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실업률이 타 업계 실업률의 절반 수준으로 매우 낮은 편이지만, IT기업이라고 다 같은 건 아니다. 물론 실력만 있다면 고소득 연봉을 받기 쉬울 수도 있지만, 기업 문화나 복지, 기타 여건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 있는가? 고소득 직장이라고 반드시 행복할까? 미국 직장 평가 사이트인 글래스도어(www.glassdoor.com)에 올라온 익명의 직원 리뷰를 통해, 전현직 직원들의 평가가 우수한 IT기업 5곳과 그렇지 못한 IT기업 5곳을 뽑아봤다.
‘베스트’ IT기업 여기 선정된 5개 기업들은 직원들에게는 가히 꿈의 직장, 일하고 싶은 직장, 행복한 직장이라 할 수 있겠다. 기업 문화나 급여, 복지, 또는 혁신적인 제품을 가장 먼저 만들고 접한다는 자부심 등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어쨌거나 IT업계에서 일하는 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다니고픈 직장들이다
구글 일하고 싶은 베스트 직장이라고 하면 첫 번째로 꼽히는 곳은 검색엔진 및 앱 자이언트 구글이다. 일부 직원들에게서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기가 어렵다는 평가도 있었으나 전반적인 보수, 복지, 특전 등 혜택이 최고 수준이며 기업 역시 최고의 구직자를 선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게다가 구내 식당도 무료라고 한다.
F5 네트웍스 워싱턴의 네트워킹 테크놀로지 및 솔루션 업체 F5 네트웍스(F5 Networks)는 지난 5년간 약 2배 가까이 규모가 늘어났지만 사내 문화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한 직원이 익명으로 밝혔다. “...회사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직원들을 부품이 아닌 인간으로 대해주는 분위기다... F5 역시 이러한 기업 문화를 지키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익명의 직원은 말했다.
페이스북 페이스북이라는 기업을 싫어하는 사람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페이스북이 직원들에게는 좋은 기업임은 분명하다. 어쨌거나 글래스도어에 올라온 리뷰에 따르면 그렇다. 비디오 게임방은 물론 (논란이 있긴 하지만) 여직원들을 위한 난자 냉동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등, 직원들이 만족감을 느낄 수 있게 최선을 다하는 분위기다. 또한 직급에 관계 없이 정직하고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점 역시 페이스북만의 장점이라고 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밝혔다.
어도비 익명의 직원 리뷰에 따르면 어도비는 훌륭한 사내 문화와 복지 정책 때문에라도 상위 5위 안에 오를 만하다고 한다. “어도비는 꽤 큰 기업이지만 진심으로 직원들 복지에 신경 쓰는 것이 느껴진다. 또 판매하는 제품, 서비스도 매우 다양한 편이기 때문에 발전 기회도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고 한 직원은 말했다.
애플 “모든 부서에 천재들이 있고 이들과 함께 일한다. 소비자들을 열광케 하는 제품을 만들고, 전에 없던 것들을 새롭게 창조해낸다. 이런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할 수 있는 회사가 얼마나 되겠는가?”라고 애플의 한 직원은 말했다. 소비자 가전 및 소프트웨어 업체 애플은 혁신과 창의성을 중요시하는 기업 문화, 그리고 후한 직원 복지와 혜택 덕분에 일하기 좋은 직장 리스트에 자주 오른다. 그렇지만 동시에 업무강도가 높아 일과 삶의 균형이 깨지기 쉽다고 몇몇 직원들은 익명으로 경고하기도 했다.
‘워스트’ IT기업 미리 말해두자면, ‘워스트 IT기업’에 이름을 올린 IT 기업들도 소매업이나 패스트푸드 같은 다른 업계 기업들의 상황에 비하면 괜찮은 정도의, 어쩌면 천국으로 보일 정도의 업무 환경을 제공하는 곳들이다. 그렇지만 좋은 인재를 모셔오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IT업계에서 ‘괜찮은’ 정도로는 비교 우위를 점하거나 우수한 인재를 유치할 수 없다. 글래스도어 리뷰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IT기업 5곳을 소개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소프트웨어 자이언트 마이크로소프트는 혁신, 직원 복지, 보수 측면에서는 괜찮은 점수를 받았지만 한 익명 리뷰어가 지적하듯 점점 더 자만해지는 회사 분위기와 함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관료주의에 물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작년에는 CEO 사티야 나델라가 여성은 임금 인상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발언해 이미지가 더욱 나빠졌다.
IBM IBM에 대한 평가는 별 3개에 그쳤으며 직원 리뷰어들 사이에서도 ‘괜찮다’는 평 밖에 받지 못했다. IBM은 재택 근무가 활성화된 기업이지만 익명의 리뷰어들에 따르면 성장과 승진 기회가 적고 보너스나 상여금 지급 구조가 비효율적이어서 직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특히 CEO인 버지니아 로메티의 지지율은 48%로 매우 낮았다.
HP 전설적인 하드웨어 업체 HP는 보수와 직원 복지 측면에서는 평균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지만 CEO 마크 허드가 나간 이후로 점점 더 나아지리라는 기대를 사고 있다. 마크 허드가 CEO에 앉아있는 동안에는 “주주들에게만 관심을 가졌고 장기적 비전이나 직원들의 가치에 대해서는 눈곱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기업”이었다고 한 익명의 리뷰어는 밝혔다.
시스코 네트워킹 및 통합 커뮤니케이션 거물 시스코는 유연성과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보수가 낮은 편이고 한 익명의 리뷰어가 말했듯 전 부서를 관통하는 회사 자체의 통합된 비전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았다. 또한 중간 관리직들 사이에 관료주의가 팽배해있고 승진 기회가 부족해 혁신을 저해하고 있다고 리뷰어들은 말했다.
액센츄어 IT컨설팅 자이언트 액센츄어 직원들에게 가장 힘든 점은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기 어렵다는 것(비록 회사에서는 이를 특전이라고 주장하지만),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기르기 어렵다는 것, 그리고 뒤쳐지는 사람은 두고 간다는 냉정한 회사 문화라고 한다. 물론 개중에는 이런 분위기를 싫어하지 않는 이도 있을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직원들은 불만족스러운 듯 했다.
추가 : 컴캐스트 인터넷 및 케이블 TV업체 컴캐스트는 2014년 컨슈머리스트가 선정한 ‘업계를 막론하고 가장 일하기 싫은 최악의 업체’에 선정됐다. 이는 월마트나 몬산토 같은 기업도 제친 결과였다. 타임워너 케이블(Time-Warner Cable)과의 합병 역시 별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한 익명의 리뷰어는 ‘컴캐스트에서 일하면서 유일한 장점이라면 케이블과 인터넷을 싸게 쓸 수 있다는 것뿐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