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례로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 BMW의 '불자동차', 렉서스의 '노노재팬' 같은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벤츠는 어부지리로 판매량을 쑥쑥 키울 수 있었다.
그러다 2016년 폭스바겐 디젤게이트가 터지며 상황이 급반전되기 시작했다. 급기야 환경부가 '판매정지' 처분을 내리며 그해 폭스바겐 판매량은 1만3178대로 전년대비 63% 급감했다.
이 폭스바겐의 빈 자리는 그대로 벤츠와 렉서스가 나눠 가졌다. 벤츠는 2016년 5만6343대를 팔았고, 렉서스는 1만594대로 판매량이 수직 상승했다.
기세를 잡은 벤츠에게는 2018년 또 한번 기회가 찾아온다. 라이벌 BMW가 연이은 발화로 '불자동차' 논란에 휘말린 것이다.
2017년 연간 판매량 5만9624대로 6만대 돌파를 넘봤던 BMW는 이 한방으로 2018년 5만524대로 판매량이 급감했다.
2019년에는 다시 4만4191대로 하락했다. BMW가 발화 논란을 겪자 구입할 차가 마땅치 않은 고객들은 다시 벤츠에 줄을 섰다. 벤츠는 2018년 역대 첫 7만대 판매량을 넘었다.
7만대를 달성한 후 2년 만인 2019년 벤츠는 또 한 번의 도약 기회를 잡는다. 이번에도 경쟁업체의 악재가 판매량 증가에 결정적 역할를 했다. 2019년 한·일 무역분쟁이 터지며 일본차 불매운동인 '노노재팬' 붐이 일어난 것이다.
사람들은 일본차 대신 독일차로 급격히 쏠렸다. 그나마 경쟁력이 있던 렉서스가 노노재팬으로 직격탄을 맞으며 더 이상 '강남쏘나타'로 자리잡은 벤츠의 경쟁자가 되지 못했다.
렉서스 판매량은 2018년 1만3340대에서 2019년 1만2241대로 마이너스 성장했다. 올 들어서도 4월까지 렉서스 판매량은 1856대에 그친다. 반면 같은 기간 벤츠는 2만2145대를 팔며 수입 경쟁사를 압도했다.
그러나 이제 벤츠에게도 올 것이 왔다. 환경부가 최근 벤츠의 경유차 배기가스 불법조작 사실을 적발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환경부는 벤츠에게 무려 79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형사 고발하기로 했다. 2016년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가 그대로 벤츠로 감염될 조짐이다.
벤츠 소유주들을 중심으론 벌써부터 "내 가족들이 이제껏 유해가스를 먹고 있었던 것이냐"는 울분이 들린다. 벤츠는 환경부 결정에 불복하고 있지만, 수입 제한이 이뤄질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일부 벤츠 소유주들은 벤츠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내놓는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일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더 많은 손해배상을 물리는 제도로 '독일차'에 대한 한국 고객들의 무한 신뢰가 꺾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출처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