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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글쓴이: sansae  |  등록일: 08.05.2013 17:14:22  |  조회수: 1281
능소화


순이네 초록빛 담장에서
살그머니 넘어 나오는
주황빛 능소화가
우리 집 마당에
싱그럽게 폈습니다

넝쿨 따라 줄줄이
활짝 핀 능소화는
맑은 아침을 여는
청초한 나팔입니다
하늘을 우러러
눈부시게 피어나는
사랑의 노래는
두루미의 깃을 타고
붉은 노을 속에
향기롭게 일렁입니다

실버들 가지처럼
휘 늘어 지면서도
송이송이 하늘을 보며
해맑은 웃음 짓는
예쁜 능소화
바람결에 춤추는 듯
너울거리며
흰 돛이 피어나는
푸른 파도의 고향
그리운 님이 계신 곳에
여린 순정 곱게 담은
주황빛 편지를 띄웁니다

능소화는 꽃 심지에
향긋한 불을 달아
찬란한 등불을 피웠습니다
님이 보고 싶어
사무치는 이 가슴
한시도 못 잊을
그리움이 출렁이는 바다
저 푸른 파도 위로
내 님이 오시는가
해 뜨는 아침에도
달 지는 저녁에도
일편단심 꽃등 들고
님이 오실 바닷길을
고이 밝혀 드립니다

능소화는 싱싱한
주황빛 종입니다
거친 비바람에
서로 부둥켜 안고
쓰러지면서도
손에 손잡고 끌어 올리며
사랑의 꽃동산에
우리 함께 오르자고
희망의 종을 울립니다

사랑이 있어
따뜻한 계절
넝쿨 담장에 활짝 핀
칠월의 환한 미소
다시 보아도
돌아서며 보고 싶은
상큼한 능소화입니다
갑자기 시원하고 상쾌한
빗줄기 쏟아집니다
초록빛 담장 뒤에서
어여쁜 순이가
능소화 우산 들고
사뿐히 걸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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