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에 예뻐도 이웃에겐 재앙반려동물 `이웃갈등` 어찌 풀까

글쓴이: kimmiae  |  등록일: 10.02.2018 15:02:11  |  조회수: 573
서울시 강남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김나영(가명)씨는 스트레스가 많다. 모든 고민의 시작은 4년 전 윗집이 이사 오면서부터였다고, 김씨는 생각했다. 윗집에는 시추 6마리가 산다. 소형견인 시추가 ‘왈왈’거리는 소리가 김씨 귀에는 대형견이 ‘컹컹’ 짖는 것처럼 크게 들렸다. 한 마리가 짖을 때는 어떻게든 참아보겠지만 여러 마리가 한꺼번에 짖을 때는 견딜 수가 없었다. 이른바 층간소음이었다.

하루는 윗집에서 창문 밖으로 개 담요를 털었는지, 하늘에서 하얀 개털이 나풀나풀 내려왔다. 털 뭉치는 김씨 집 창문 방충망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개털과 방충망은 서로 엉겨붙었다. 그제야 더러워진 창문을 본 김씨는 기겁을 했다. 윗집에 바로 항의를 했고, 윗집에서는 미안하다며 방충망을 새로 바꿔줬지만, 김씨는 또 털이 날릴까 두려워 창문을 열고 지낼 수가 없었다. 김씨는 개 소음이 안 나도록 조치를 해주거나, 그렇지 않으면 윗집이 이사갈 것을 요구했다. 언젠가부터 윗집에 개가 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신경쓰였다.

김씨는 입주자 대표회의, 관리사무소에 이어 서울시와 동물보호단체에도 갈등 조정을 부탁했다. 지난해 10월 김씨의 민원을 접수한 서울시 동물보호과 공무원이 서울시에서 교육한 동물보호명예감시원과 함께 갈등 당사자들을 차례로 만났다.

입장 차이를 좁히기 위해 동물보호명예감시원 등이 내놓은 첫번째 방안은 짖음 방지용 입마개나 목걸이, 그것도 안 되면 성대 수술을 하는 것이었다. 윗집 가족들은 시추가 짖는 소리가 그렇게 크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또 “입마개는 채워봐도 소용이 없다. 수술은 마취를 해야 해서 부담된다. 유기견보호소에서 데려온 개들이라 나이가 많고 몸이 약하다”라며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두 집은 4~5개월이 지나도록 타협을 보지 못했다. 동물보호단체도 조정에 실패했다. 윗집이 이사 가지 않는다면 소음 피해를 증명할 문서를 만들어 윗집을 고소하겠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었다. 현장을 방문했던 김경숙(55) 동물보호명예감시원은 “서로 자기주장만 했다. 동물을 키우는 사람도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도 서로 양보해야 사람과 동물 모두 같이 살 수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동시에 반려동물로 인한 갈등도 자주 발생한다. 서울시가 2015년 8개 자치구에서 반려동물로 인한 불편을 호소한 경우를 분석해보니 1035건이었다. 소음이 36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사체 관련 327건, 배설물을 안 치우는 등 배설물 관련 152건, 목줄을 매지 않음 90건, 개를 방치함 69건, 물려서 다쳤을 때 34건 등의 순서였다.

“개 짖는 소리에 잠을 못잔다”
“그렇게 크게 짖지도 않는데”
서울시 동물갈등조정 성공률 0%
“감정싸움 번져 타협 어려워”
여름철 가장 심해…소음 호소 1위

이웃 주민 입장서 생각할 줄 알고
문제가 있는 행동은 치료해줘야
‘반려동물 동거’ 미리 알릴 필요도

소음 문제는 문을 열고 지내는 여름에 특히 주요 갈등 요인이 됐다. 지난해 서울 강동구의 월별 반려견 소음 민원 현황의 그래프를 그려보면 완만한 경사의 산 모양을 그린다. 1월에는 3건으로 미미하지만 5월 6건을 지나 6월 8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7~8월 7건, 12월 3건 순으로 잦아든다. 올해도 상황은 1월 3건, 6월 7건으로 비슷하다. 강동구 동물복지팀 이정원 주무관은 “특히 창문이나 현관문을 열고 생활하는 여름철에 반려동물과 관련한 주민 사이에 다툼이 많이 신고된다”고 말했다.

강남구 김씨 사례에서 보듯 서울시의 갈등 조정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김씨 사례를 포함해 지난해 7월부터 서울시가 동물갈등 조정 활동에 나선 민원은 4건이었다. 길고양이 10여마리에게 밥을 주는 캣맘과 이웃(용산구), 100여마리의 길고양이를 키우는 집과 주민들의 갈등(금천구), 혼자 있을 때 이웃집 개가 짖어 괴로운 고시생과 개 보호자의 갈등(광진구) 등이었다. 하지만 4건 중에 이웃이 화해하고 동물과 같이 지낸다는 것을 합의한 적은 하나도 없었다. 주민 사이의 격한 다툼을 다독여뒀을 뿐이다.

서울시의 동물갈등조정관 활동을 처음 고안했던 동물보호과 관계자는 “해결될 민원은 보통 구청 단위에서 해결된다. 시까지 민원이 접수된 사안은 누가 가도 해결이 안 될 만큼 이미 서로 감정이 상해 있는 상태가 대부분이다. 서로 감정이나 자존심 싸움이 되기 전에 합리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했다.

대형견이 입마개를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먼저 이웃을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전진경 이사는 “어떤 사람은 자유를 느끼라며 개를 공원에 풀어놓는다. 또 길고양이 밥을 줄 때 배설물을 안 치우는 사람도 있는데 동물 싫어하는 이웃이 이 모습들을 본다면 얼마나 싫겠나. 법만 잘 지켜도 싸움은 꽤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동물보호법 제13조 2항엔 개와 같은 동물을 동반하고 외출할 때는 목줄 등 안전조치를 해야 하며, 배설물이 생기면 바로 수거하도록 명시돼 있다. 이를 어길 경우에는 5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기 전에 스스로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는 당부이다.

심하게 짖는 것같이 동물의 특정 행동 때문에 이웃의 생활이 불편하다면, 그 동물의 행동을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있다. 갈등을 해소하려면 결국엔 문제의 원인인 동물의 행동을 고쳐야만 하기 때문이다. 독일 괴팅겐 근처 동물보호소 수의사로 일한 적 있는 이혜원 건국대 3R동물복지연구소 부소장은 “독일도 공무원인 수의사가 민원현장에 가서 민원을 접수한 이유를 파악한다. 대신 동물의 행동이 갈등 요인이라면 동물의 그런 행동을 교정하기 위해 노력한다. 동물의 행동을 바꾸도록 보호자에게 주의를 주거나 지시를 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집에 혼자 오래 있어 짖는다면 보호자는 개를 더 자주 산책시켜야 하고, 개를 오래 혼자 둬야 할 경우에는 개가 외롭지 않도록 펫시터(동물 돌봐주는 사람)에게 보내라는 등 동물의 입장에서 행동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식이다.

이웃간의 갈등은 예방이 최선이다. 이런 점에서 이웃에게 먼저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는 것을 알릴 필요도 있다.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센터 공동대표는 “소음이 법정기준치보다 낮아도 못 견뎌 할 수 있다. 이웃이 싫어 가짜로 민원 접수하는 경우도 많다. 이웃간의 관계가 좋지 않아 이웃을 이해할 생각이 없는 것이 가장 문제”라며 “먼저 관계를 잘 설정해두면 서로 통하는 게 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이웃이 눈치 줄까 봐, 길고양이 밥을 주는 걸 이웃이 알고 앞으로는 밥 주지 말라고 할까 봐 숨어서 하지 말라는 뜻이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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