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서

글쓴이: 한마당  |  등록일: 04.09.2025 23:46:31  |  조회수: 663
광장에서

오늘도 광장엔 햇살이 조금 내려와
노란색 비닐봉지를 든 아주머니의 어깨를
살며시 덮어주고 있었다

학생들은 종이 피켓을 접고 있었고
젊은 부부는 유모차를 밀며
아이에게 “여기가 광장이란다”
조용히 말해주었다

손에는 아무것도 들지 않았지만
그들의 눈엔
많은 말들이 들어 있었다
그 말들은 바람을 타고
종종 울다가 웃는 노인들의 어깨에 닿았고
전날 마감한 기사 한 줄처럼
가슴속에서 오래 반짝였다

나는 커피를 마시며
그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허공에 손을 들어보았다
누군가 손을 맞잡는 듯
따뜻한 기운이 전해져 왔다

이곳은 어쩌면
슬픔이 천천히 말라가는 장소
절망이 조용히 걸어 나가고
희망이 작은 스피커를 들고
“안녕하십니까” 인사하는 장소

오늘도 광장엔
그 이름 모를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자유는 멀리 있지 않았다
그들의 등받이에 조용히 기대어 있었다

-광장에서,萬頭- 2025/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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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한마당  8일 전  

    광장(廣場)은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내고 존재(存在)를 확인하는 공간(空間)' 입니다.

    물리적 공간이자, 철학적 공간이며, 정치적 공간입니다.

  • 한마당  8일 전  

    사노라면 언젠가는 밝은 날도 오겠지
    흐린 날도 날이 새면 해가 뜨지 않더냐
    새파랗게 젊다는게 한 밑천인데
    째째하게 굴지말고 가슴을 쫙 펴라
    내일은 해가 든다 내일은 해가 뜬다

    비가 새는 작은 방에 새우잠을 잔다 해도
    고운 님 함께라면 즐겁지 않더냐
    오손도손 속삭이는 밤이 있는한
    째째하게 굴지말고 가슴을 쫙 펴라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