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Nvidia)의 ARM 인수가 불발될 위기에 처했다. 애플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NSO 그룹(NSO Group) 소송’ 그리고 ‘2022년 애플 신제품 계획’보다 더 중요할 수 있는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큰 난항을 겪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실리콘 개발사가 이도 저도 아닌 상태에 놓여 있다.
우선, 그 배경을 알아보자. 앞서 엔비디아는 소프트뱅크로부터 Arm을 미화 400억 달러(한화 약 47조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경쟁 규제기관에서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반경쟁적이라고 우려하면서, 심층 조사에 착수했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반발과 영국 및 유럽의 규제 조치에 직면해 있다.
FTC는 지난 12월 1일(현지 시각)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차세대 기술 경쟁을 해칠 수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FTC 경쟁국장 홀리 베도바는 “한 반도체 대기업이 차세대 기술을 위한 혁신 파이프라인을 억제하지 못하도록 반도체 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이번 합병을 막는 소송을 제기한다”라면서, “미래의 기술은 현재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달려 있다. 엔비디아의 Arm 인수로 인해 반도체 시장에서 Arm의 이점이 왜곡되고, 합병된 회사는 엔비디아의 경쟁사를 부당하게 약화시킬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데이터(GlobalData)의 수석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빅넬은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불투명해졌다. 규제기관으로부터 승인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소프트뱅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선택지는 많지 않아 보인다. 규제 환경이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능성 있는 인수업체도 희박해 보이기 때문이다.
Arm 매각이 무산될 경우 소프트뱅크는 Arm을 기업공개(IPO)해 분사하거나 또는 영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다.
소프트뱅크가 현금화에 직면하게 된 어려움을 감안할 때 사모펀드 투자자가 관심을 보일 것 같지는 않다.
엔비디아가 규제기관을 납득시키고, 애플을 포함한 경쟁사를 안심시키기 위해 대안적인 비즈니스 계획을 세울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려면 몇 가지 중대한 타협을 해야 한다. 이게 현재까지의 상황이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기술 회사가 애플을 따라 Arm 프로세서 설계를 채택하면서(마이크로소프트 및 퀄컴 포함) 앞으로의 Arm 오너십에 관한 불확실성은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Arm 라이선스와 관련해 FTC에서 주장하는 근거 중 하나는 엔비디아가 라이선스 사용자의 민감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많은 기업과 마찬가지로 애플은 Arm 라이선스 사용자이기 때문에 중립적인 협력사로 간주되는 Arm과 민감한 정보를 공유한다.
여기서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게 되면 (Arm의) 중립적 지위가 의심받게 될 것이고, 이 칩 개발사는 엔비디아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는 혁신 추구에도 나서지 않게 될 것이다. 엔비디아는 애플 및 다른 경쟁사의 기밀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애플 실리콘은 어떠한가?
글로벌데이터의 컨설턴트 애널리스트 마이크 오르메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방 안의 코끼리는 애플이다. Arm 기반으로 A 시리즈 및 M 시리즈 칩 제품군을 개발했음에도 애플은 침묵을 지켰다.
애플이 지난 2020년 소프트뱅크와 Arm 인수 논의를 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런 점에서 애플은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성사될 가능성을 반기지 않을 것이다.”
애플은 Arm 레퍼런스 설계를 바탕으로 한 아이폰 및 새로운 맥 칩을 내세워 정상을 향해 질주했다. 그리고 이 회사는 이미 Arm의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지만 아직 충분하게 강력한 대안은 없다(RISC-V이 그중 하나일 수 있다).
애플이 Arm을 인수할 수 있지만 가능성은 적다. 이 회사에서 Arm을 사들이기로 하는 경우(또는 인수하기 위한 그룹을 만드는 경우) 두 가지 카드가 있다.
1. (애플은) 대부분의 다른 기술 회사보다 더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2. Arm이 브렉시트(Brexit)로 타격을 입은 영국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저렴하다고 간주될 수 있다.
하지만 애플 역시 퀄컴을 포함한 경쟁사에 반경쟁적인 방식으로 행동하지 않을 것을 확신시켜야 한다. 또한 퀄컴이 이전에 NXP를 인수하려다 실패했다는 점 그리고 현재 애플과 퀄컴의 관계를 고려할 때, 이들이 협력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사실상 이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안타깝게도 어느 한 회사가 Arm을 인수하려는 모든 시도는 상대방의 반대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미국 기업이 전략적으로 중요한 칩 설계 회사를 장악하려고 한다면 다른 국가 규제기관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
사용자에게 의미하는 바는?
단기적으로는 거의 의미가 없다. 사용자들은 계속해서 맥, 아이폰, 아이패드, PC, 서피스 태블릿, 퀄컴의 Arm 기반 스마트폰 및 새로운 스마트 홈 기기 등을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중기적으로는 전 세계에서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프로세서 설계 회사의 불확실성이 미래 혁신을 제한할 수 있다.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애플을 비롯해 현재 Arm 아키텍처를 쓰고 있는 많은 기업은 어떤 형태로든 곤경에 처하게 될 전망이다.
핵심 레퍼런스 설계의 지속적인 혁신에 따라 경쟁 우위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애플팀은 Arm 레퍼런스 설계를 기반으로 자체 칩을 개발해 상당한 경쟁 우위를 입증했기 때문에 이를 우려할 것이다. 이 회사는 (소유권 분쟁으로) 10년 이상 노력해온 프로세서 업계 리더십을 잃고 싶지 않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어떠할까? 필자는 애플이 Arm이나 그 누구도 없이 자체 프로세서를 구축하려면 실리콘 개발 기술의 통제권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Arm은 아니더라도) PA 세미(PA Semi) 및 인텔 모바일 모뎀칩 사업부 인수만큼 중요한 추가 M&A가 있으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소프트뱅크가 처음 Arm 매각 논의를 시작했을 때, 애플의 실리콘팀은 이러한 가능성을 고려했을 터다. 아니면 적어도 애플 실리콘팀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역량을 증명했고, 이는 (애플 실리콘팀이) 이미 비상 계획을 세우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그 계획은 예상보다 더 진척된 것 같다. 애플은 2010년 Arm 기반 자체 칩 설계를 처음 선보였다. 애플 실리콘은 이제 10년이 넘었다. 새로운 세대로 마이그레이션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아마도 현재 모델이 리그 정상에 있을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