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묵함이 좋았다. 말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남자다움이란….K씨가 남편과 결혼한 이유였다. 하지만 그후 채 1년도 되지 않아 그녀는 남편의 최고 매력이라고 생각했던 과묵함이 얼마나 자신을 답답하게 하는지, 자신이 판 함정에 스스로 빠진 것 같은 절망감에 사로잡히곤 한다. 결혼을 앞둔 미혼여성들이 환상을 갖고 있는 부분이 바로 남자다움과 남편다움을 혼동하는 것이다. 남자다움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터프, 카리스마 등의 모습에 빠져 그의 어깨에 기대고, 품에 안기기를 원한다. 물론 남자다운 사람이 좋은 남편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그 멋진 연인이 과연 남편이 되어서도 언제, 어디서나 어깨와 품을 내어줄지 생각해봐야 한다. 부부의 행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적은 대화 단절이다. 남들이야 말없는 K씨의 남편을 좋은 사람이라고 하겠지만, 정작 그 아내의 속은 타들어간다. 가장 나쁜 부부생활이 바로 그런 것이다. 서로 말만 잘 통하면 이혼사유 1, 2위를 다툰다는 성격차이나 성적 부조화도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남자와 여자는 언어능력에서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음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남자는 좌뇌, 여자는 양뇌를 연결해서 사용하므로 차이가 많이 난다. 남자는 언어를 정확한 의사전달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데 비해 여자는 감성적인 대화를 선호한다. 대화 단절의 원인은 이런 차이 때문만이 아니다. 서로에 대한 배려, 대화의 자세나 타이밍 등 기술적인 면도 중요한 원인이 된다. 꽤 금실 좋기로 소문난 어느 부부의 경우, 그 아내는 아무리 화나는 일이 있어도 아침 시간만큼은 꾹 참는다고 한다. 행여 다투기라도 하고 출근하면 하루종일 기분이 안좋고, 일하는 데도 차질이 있기 때문이다. 결혼이란 마음에 안드는 상대를 만나도 두어시간 꾹 참으면 되는 미팅과는 전혀 다르다. 감정을 억누르고, 하고 싶은 말 안하면서 몇해나 살 수 있겠는가? 미국의 해학시인 오그던 내시의 시 중에 ‘결혼이란 잔에 사랑을 가득 채우고 싶으면 잘못했을 때 인정하고 옳았을 때 침묵하라’는 구절이 있다. 물론 입을 다물어야 할 때도 있지만, 부부에게 침묵은 금(金)이 아니라 오히려 금(禁)이다. 성인 남녀의 평균 TV 시청시간이 3시간 가량 된다고 하는데, TV 코드만 빼버리면 대화 시간은 충분할 것이다. 대화할 때 빼야할 것이 또 있다. 바로 자녀들이다. 자녀들은 잠시 잊고 남편과 아내, 서로에게만 관심을 집중하자. 자녀 중심의 가족관계가 때로는 부부의 대화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