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업계의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대응책이 아직까지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각 업체가 현지 생산 모델을 즉각 늘리는데 한계에 봉착하면서 미국 시장에서 최소 1년 동안 미국 브랜드들이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미국 에너지부가 공개한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차종 목록'에 따르면 총 28개(중복 제외)의 차종이 IRA에 따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는 지난달 IRA가 발효된 당시와 동일한 숫자다.
미국 에너지부가 작성하는 명단에 포함되려면 각 완성차업체는 직접 해당 차량이 미국에서 조립됐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완성차업계는 그동안 미국에 새로운 차급을 출시할 때마다 사용된 북미산 부품 비율과 부품 가격 등의 정보를 미국 정부에 제공해왔다.
미 당국은 혜택을 받으려면 이를 새로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해당 자료를 점검하는 동시에 명단 포함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설명이다.
에너지부는 제출된 내용을 확인·반영해 필요하다면 매주 수정한다는 방침이지만 한 달간 바뀐 내용이 없다.
당장 내달 출시가 예정된 독일 폭스바겐의 신형 ID.4도 지난 7월부터 미국 테네시주 공장에서 생산 중임에도 세액공제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미 당국의 심사가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목소리도 업계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 브랜드조차 세액 공제 혜택 등록 절차가 까다롭고 길다고 호소 중"이라며 "여러모로 수정이 필요한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세액공제를 받는 28개 차종을 제외하고는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중 중 22개가 미국 브랜드다.
미국에서 생산 확대를 갑자기 늘리기 쉽지 않을뿐더러, 생산을 해도 그 사이 시장을 선점한 미국 차에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최근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EQS SUV 생산을 시작했지만 당초 이전과 비교하면 피해가 크다.
IRA 전만 해도 총 10개 차종이 세액공제 대상이었지만 2023년형 EQS SUV 모델만 살아남았다.
주력 차종이 전부 살아남은 테슬라·리비안과 상당수가 이름을 올린 포드·쉐보레 등과 비교해 배치되는 모양새다.
14개 차종이 명단에서 모두 제외된 현대자동차그룹은 IRA 대응책으로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의 조기 가동과 기존 미국 공장 활용 등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조기 가동을 해도 1년 동안 보조금 없이 시장 경쟁력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토요타·폭스바겐·벤츠 등 완성차업계는 이에 주로 배터리 규제에 대한 대응책을 위주로 발표하는 상황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도 "글로벌 브랜드들이 선뜻 (차량 생산 관련)거액의 미국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이들의 투자 추진 계획이 빨라질 수는 있겠지만 검토하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결국 미국 브랜드만 향후 수년간 중점적으로 보조금 혜택을 받으면서 선점 효과를 누릴 전망이다.
이 위원은 "미국 완성차업계가 내년 1월부터 생산량을 늘릴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이 지난달 포드에게 미국 전기차 시장 2위를 내줬는데 결국 미국 자동차 브랜드가 1년 넘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출처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