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API가 무엇인지 또는 무엇을 하는지 제대로 이해한 대법관은 거의 없어 보였지만 美 연방대법원의 최종 판결은 오픈소스 개발자를 포함하여 모든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 ‘승리의 외침’이었다.
美 연방대법원이 구글과 오라클 간의 ‘10년 자바 저작권 전쟁’에서 내린 최종 판결을 100%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
‘구글이 승리했다’ 또는 스티븐 브라이어 대법관이 판결문에서 밝힌 것처럼 ‘구글이 (자바 API를) 복제한 행위는 저작권법 위반이 아니다’라는 것만 알면 된다. 이것이 사실이기도 하고 전부이기도 하다.
앞서 구글은 두 가지 주장을 내세우며 법정에 섰다. 첫째, API는 저작권으로 보호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둘째, API의 저작권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구글이 안드로이드 개발을 위해 자바 API를 사용한 것은 공정 사용의 범위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두 가지 중에서 더 중요한) 첫 번째 주장에 관한 언급은 하지 않으면서, “기술, 경제, 비즈니스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을 감안할 때 당사자 양측의 분쟁을 해결하는 것 이상으로 답변할 필요는 없다”라고 전했다.
그래도 대법원이 오라클의 손을 들어주었을 때보다는 훨씬 나으며, 만약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마이크로소프트가 법정 의견서에서 말한 대로 혁신에 마치 재앙 같은 결과가 닥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 업계에서는 API가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 대상인지 아닌지 명확하지 않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대법원에서 API와 상호운용성과 관련된 공정 사용에 대해 관대한 입장을 취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개발자는 공정 사용 원칙의 중심에 있게 됐다.
API를 저작권법으로 보호하는 세상...
지난해 <인포월드(InfoWorld)> 소속 기자 한누 발토넨은 API가 저작권을 가질 수 있다고 간주되는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모든 것을 정리한 기사를 보도했다.
이를 간단히 요약해보자면, 개발자는 수십 년에 걸쳐 이뤄져 온 일반적인 개발 관행을 잊어야 하는 한편 기업들은 API로 수익을 얻기 위한 조치를 취했을 것이다. 또 제품 간에 호환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대기업들의 이익이 우선시됐을 것이다.
쉽게 말해, 끔찍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상 대법원이 판결을 내리기 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클래런스 토마스 대법관이 반대 의견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 문제를 회피했기 때문이다. (그는 “API가 저작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을 회피했기 때문에 과반수는 관련된 법안을 묵살하고 공정 사용 분석을 왜곡했다”라고 말했다.)
물론 대법관들이 이 질문을 회피했다고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들이 양측 변호인단에게 한 질문을 보면 (브라이어 대법관을 제외하고) API가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다. API가 저작권 보호 대상인지 살펴보기 위해서는 API의 기능을 더욱더 잘 파악했어야 했다.
그래서 이전과 마찬가지로, 저작권과 API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명시적으로 API가 저작권으로 보호된다고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희망은 있다. 이 일로 (아르스 테크니카의 선임 기자인) 티모시 리가 지적한 것처럼 저작권 취득 가능성을 왜곡했던 이전의 항소 판결이 뒷받침될 수 있다.
또한 상호운용성을 위해 API를 복제하는 것은 공정 사용이라는 게 분명해졌지만 API를 호출하는 제품이 직접적인 경쟁 제품이거나 전매특허제품의 오픈소스 버전인 경우 그 사용이 얼마나 ‘공정’한지에 대해서도 아직 모호하다.
오픈소스를 약화시킨다?
이 부분은 약간의 혼란이 존재하는 부분이며, 적어도 월스트리트저널에서는 더욱더 그러하다. WSJ의 기자 앵거스 로튼은 “10년간 벌여온 오라클과 구글 간 법정 싸움에서 구글의 손을 들어준 대법원의 판결은 컴퓨터 코드를 무료로 공유하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이면의 비즈니스 모델을 재차 확인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했다”라고 보도했다.
필자는 대법원의 판결이 그런 일까지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뒷받침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찬성한다.
예를 들면 로튼은 포레스터(Forrester)의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무터의 말을 인용하면서, “오라클에 유리한 결정을 내렸다면 경쟁 소프트웨어 코드 간의 유사성에 대한 소송으로 협박하는 저작권 괴물들에게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개발사들이 노출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오픈소스 개발자뿐만 아니라 모든 개발자에게 적용되는 이야기다. 그리고 사실상 지난 10년 동안 모방하는 사람이 아니라 진정한 혁신가였던 오픈소스 개발자들에게는 관련성이 없을 수도 있다.
쿠버네티스(Kubernetes), 파이토치(PyTorch), 아파치 카프카(Apache Kafka), 레디스(Redis) 등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저작권 침해로 흠 잡힐 심각한 위험이 없다. 이들은 모두 복제 코드가 아니라 최신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법원의 판결은 오픈소스 여부를 떠나 모든 개발자의 중요성에 중점을 뒀다. 개발자가 API로 호출하는 코드의 소유자에게 초점을 맞추는 대신 대법원은 이런 개발자들의 가치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는 중요한 문제다.
대법원은 “개발자가 다른 컴퓨팅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필요한 것만 복제했기 때문에 구글의 제한적인 API 복제는 공정 사용에 해당된다”라고 입장을 밝히며 판결을 내렸다.
좀 더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과반수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구글은 자바에 익숙한 수백만 명의 개발자가 새로운 안드로이드 플랫폼에서 쉽게 작업할 수 있길 원했기 때문에 약 1만 1,500줄의 코드를 자바 SE 프로그램에서 복제했다.”
이는 오픈소스 개발자를 포함한 모든 개발자에게 승리의 외침이다. 대법원이 API 저작권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묵살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대법원은 개발자들이 좋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 좋은 것이 무엇인지 고려하여 공정 사용의 정의를 확대했다. 이는 코드에 오픈소스 라이선스를 적용하기로 한 모든 개발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출처 : CIO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