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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우연

글쓴이: sansae  |  등록일: 10.11.2014 09:29:43  |  조회수: 2122
세 번째 우연


나는 청바지 차림으로
산책길에 나섰습니다
가로수 우거진 네거리에
푸른 등이 켜지자
연둣빛 반바지에
보랏빛 티를 입고
용무늬 선글라스를 낀
두루미 같은 여인이
바로 내 앞에서
천천히 걸었습니다

이때 나의 뒤에서
요란하게 경적을 울리며
달려오던 승용차가
갑작스레 왼쪽으로
커브를 돌리면서
그녀를 덮치려 했습니다
순간 나는 번개 같이
그녀를 끌어 않고
한옆으로 쓰러졌습니다

그녀는 까무러쳤고
선글라스는 벗겨졌습니다
그녀의 얼굴은
박꽃처럼 창백했습니다
‘이거 누구지’
분명 어디서
보았던 얼굴입니다
“송이님 정신 차리세요”
나는 송이님을
다급히 흔들었습니다
“여기 어디죠
이건 또 왼 일이죠
내가 환각을
보고 있는 건가요
아니면 내가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건가요
아니 산새님은
언제 오셨어요”
“괜찮으십니까
정말 위험했습니다
음주운전자인 것 같은데
천만 다행입니다”
송이님은 서서히
안정을 찾았습니다
“산새님 너무 고마워요
생명의 은혜
어떻게 갚아야 할지
나도 아직 모르겠네요”
“별말씀을요
응당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산새님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아무도 모르게
나를 지켜보는
달님 같은 분이십니다”
가을은 달콤한 석류와
함께 익어가고
사랑은 넉넉한 나눔과
함께 익어갑니다

산자락에 펼쳐진
노란 은행나무숲이
금빛 물결로 일렁입니다
우리는 단풍나무아래
고운 잎 떨어진 벤치에
다정히 앉았습니다
다람쥐가 단풍나무로
살살 올라가더니
꽃잎 같은 단풍잎 하나
송이님의 머리위에
살랑 떨어뜨렸습니다
“송이님 편지 왔습니다”
나는 송이님 머리위의
빨간 단풍잎을 주어서
눈앞에 흔들었습니다
“금방 다람쥐가 보낸
쾌유를 기원하는 편지입니다”
“다람쥐는 아닌 것 같네요
산새님이 나에게 보낸
가을 편지를
다람쥐가 전했잖아요”

‘설렘이 가득한
송이님의 미소
당신은 내 마음을
나팔꽃처럼 마음대로
흔들어 놓았습니다’
나도 할 말은 많지만
그냥 가슴 깊이
남겨두었습니다
나는 말없이
빨간 단풍잎을
송이님 손바닥에
살그머니 올려놓았습니다
송이님은 새댁처럼
얼굴이 빨개졌습니다

“송이님 저의 전화번호
잊지 않으셨지요”
“2828 이뻐 이뻐지요
비 내리는 날이면
댓잎처럼 이쁘고
눈 날리는 날이면
솔잎처럼 이뻐요
산새님도 저의 전화번호
기억하고 있지요”
“5828 오빠 이뻐입니다
천 송인가 만송인가
내 가슴에 피는 꽃은
한 송이입니다
“산새님 우리 다음주에
가을여행 떠날까요”
“어디로”
“자연이 빚은
거대한 붉은 걸작
희망의 노을 불타는
그랜드캐년으로”
“갑시다”
우리는 다정히
두 손을 잡았습니다
맑은 가을 하늘에도
고운 송이 얼굴에도
서서히 붉은 노을 물듭니다

임태경 <사랑이야>
부탁드립니다.
http://youtu.be/38VuKwzZHh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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