하게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