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그리고 변요한에 취하다 (인터뷰)

글쓴이: 케세라세라  |  등록일: 01.16.2015 16:08:26  |  조회수: 7744
배우 변요한은 tvN ‘미생’을 통해 존재감을 확실히 굳혔다. 데뷔 3년차 신인답지 않은 기량이었다. 우스꽝스러운 단발머리에 능청스러운 표정 연기까지.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 캐릭터를 무리 없이 소화하며 호평을 받았다. 망가지는데 두려움이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변요한을 만나보니 답이 나왔다. 그의 무기는 다름 아닌, ‘자신감’이었다. 무지함이 불러온 용기는 아니었다. 무턱대고의 열정도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노력에 대한 믿음과 신뢰였다.

변요한은 ‘미생’에서 한석율 역으로 열연했다. 한석율은 독특한 인물이었다. 블루칼라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나 무엇보다 현장을 중요시한다. 친화력도 엄청나다. ‘현장’을 알아봐주는 장그래의 진심을 인정하곤 그를 유달리 챙겼다. 섬유팀에 들어가서는 예상치 못한 시련을 겪었다. 선임 ‘성대리’의 이기적인 행동에 줄곧 골머리를 앓았다. 이 과정은 한석율의 새로운 매력을 이끌어냈다. 강한 상대에게 기죽지 않았다. 오히려 아닌 것은 조목조목 반박할 줄 알았다. 이처럼 한석율은 누구보다 풍성한 감정라인을 선보였다.

◇ ‘미생’ 그리고 변요한

◆ ‘미생’ 인기 체감 좀 하는지?

드라마가 잘 끝났다는 생각은 해요.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느끼죠. 제가 인기 있는 것 보다는, 드라마가 대단했어요.

◆ 첫 드라마로 ‘미생’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오락성이 짙은 드라마가 아니라는 게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깊은 메시지가 들어있다고 판단했죠. 웹툰을 미리 봤거든요. 김원석 감독님을 뵙고 출연을 결심했어요. 영화 ‘들개’를 찍고 미팅을 했는데, 저에게 처음부터 ‘한석율’ 캐릭터를 제안하셨거든요. 저는 ‘한석율’과 같은 인물을 연기한 필모그래피가 없어요. 교과서적이지 않은 연기가 마음에 드셨다고 해요. 그래서 더욱 노력했어요. 원작을 흉내내는 느낌이 아니라, 변요한과 한석율을 조합시키려 했죠.



◆ ‘한석율’ 캐릭터 연기하기에 어땠는지?

지금까지 우울하고 어두운 역할을 많이 했어요. ‘한석율’은 저에게 도전이었어요. 실제 성격과도 비슷한 부분이 있죠. 저도 지인들에게 장난을 많이 치거든요. 그래서 재미있기도 했어요. 사실 100% 맞는 캐릭터가 어디 있겠어요. 나에게 있는 부분을 강조시키는 게 최선이죠.

◆ 독특한 한석율의 외모, 부담스럽지 않았는지?

사실 부담은 됐어요. 하지만 원작 속 한석율을 저에게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었죠. 저는 드라마 촬영 열흘 전에 캐스팅 됐어요. 상대적으로 작품을 이해할 시간이 부족했어요. 간절한 마음으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죠. ‘헤어스타일’에 공을 들인 이유에요. 가발을 착용했거든요. 앞머리는 제 머리지만, 뒷머리는 가발이었어요. 가발을 쓰는 순간, 신기하게도 ‘한석율’이 붙었어요. 15회 이후에는 벗어야 했는데 허전할 정도였죠. 아이덴티티가 사라지는 기분이랄까요. 사실 작품을 위해 이미지를 변신하는 것은 두렵지 않아요. 삭발도 할 수 있어요. 영화 ‘소셜포비아’를 위해서는 12kg를 찌우기도 했는걸요. 물론 지금은 다 뺐지만요. 말하자면 의상도 감독님과 상의를 거치고 준비했어요. 극중 한석율은 2%가 부족한 패셔니스타에요. 아예 촌스럽게 포장하다면, 한석율은 바보가 될 수도 있잖아요. 의상 결정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죠.

◇ 미우나 고우나 ‘성대리’와 ‘장그래’가 최고!

◆ ‘미생’ 속 가장 선임 복이 없었다. 가장 좋은 대리를 고르자면?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성대리’(태인호)님이 좋아요. 저희 둘 다 낯을 가리는 스타일이에요. 물론 지금은 친해졌죠. 매일 촬영이 끝나고 서로 ‘수고했다’고 문자를 보냈어요. 표현을 못하니까 미안한 마음에 이모티콘도 좀 날리고요. 필리핀 세부 휴가에 가서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더 많이 했어요. 태인호 선배님이 바리스타 출신이라, 직접 커피도 내려줬어요. 제가 생각했을 때 ‘한석율’은 성대리, 그리고 태인호 선배님이 있어서 가능했어요. 한석율은 그저 웃기기만 하는 캐릭터가 아니에요. 그게 전부였다면 곧 무너졌을 거에요. 한석율은 바보처럼 보이면 안 되는 인물이에요. 멋있고 남자답고 프로페셔널하고 심지어 섹시하죠. 이 캐릭터는 성대리와의 마찰로 완성된 거예요. 한석율은 성대리와 만나면 날이 섰죠. 선배님이 비수를 꽂는 대사를 정말 실감나게 해주셨어요. 하하하.

◆ 성대리의 명대사 ‘소시오패스’, 어떻게 완성됐나?

이 장면을 찍기 위해 가라오케를 빌렸어요. 영업 3팀이 먼저 찍느라, 저희는 15분 정도의 시간만 주어졌어요. 촬영이 들어가기 전에 인호 형과 다른 방에서 대사만 주고받았어요. 감정을 관리하려 얼굴도 바라보지 않았죠. 카메라 앞에 서니 순간 스파크가 튀었어요.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더라고요. 성대리와 갈등의 시작점이었죠.



◆ ‘성대리’ 만큼이나 ‘장그래’와의 호흡도 돋보였다.

‘브로맨스’까지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동기애’가 끈끈했죠. 초반부터 장그래가 정직원이 아닌, 계약직으로 입사한 것을 보고 한석율은 아쉬워했어요. 인턴 PT 이후로 그를 좋아하게 된 거죠. 인정하게 된 거에요. 마지막 장면은 술을 먹고 촬영할 정도였어요. 장그래가 계약이 만료되며 회사를 나갔잖아요. 밖에 있는 장그래를 어떻게 대면해야 할까 고민했어요. 그 진정성을 나타내고자 술을 마신 거고요. 하하. 다 같이 마셨냐고요? 아니요, 저만요. 제 대사가 제일 길었거든요.

◆ 다른 신입들도 칭찬하자면?

각자 매력이 많아요. 먼저 임시완을 빼놓을 수 없어요. 진중하고 차분하거든요. 호흡도 잘 맞아요. 사적인 이야기도 성의껏 들어줄 수 있어요. 강하늘은 유쾌하고 잘 웃어줘요. 배려심이 정말 뛰어나요. 저랑 장난을 가장 잘 치는 친구이기도 해요. 연극 공연에 한창인데, 꼭 보러 가기로 했어요. 강소라는 여배우다보니 연락을 잘 하지는 않아요. 지켜줄 수 있는 부분은 다 지켜줘야죠. 드라마가 끝나고 간신히 말을 놓았어요.

◆ 명대사 하나 꼽자면?

너무 많아 하나를 꼽을 수가 없어요. 3개 정도 꼽아도 될까요? 한석율의 대사에서는, ‘역시 현장이지 말입니다’가 좋아요. 치열함이 시작되기 전 대사에요. 오차장님(이성민)의 ‘너희가 술 맛을 알아?’ 대사도 그냥 끌려요. 가장 보기 좋았던 것은 장백기(강하늘), 장그래(임시완) 장면이에요. 장백기가 장그래에게 ‘저는 제 시간과 당신의 시간이 같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면서도, ‘내일 봅시다’라고 그를 인정하는 대사가 참 마음에 들어요.

◆ 명장면도 꼽자면?

오차장님이 회사를 떠나는 순간 같아요. 이 장면을 촬영하는데, 너무 마음이 아파 앞을 바라볼 수도 없었어요. 극중 한석율이 눈물을 글썽거리는 장면이 있는데, 이건 대본에 쓰여 있던 게 아니었어요. 이성민 선배님이 등장하는데 저도 모르게 울컥했어요. 울 줄 정말 몰랐어요. 오차장님은 한석율을 인정해준 분이에요. 아시다시피, 한석율은 거의 유일하게 선임을 제대로 만나지 못했어요. 나를 알아봐 준 분이 떠난다니 애잔하더라고요. 나중에 들어보니, 이성민 선배님도 제가 울 때 눈물이 났다고 하시더라고요.

◇ ‘완생’이 아니어도 괜찮은 이유



◆ 한석율을 떠나, 변요한을 이야기하자면 ‘독립영화계의 송중기’로도 유명하다.

송중기 선배님은 정말 훌륭한 분이에요. 20~30대 배우 중 가장 치열하게, 열심히 하시는 분이라고 생각해요. 존중하고 인정해요. 부끄럽지 않은 후배가 되고 싶을 뿐이에요. 하지만 변요한은 변요한이고 싶어요. 요즘 엑소의 카이 씨와 닮았다는 말도 있는데, 글쎄요. 카이 씨가 훨씬 젊고 잘생겼죠.

◆ 엑소 수호와 친분이 두터운 걸로 알고 있다.

맞아요. 수호와는 같은 학교 출신이예요.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이요. 연예계에 은근히 한예종 출신 선후배가 드물어요. 그러다보니 동문들과 유달리 각별한 것 같아요. 수호는 항상 ‘미생’의 모니터링을 해줬어요. 타오, 세훈이도 같이요. 정말 큰 조력자들이에요.

◆ 또 다른 ‘한예종’ 출신, 김고은과는 열애설도 나지 않았느냐.

열애설로 어색해질 얄팍한 관계가 아니에요. 둘 다 하던 대로 지내요. 부담스럽다고 더 멀리하지 않고요. 서로 응원하고 있어요. ‘열애설’로 서로 피해를 봤다거나 그런 생각도 하지 않아요.

◆ 올해 나이 서른. 목표가 거창할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톱스타로 살 자신이 없어요. 올해 서른 살이 됐지만 바람도 거창하지 않아요. 단지 20대 때와는 반대로 살고 싶어요. 욕심을 버리고 싶어요. 인간 변요한과, 연기자 변요한. 따로 구분해 살고 싶어요. 연기에 취해서 살면 우울하고 슬플 것 같아요. 그리고 인격이 성장하지 않는다는 걸 느꼈거든요. 연기만 갈망하다 보면 제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 같아요. 또 웬만해서는 ‘취하지 않으려’ 해요. 재미있는 작품, 제가 소화할 수 있는 역할에 도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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