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스물 여섯의 직장 여성 K모씨. 다섯 살 위의 남자와 교제를 시작한 지 3개월째 접어들고 있다. 서로 호감은 있지만, 문제는 결혼에 대한 상대의 생각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결혼은 계속 함께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하는 것이지, 계획같은 건 세우지 않는다고 말하는 그 사람의 태도에 자존심도 상하고, 계속 만나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그녀는 스물 일곱 쯤에 결혼하기로 막연하게 계획을 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다수 미혼 남녀들은 사회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결혼으로 관심을 돌리게 된다. 독신으로 살 작정이 아니라면 좋은 상대를 만나기 위해 노력한다. 언제 누구와 결혼하겠다는 등의 멋진 계획도 세우고 말이다. 하지만 여기에 함정이 있다. 결혼은 방학 계획표 짜듯 마음 먹은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여성의 경우 소위 결혼적령기에 이르면 그 막차에라도 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는 우리 사회가 구조적으로 노총각보다는 노처녀로 살아가는 데 더 불이익이 많은 것도 큰 이유가 된다. 물론 결혼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계획에 얽매여 상대를 무리하게 밀어붙이거나 집착하는 건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게 뻔하다. 중요한 건 언제 결혼하느냐가 아니라 지금 만나는 상대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결혼이란 서로 사랑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이지, 억지로 되는 일이 아니다. 물론 몇 년씩 교제를 했는데도 결혼 얘기가 나오지 않는 것도 문제이다.그렇지 않다면야 상대가 자연스럽게 감정을 싹틔우고, 가까이 다가오도록 기다려주는 게 중요하다. ‘모 아니면 도’라듯이 결혼 얘기가 안나오니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거라고 판단하는 건 두 사람에게서 결혼의 기회를 빼앗는 참으로 어리석은 행동이다. 단 이것은 세월아, 네월아, 한다거나 상대를 향한 채널을 꺼버리는 방임이나 무관심과는 전혀 다르다. 상대를 사랑하되, 두 사람의 관계를 지나치게 자신의 뜻대로 끼어맞추지 않을 뿐이다. 결혼 일정표를 짜지 않는 것, 이것이야말로 결혼에 가까워지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역설적인 논리를 꼭 기억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