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누구십니까

글쓴이: after100year  |  등록일: 10.24.2013 12:27:31  |  조회수: 3948
"이쯤에서,다시 한 번 정독을 해보자 !!

세계는 지금 '문화전쟁'중-윤 재근

 
문화가 없는 나라란 없다. 그러나 자문화(自文化)와 타문화(他文化)가 따로 있는 줄 아는 나라가 있고 그렇지 못한 나라가 있다. 타문화를 타산지석(他山之石) 삼아 자문화를 갈무리하는 나라일수록 자문화정신(自文化精神)이 강해 강문화(强文化)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자문화를 밀어두고 타문화를 수용(受用)하는 나라는 자문화정신이 약해 약문화(弱文化)를 면하지 못한다. 남의 것을 얻어다(受) 쓰고서야(用) 어찌 강할 것인가. 물론 경제적으로 부강한 나라가 강문화를 다짐할 수는 있지만 경제력이 곧 강문화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오히려 강한 자문화정신이 강문화의 절대조건이 된다.

 
  경제력을 축적하면서도 자문화정신이 빈약한 나라들이 있다. 그런 나라일수록 경제력이 선진국의 절대조건인 줄 알고 GNP만 올리면 선진국이 된다는 착각을 버리지 못한다. 그래서 경제력이 있어도 자문화정신이 약하면 ‘인화물(人化物)의 대란(大亂)’을 면치 못함을 모른다. 강자가 약자를 위협하고(强者脅弱), 다수가 소수를 짓누르고(衆者暴寡), 식자(識者)가 어수룩한 이를 속여먹고(識者詐愚) 노약자 어린이 외톨이 등이 살 곳을 얻지 못하는(老幼孤獨不得其所) 세상을 ‘인화물(人化物)의 대란(大亂)’이라고 이미 『예기(禮記)』의 ‘악기(樂記)’가 밝혔다. 약문화란 그런 대란을 방치하는 문화를 말하고 강문화란 대란없이 편안한 마음(安心)으로 편안히 사는(安居) 세상을 일구어내는 문화를 말한다.

 

20세기 우리는 구미문화가 곧 선진문화이고, 이를 본떠 생활의 변화를 도모해 왔다. 우리 조상들이 엮어왔던 문화는 낡았다고 밀쳐버린 지 이미 오래다. 그러다보니 지금 우리는 자문화정신의 상실증에 걸려들어 타문화의 아류로 전락한들 어떠냐는 듯이 앵무새 노릇하기를 두려워할 줄 모르고 있는 중이다. 문화란 본래 수방이토(殊方異土)로부터 비롯된다. 저마다 다른(殊) 삶의 방식(方)과 서로 다른(異) 풍토(土) 때문에 서로 다른 문화가 형성된다는 이치를 망각하면 자문화의 본래(本來)가 왜 소중한지 잊어버리게 되고, 문화를 서로 대비하여 우열(優劣)을 따질 수 없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만다. 우리 조상들은 하늘땅의 질서(天地之序)를 따른 예(禮)와 하늘땅의 화목(天地之和)을 따른 악(樂)을 받들고 수방이토(殊方異土)를 바탕으로 삼아 자문화를 구축해 왔다. 지금 우리는 그들의 참뜻을 외면하면서 타문화에 종속되고 있는 우리 자신을 방치하고 있다. 이는 결국 자문화정신이 빈약한 까닭이다.

 
  자문화정신이란 마땅하게 미래를 이끌도록 생존의 ‘다스림’을 제대로 닦고(文治), 생존의 ‘가르침’을 제대로 닦고(文敎), 생존의 ‘새로움’을 제대로 닦는(文化) 마음가짐을 스스로 일깨워감이다. 그래서 자문화정신이 강할수록 문화란 문치교화(文治敎化)의 줄임말임을 잠시도 잊지 않는다. 자문화정신이 약하면 생존의 다스림, 가르침, 새로움을 남이 하는 대로 따라하기를 부끄러워할 줄 모른다. 똑똑한 자문화정신은 언제나 타문화를 타산지석삼아 자문화를 강문화로 이끌어가는 촉매제로 활용할 뿐이지 결코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뽑게 하는 어리석음이나 손님에게 안방을 내주는 넋 나간 짓을 범하지 않는다. 그래서 문화전쟁에서 자문화를 강문화로 변화시키는 전술전략을 끊임없이 창안해 낸다.

 
 
굴뚝산업시대에 구미문화가 지배문화 노릇을 했다고 해서 정보산업시대에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보다 더한 패배의식은 없을 것이다. 굴뚝산업시대 힘의 원천이었던 자원은 지하에 매장되어 있었지만 정보산업시대 힘의 원천인 자원 즉 창조력은 두뇌에 내장돼 있다. 이 사실을 인류가 이전에는 겪어본 적이 없다. 왜 지금 세계는 미래를 문화산업의 시대라고 일컫는가? 인간의 두뇌가 창조력을 발휘하도록 다스림, 가르침, 새로움을 가장 효과적으로 실현하느냐에 따라 인간집단의 명운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문치교화(文治敎化)의 성패에 따라 정보산업의 성패가 갈리게 될 미래는 이미 21세기부터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창조력의 광맥은 인간의 두뇌 속에만 있을 뿐이므로 인간이 저마다 제 나름대로 그 창조력을 자유롭게 발휘하게 하자면 안심(安心)-안거(安居)의 생존을 보장해주는 강문화가 필요충분조건이 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러한 강문화를 누리자면 무엇보다 먼저 자문화정신이 똑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므로 강문화를 누리게 해줄 자문화정신의 생리(生理)를 새삼 갈무리 해둘 일이다.

 
  20세기 우리는 옛것을 살펴 새것을 알아채고(溫故知新), 과거를 고쳐 미래를 닦는(改往修來) 자문화정신을 상실했다. 그래서 옛것을 제치고 새것만 사귀고(除故接新), 과거를 얕보고 미래만 쫓는(輕往從來) 타문화의 아류를 마다하지 않았다. 조선조-구한말의 자문화정신 역시 문화변동의 본래를 거역한 탓으로 옛것에 멈춰서 새것을 멀리하고(止故遠新), 과거에 머물러 미래를 홀대한(住往忽來) 시대착오를 범해 자문화를 짓밟히게 하고 말았다. 이 부끄러움을 더는 감춰선 안 된다. 부끄러워하면 무슨 일이든 마땅해질 수 있다. 21세기 정보산업시대에서도 강문화는 자문화로부터 말미암음을 깨닫지 못하고  타문화의 아류에 머문다면, 우리는 GNP가 아무리 올라간들 약문화의 졸부국가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

 
 -윤재근 한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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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나도왔네1  10.24.2013 14:14:00  

    공감!!

    문화가 없는 나라란 없다. 그러나 자문화(自文化)와 타문화(他文化)가 따로 있는 줄 아는 나라가 있고 그렇지 못한 나라가 있다. 타문화를 타산지석(他山之石) 삼아 자문화를 갈무리하는 나라일수록 자문화정신(自文化精神)이 강해 강문화(强文化)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자문화를 밀어두고 타문화를 수용(受用)하는 나라는 자문화정신이 약해 약문화(弱文化)를 면하지 못한다. 남의 것을 얻어다(受) 쓰고서야(用) 어찌 강할 것인가. 물론 경제적으로 부강한 나라가 강문화를 다짐할 수는 있지만 경제력이 곧 강문화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오히려 강한 자문화정신이 강문화의 절대조건이 된다.

  • ItsBerry  10.24.2013 16:01:00  

    졸부국가

  • SUNBY  10.28.2013 14:44:00  

    이런 좋은글들이 많이 올라와 우리의 지식공간을 풍요롭게 했으면 합니다
    잘 읽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