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무교대를 그렇게 해석하면 안됩니다

글쓴이: 한마당  |  등록일: 05.31.2022 15:06:36  |  조회수: 833
임무교대(任務交代)

조병화의 의자...그리고,방하착 착득거
색즉시공 공즉시색

우리의 인생은 선생과 학생이 존재한다.

 사물의 이치나 정신적인 세계를  먼저 와서 배운 사람을 선생(先生)이라하고, 훗날에 그 선생의 가름침을 받는 사람을 학생(學生)이라고 한다.

조병화 시인의 의자는 미래를 책임지기 위해 배우러 멀리서 오는 사람(學生)에게 자리를 양보하겠다는 뜻으로 새기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 또는 불가(佛家)에 널리 알려진 방하착과 착득거에 숨은 뜻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의미가 아닐 것이다. 글자 그대로 해석을 한 것에  뭐라고 딴지를 걸 생각은 없다. 하지만,좀 더 깊이 생각을 해보면 전혀 다른 의미가 내포(內包)돼 있다는 사실이다.

방하착이란 모든 것을 내려 놓으라는 뜻이고, 착득거란 모든 것을 지고 떠나라는 뜻이다.
과연, 그 의미로 새김이 옳은 것인가? 나는 꼭 그렇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임무교대를 하는 순간에 주고 받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다.

방하착(放下着)
그대가 지고 온 무거운 짐을 내려 놓고 내 자리를 이어 그대가 정진(精進)을 하고, 
 
착득거 (着得去)                                                                                             
내가 그대가 지고 온  짐을 지고  그대가 온 길로 돌아가 중생을 구제하겠네

먼저 와서 그 의자에 앉아 깨달은 자가  뒤따라  온 자에게 깨달음의 의자를 건네 주고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은 순환의 원리이다. 하지만, 몇 몇 거사나 선사라 일컫는 사람들은 이를 망각하고 그 자리를 제자리로 알고 굳히기를 하여 부처(?)가 되려고 한다. 이 방법은 옳은 방법이 아니다. 깨달았으면 아는 것을 가지고 중생을 제도하라고 말씀하신 것이 석가의 말씀일 것이다. 무애행을 하는 것이 도리다.  그렇게 무애행(無㝵/無礙行)을 실천한  분은 원효대사와 경허선사가 유일하다.

*무애행(無㝵/無礙行)-막히거나 거칠 것이 없는 행동.

그렇기 때문에 서산대사가 쓴 시에 자신의 행실을 제대로 하라고 쓴 시가 있다.  서산대사는 인생길을 눈 덮힌 길을 걷는 것과 같다고 말씀하신다.

답설야중거 (踏雪野中去) 눈 내리는 벌판 한 가운데를 걸을때라는 뜻으로, 자신의 운명이 눈보라 몰아치는 위기 속에 있다 할지라도 함부로 행동하지 말고 후손들에게 모범을 보일 것을 강조한 명언이다. 


踏雪野中去 (답설야중거)                                                                 
不須胡亂行 (불수호란행)                                                                 
今日我行跡 (금일아행적)                                                                 
遂作後人程 (수작후인정)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엔, 걸음걸이 어지럽게 걸어서는 아니 되리, 오늘 걸어간 나의 발자취가, 뒤에 오는 사람의 길잡이가 되리니. 큰 눈이 내렸을 때 앞서 간 사람이 똑바로 길을 잡지 않고 어지러이 걸어가면 뒤따르는 사람은 길을 찾을 수가 없다.

수행자는 누구나  번뇌를 떨치고 마음의 평안을 얻고자 한다.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

번뇌(색)를 떨치고 마음의 깨달음(공)을 얻었으면,깨달음(공)을 가지고  일상으로 돌아가 번뇌(색)를 떨치는 이치를 중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이것을 중생 제도(衆生濟度)라고 해야 할 것이다. 쿠마라지바가 산스크리스트어로 된 불경을 번역하면서 직역을 의역으로 바꾸면서 삽입된 문장(팔정도-색즉시공 공즉시색)이다.

쿠마라지바는 죽기 전에 "내가 번역한 불경에 조금의 틀린 점이 없다면 내가 죽은 뒤 내 혀만은 타지 않고 남을 것이다."라는 유언을 남겼는데, 실제로 그를 화장하고 나서 보니 그의 혀는 온전히 남아 있었다고 한다.

*항간(巷間)에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은 해석을 밑에 달았다.

방하착(放下着)과 착득거(着得去)
​방하착, 내려놓아라.
착득거, 지니고 가다.

 방하착이란,
  마음속에 있는 번뇌, 갈등, 집착, 원망을 비워라. 마음을 내려놓아라.
  아무 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그 생각조차 내려놓으라는 뜻입니다.

방하착(放下着)과 착득거(着得去)라는 말의 일화는 중국 당나라 때의 이야기다.
  어느 날 탁발승 엄양존자가 선승(禪僧) 조주선사를 친견한 자리에서 엄양존자가 가르침을 청하면서 "하나의 물건도 가져오지  않았을 때는 어찌 합니까"" 하고 물으니, 조주선사는 "방하착(放下着) 하라"고 답한다. 이에 엄양은 다시 물었다. "한 물건도 갖고  오지 않았는데 무엇을 방하하라는 말씀이신지요?" 하고는 몸에 지닌 염주와 지팡이를 내려놓고 선사의 눈치를 살피니 선사께서는 바로 "착득거(着得去) 하시게." 라고 말했다.

​세상을 살면서 자연스레 득했던 모든 것을 비우고 다시 모든 걸 지고 가라는 뜻의 선문답을 주고받았다는 내용이다.
인생은 空手來 空手去란 말과 같이 사물의 모든 것은 공(空)인데 하물며 인간에게서 온갖 번뇌와 갈등, 원망, 집착, 애착, 이득과 손실 등등에 얽힌 모든 것을 부처님께 공손히 바치고 나와 내 것에 매달려 어리석은 아집으로부터 마음을 비우고, 마음을 내려놓으라는 뜻이 방하착(放下着)의 진정한 의미일 것이다.

​방하착(放下着)과 대비되는 말이 착득거(着得去)이다. 윗 엄양존자와 조주선사의 대화에서 "한 물건도 갖고 오지 않았는데 무엇을 방하(放下)하라는 말씀이신지요?" 하고는 몸에 지닌 염주와 지팡이를 내려놓고 선사의 눈치를 살피니 선사께서는 바로 "착득거(着得去) 하시게." 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착득거(着得去) 하시게."란 말은 "마음에 지닌 온갖 잡상을 그대로 지고 그냥 가시게나"라는 깊은 뜻을 포함하고 있다. 즉 마음속에 갖고 있는 온갖 번뇌와 갈등, 오욕칠정을 포함한 유무형의 가치를 그대도 가지고 여기를 떠나라는 선승의 말이다.

**조병화-의자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이 의자를 비워드리지요.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드리겠어요 
                                                           
먼 옛날 어느 분이                                                                           
내게 물려주듯이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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