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는 현대차그룹 산하 미래 모빌리티 전담 조직으로 지난해 초 출범한 '뉴 호라이즌스 스튜디오'가 주축이 돼 개발한 제품이다.
2019년 미국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공개된 걸어다니는 모빌리티 '엘리베이트(Elevate)'처럼 모듈형으로 제작됐다. 다양한 부품을 결합·분해할 수 있다.
다만 엘리베이트가 유인 모빌리티라면 타이거는 그보다 훨씬 작은 크기로 철저하게 무인용으로 개발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앞뒤 길이는 80㎝, 좌우 폭은 40㎝이며 무게는 12㎏ 정도에 불과하다. 4개의 로봇다리에 바퀴가 달려 있으며 이 로봇다리가 완전히 접히기 때문에 평소엔 바퀴 4개 차량으로, 필요시엔 사족(四足) 보행 로봇으로 변신할 수 있다.
일단 평탄면은 사륜구동으로 주행하지만 울퉁불퉁하거나 사람이 들어가기 어려운 오지 등에선 바퀴 달린 다리가 쭉 뻗어 나와 걸어서 이동하게 된다.
특히 장거리 이동 시엔 아예 비행도 가능하다. 철저히 결합과 분해가 가능한 모듈형으로 제작됐기 때문에 타이거 위에 '무인항공기(UAV·Unmanned Aerial Vehicle)'를 결합하면 그대로 날아갈 수 있다. 무인항공기와 타이거는 서로 접촉한 상태에서 상대방을 충전시킬 수도 있다.
이번에 공개된 타이거의 첫 콘셉트 모델 명칭은 'X-1'으로 여기서 X는 '실험용'을 의미한다. 따라서 타이거는 이번에 시제품 외형으로만 공개됐을 뿐 아직 상용화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어느 곳도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는 만큼 향후 타이거가 상용화되면 다양한 센서를 활용한 과학 탐사나 응급 구조 시 긴급 보급품 수송용으로 투입될 전망이다. 오지로 상품을 배송하는 등 일반 차량으로는 하기 어려운 다목적 임무도 수행할 수 있다.
외형적으로는 전진과 후진뿐 아니라 좌우로도 쉽게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대칭적 디자인' 구조를 갖춘 게 특징이다. 차체 내부에는 별도의 화물 적재실을 보유해 물품 보호 기능을 강화했으며 로봇다리로 상시 수평을 유지할 수 있어 험로나 극지 등 노면 상태가 불규칙한 공간에서도 물품을 안전하게 운송할 수 있다.
뉴 호라이즌스 스튜디오는 타이거를 개방형 협업 방식으로 개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인공지능(AI) 기반의 미국 엔지니어링 설계 업체 '오토데스크'와 콘셉트 디자인 전문 기업인 미국 '선드버그-페라'가 현대차그룹과 손을 맞잡았다.
오토데스크는 AI 기반 특수 디자인 기술로 타이거의 다리와 휠, 섀시, 타이어를 가볍고 견고한 3차원(3D) 프린팅 방식으로 제조할 수 있게끔 설계 부문에 힘을 보탰다. 선드버그-페라는 외부 스타일링과 차체, 다리 부품을 설계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에 참여했다.
현재 뉴 호라이즌스 스튜디오를 이끄는 사람은 존 서 현대차그룹 상무다. 그는 이번 타이거가 '극강의 모빌리티 차량(Ultimate Mobility Vehicle)', 줄여서 'UMV'에 해당한다고 강조한다.
서 상무는 "그간 여러 이동수단이 개발됐지만 로봇다리와 바퀴가 결합된 차량은 이번 타이거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타이거 시제품 공개를 바탕으로 향후 상용화를 위한 본격적인 개발이 진행되면 현대차그룹의 무인 모빌리티 개발에도 한층 가속이 붙게 될 전망이다.
서 상무는 "타이거 같은 미래 모빌리티와 그 토대가 되는 신기술은 우리의 상상력이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동력을 제공한다"며 "뉴 호라이즌스 스튜디오는 차량 설계와 제조 방식, 미래 모빌리티 개념 등을 재정립할 수 있는 방안을 끊임없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