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늘, 장백기의 갑옷을 벗다 (인터뷰)

글쓴이: 케세라세라  |  등록일: 01.16.2015 16:13:34  |  조회수: 6507
배우 강하늘은 독특하다. 데뷔 이래 최고의 인기를 구사하고 있는 요즘, 말릴 틈도 없이 연극무대로 돌아가 버렸다. 이유는 간단하다. 연기에 대한 목마름 때문이다.

강하늘은 tvN 화제작 ‘미생’에서 ‘장백기’ 역으로 출연했다. ‘장백기’를 향한 강하늘의 열정은 대단했다. 캐릭터 소화를 위해 외적인 변신은 물론, 독일어 공부에까지 열을 올렸다.

강하늘이 만들어 놓은 ‘장백기’의 완성도는 상당했다. 원작에 비해 풍성한 감정라인을 자랑했다. 에피소드 역시 다양했다. 강하늘은 ‘미생’ 출연배우 중 가장 ‘싱크로율’이 낮은 ‘장백기’ 역을, 원작보다 더욱 멋지게 소화해낸 것.

‘미생’ 종영 후 공연 준비에 돌입한 강하늘을 최근 만나봤다. 아이돌 스타 버금가는 바쁜 일정에도, 피곤한 기색도 없이 연신 싱글벙글 웃는 얼굴에 한 번 놀랐다. 며칠 공부라도 한 듯 막힘없는 언변에 또 놀랐다. 가장 놀라운 점은 연기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었다. 다음은 강하늘과의 1문 1답.

◇ ‘미생’ 끝 아쉬워…“사원증 숨겨왔어요”

◆ ‘장백기’ 좀 벗었나요?



실감이 안나요. 촬영 스케줄표가 안 나온다니 허전해요. 촬영 마지막 날에는 집에 들어와 혼자 소주를 마셨어요. 장백기의 처음과 끝을 떠올렸죠. 장백기를 끌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솟구쳐서 혼났어요. 사실, 이제와 말하지만 사원증을 훔쳤어요. 소품 팀에서 가져오라고 했는데, 두고두고 장백기를 추억하고 싶었어요. 하하하.

◆ ‘미생’ 원작의 열렬한 팬이었다면서요.

‘미생’이 인터넷에 연재될 때부터 스크롤을 내려가면서 봤어요. 만화책도 사놨죠. 좋아하는 작품이 드라마 화 된다니,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었어요. 저 같은 원작 팬들은 모두 같은 마음이었을 거에요. 그래서 캐스팅 제의도 처음에는 거절했어요. 김원석 감독님의 배려에 생각이 달라졌지만요. 제가 당시 영화 ‘스몰’ 촬영 중이었어요. 감독님이 스케줄을 잘 조율해주셔서, 양쪽에 민폐를 안 끼칠 수 있었죠. 물론 체력적으로는 힘든 일정이었어요. 영화 촬영과 병행하면서 몸무게도 4kg 정도 빠졌거든요.

◆ ‘몬스타’에서의 인연이 잘 이어졌네요.

‘몬스타’ 감독님과 작가님을 다시 만나 기뻤어요. ‘미생’ 출연이 ‘몬스타’가 계기가 된 건 맞아요. ‘의리’로 더 열심히 했어요.

◇ 장백기 캐릭터…“원작보다 드라마 버전 마음에 들어”

◆ 처음부터 ‘장백기’ 역할이 끌렸나요?



솔직히 말하면, 글쎄요. ‘왜 나를 선택하셨을까’라는 생각만 했어요. 이유가 있을 거라고 믿었어요. 제가 생각했을 때 ‘장백기’는 극에 긴장감을 주기 위해 꼭 필요한 인물이었어요. 웹툰이 드라마 화 되면, 어느 정도 지루한 부분이 생겨요. 웹툰에서는 그게 허용이 돼요.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불가능하죠. 지루한 부분이 생기면 집중이 깨지거든요. 그래서 장백기가 필요했던 거예요. 그걸로 만족해요.

◆ 원작 속 ‘장백기’는 표면적인 사람이었어요.

맞아요. 그래서 드라마에 맞춰 변화했어요. 웹툰과 모든 걸 똑같이 갈 수는 없죠. 일단 외모에 중점을 뒀어요. ‘장백기’의 성격을 얼굴에 드러내야 하잖아요. 그래서 안경과 헤어스타일에 변화를 줬어요. 장백기는 엘리트잖아요. 차가운 엘리트의 상징으로 반무테를 골랐어요. 주위에서는 다들 아저씨 같다고 말리더라고요. 머리스타일도 마찬가지에요. 올림머리를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어요. 이상해 보인대요. 하지만 강하늘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고집할 이유는 없었죠. 캐릭터를 돋보이게 만들어야 해요.

◆ 달라진 외모 덕에 ‘장백기’가 강하늘인줄 몰랐다는 시청자 반응도 많았죠.

최고의 칭찬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보이려 노력도 많이 했고요. 제가 그대로 강하늘로 보였으면, 그건 원작에 대한 실수와도 같아요.

◆ 깨알 같은 표정연기도 인상적이었어요.

연출의 힘인 것 같아요. 장백기가 놓인 상황 속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했어요. 그대로 자연스럽게 움직이려 했죠. 대본에는 아무것도 표현돼있지 않으니까요. 제가 찾아야하는 부분인데, 호평을 들어서 다행이에요.



◆ ‘장백기’는 강하늘에게 무엇을 남겼나요.

이 표현이 맞을까 싶지만, 아이를 키운다고 생각했어요. 장백기는 현실적인 인물이에요. 제가 관찰한 결과, 장그래를 괴롭히는 악역도 아니었어요. 사람은요, 누구나 갑옷을 입고 있어요. 모두 방어기제가 있다는 말이에요. 그게 웃음이 될 수도, 무표정이 될 수도 있죠. 장백기의 갑옷은 ‘자신감’이었어요. 여유가 있었죠. 하지만 강대리님을 만나고부터 달라져요. 강대리님을 통해 본 모습을 확인하죠. 장백기 안에는 분노, 자괴감, 시기심이 들어 있었어요. 결국 아이였던 거죠. 아이를 아이처럼 연기하면 안 돼요. 캐릭터 붕괴가 시작되죠. 겉은 어른이지만, 속은 곪아있다는 걸 나타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더 표현(장그래를 향한 질투)에 솔직하고자 했죠. 제대로 전달이 됐을까요?

◇ 온리 원…“최고 좋은 사람은요”

◆ ‘강대리’ 오민석 씨와의 호흡이 좋았어요.

제일 친했어요. 가장 좋아했고요. 실제로도 강대리님 같은 선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장백기와 비슷해요. 주변에서 챙겨주면 스스로 못해요. 가만히 지켜보되, 제가 엇나갈 때 돌려보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요. 저 또한 강대리님 같은 선배가 되고 싶어요. 아직은 후배들에게 가르쳐줄 단계가 아니거든요. 그냥 같이 갈 뿐이죠.

◆ 그럼 자원 팀이 가장 좋은 건가요?

네 그렇죠. 하지만 섬유 팀에도 관심이 생겨요. 성대리님(태인호)을 파괴해보고 싶거든요.



◆ 동기 중에는 안영이를 조금 특별하게 생각했죠?

단언컨대, 러브라인은 아니에요. ‘썸’도 아니에요. 두 사람은 그런 마음을 품은 적도 없어요. ‘미생’이란 드라마는 ‘썸일까?’하는 궁금증까지만 주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안영이(강소라)와는 동지애였다고 생각해요. 서로 같은 아픔을 가진 동기죠. 둘 다 배추 숨죽이기를 당하잖아요. 그런데, 두 사람이 러브라인이면 안 될 이유는 또 있나요? 재미를 위한 하나의 장치가 될 수도 있죠. 많은 사람들이 ‘미생’에 연애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게 오히려 막혀있는 편견 같아요. 정당성 있는 러브라인이라면 환영이죠. 러브스토리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 장백기와 안영이의 러브라인에 찬성한다는 뜻이기도 한가요?

원작 팬의 입장으로 그건 아니에요. 장백기는 다른 회사 여자 만났으면 좋겠어요. 하하하.

◇ 차기작으로 연극 택한 이유…“조바심 피하고 싶었어요”

◆ 강하늘도 갑옷을 입었을까요.

‘여유’를 걸쳤어요. 사실은요, 좀 더 많은 것들을 해야 한다는 조바심이 들거든요. 저를 바라보는 기대의 눈빛과, 또 뜯으려는 눈빛이 있죠. 그래서 겉으로 여유로운 척 하는 거예요. 차근차근 (연기를)하다 보면, 언젠가는 저도 갑옷을 벗을 날이 있겠죠?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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