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그거 아빠가 써준 거 맞지

글쓴이: 제보자  |  등록일: 05.14.2015 12:23:53  |  조회수: 1652
"아빠!!
"아빠,그거 대신 써준 거 맞지?
이산하 선생님의 글 공유합니다.
<그가 무죄판결을 받았다고 해서 우리까지 무죄는 아니다>
'유서대필 사건’ 강기훈씨(51)의 무죄가 확정됐다. 24년 만이다. 오랜 세월, 그가 처절한 고통과 외로움으로 혼자 신음할 때 우리는 침묵했고 방관했다. 그것이 유죄다. 24년 후 세월호도 그럴 것이다.
3년 전(2012. 10) 서울시립대 <강기훈의 쾌유와 진실을 위한 후원콘서트>에 보낸 낭송시를 뒤늦게 공개한다.
우리가 그의 진실을 알고자 한다면 -이산하
“아빠, 그거 진짜 대신 써준 거 맞아?”
이렇게 묻는 어린 딸의 진지한 눈빛을 본 순간
강기훈은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1991년 봄,
독재정권의 광풍에 맞서 날마다 젊은 영혼들이
온몸을 불사르고 허공을 향해 몸을 던졌다.
그들을 향해 누구는 ‘어둠의 세력’이라 매도했고
또 누구는 ‘죽음의 굿판’이라고 저주하며
마녀사냥의 나팔수가 되었다.
그 광풍 속에서 29살의 한 청년의 영혼이 부서지기도 했다.
누명을 쓴 그는 한 인간으로서의 모든 것이 찢어져
짐승보다 못한 패륜아로 전락했고
그 가족들은 평생을 저주 받으며 살아야 했다.
누구 하나 그를 대신해 아파해주지 않았고
누구 하나 그를 대신해 울어주지 않았다.
어느 날부터 누명 같은 검은 암세포가
그의 몸을 갉아먹기 시작했고, 그땐 이미
그의 아버지도 그의 어머니도 홧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들의 억울한 누명이 그들을 데려 간 것이다.
그가 20년 동안 혼자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그가 어둠보다 더 어두워져 혼자 신음하고 있을 때
그가 하루에도 수십 번이나 죽음의 그림자를 따라갈 때
우리는 혹 그를 잊고 살지는 않았는가.
암투병보다 더 큰 고통이 그의 처절한 외로움이었음을
우리는 혹 잊고 살지는 않았는가.
그는 지금도 우리 대신 아프고, 우리 대신 고통을 참으며
두 눈으로 이 세상을 지켜보고 있다.
어제의 판결문이 내일의 고발장이 되는 것처럼
진실은 늘 가까이 있지만 가는 길은 너무 멀고 험하다.
이제 우리가 다시 그의 진실을 알고자 한다면
이제 우리가 다시 그의 고통을 알고자 한다면
그리하여 우리의 빛이 다시 어둠을 이기고자 한다면,
29살 청년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50살 암환자로 변한 그가
다시 법정에 서서 당당히 외치는 소리를 들어야 하리라.
두 아이를 위한 한 점 부끄럼 없는 아빠의 마지막 선물
"아빠는 친구의 죽음을 이용해 유서를 대신 써준 게 아니라
이 세상의 정의와 진실을 위해 싸우며 살아온 사람이란다."
강, 기, 훈…
어쩌면 이 세상에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그의
이 처절한 영혼의 절규만큼 아름다운 진실도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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