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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

글쓴이: sansae  |  등록일: 07.28.2013 10:51:23  |  조회수: 1279
댓줄기 같은 장맛비
억수로 쏟아집니다
처마 아래에 서서
튕겨나는 빗방울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동그란 빗방울 사이로
아련히 밀려오는
마음 시린 추억의 파도에
그리운 고향 산천이
꿈결처럼 일렁입니다
먹장구름이 연이어
급하게 날려오며
끝이 보이지 않는
지루한 장맛비 내립니다
나는 어머니를 따라
텃밭에 나갔습니다
푸른 옥수수 잎에
송알송알 빗방울이
보석처럼 반짝입니다
하얀 옥수수 수염에
샛노란 꽃 나비가
살포시 내려 앉습니다
조는 듯 마는 듯
발꿈치 들고 살며시
날개 잡으려는 순간
하늘로 날아 갑니다
호박 잎을 쓴 어머니는
빙그레 웃으면서
싱싱한 오이와
독이 오른 검푸른
고추를 따서
내가 들고 있는
바구니에 담았습니다
어머니와 나는
서둘러 맷돌을 돌려
두부를 만들었습니다
어머니는 통통한 고추를
달처럼 동그랗게 썰어서
톡 쏘며 쨍하게 매운
마늘 고추 양념을
만들었습니다
아버지는 들창가에 서서
고량주 찰랑이는
작은 술잔을 들고
땅이 꺼지게
긴 한숨을 쉽니다
귀찮고 불편한 긴 장마철
오락가락 온종일 쏟아지는
지겨운 빗줄기에
시름을 맡기는 것 같습니다
어머니와 나는
거멓게 금이 간
큰 사기 사발에
맷돌처럼 못 생긴
모서리 두부를
담아 먹었습니다
아버지는 억새로 만든
낡은 우장을 걸치고
뾰족한 삿갓을 쓰면서
빗 속에 사라집니다
밝은 동쪽 유리창에
배꽃 봉오리 같은
아롱진 빗방울이
심산 속 오솔길처럼
푸르게 꿈틀 거립니다

정다운 우리 가요 보석 같은 옛노래
명국환 <백마야 울지마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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