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미개인이로소이다

글쓴이: 00  |  등록일: 05.23.2014 09:41:11  |  조회수: 1396
나도 미개인이로소이다
미국에서 살면서도 세월호 참사 생각이 문득문득 나서 머리가 멍멍하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힘든 시간들이 있었다. 피해자들은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 생각을 해본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정몽준 의원의 아들이 지난 4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국민 미개”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그는 일부 실종자 가족들의 언행을 보고 “대통령에 소리 지르고 욕하고 국무총리에 물세례ㅋㅋㅋ 국민 정서 자체가 굉장히 미개”하다고 썼다.  일부의 말과 행동을 국민전체의 대표적 행동으로 간주한 논리적 비약은 차치하더라도 수백명의 꽃다운 학생들의 생명이 꺼져가는 상황에서 써내려간 언어의 타이밍만 보더라도 굉장히 미숙한 말이다. 욕하고 소리치고 물세례를 준 사람들은 피해자 가족들로 ‘높은 분들’의 행차로 구조에 차질이 빚은 것에 대한 항의가 극한 상황에서 여과없이 표출된 표현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21세부터가 술을 마실 수 있는 법적 성인이다. 19세로 알려진 그의 나이는 여러면에서 미성년과 성인의 경계선에 있는 정도이며 어떤 다른 성인이 한 말에 영향을 받아 그런 말을 하였을 수도 있겠다. 따라서 그 말에 분개하여 소송을 낸 유가족도 너무 나간 것이 아닌가, 그리고 한국이 젊은이의 말 한마디에 너무 분열된 것은 아닌가 생각도 든다.
실제로 “틀린 말은 아니잖아요.”라고 말하는 주변사람들도 둘이나 있었다. 그런 걸 보면 틀린 말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 있는듯 하다.  서로에 대한 몰이해를 넘어 두 개의 다른 그룹, 두 개의 다른 민족으로 갈린 느낌이다.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생각할 수는 없다. 다른 의견이 있다면 견해차가 있는 것으로 받아드리며 인신공격까지 가지는 말아야 한다.
국민이 미개하다는 발언은 잘못된 말이지만 틀린말은 아니다’ 오정현 목사가 최근에 구역장 모임과 유사한 순장반 모임에서 했다는 말이다. 타이밍만 잘못되었지 맞는 말이라는 의미라고 누구라도 느낄 수 있는 발언이다. 표절 및 재정비리 의혹으로 퇴진 압력을 받는 자신의 상황을 정후보 아들이 겪는 어려움과 동일시하려는  오목사는 자신의 입장을 변호하는 한 비유로 말을 했을 것이다. 또 자신이 물러나면 2만 명이 상처받을텐데 그것이 걸려서 물러나기 어렵다는 뉴앙스의 말도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말은 영악한 바리새인, 형식적 이기적 종교인의 교묘한 말이 아닌가.  윤리는 법보다 엄한 기준을 가지고 있고, 종교는 윤리보다도 더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할테지만 그 말에서 진정으로 회개하는 마음이 엿보이지 않고 교만과 자신의 능력과시 등의 사고를 볼 수 있다. ‘신도들을 많이 모으는 능력이 탁월한 나를 물러나게 하려고 하다니’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미개인과 바리새인 중 어느것이 더 악한 것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가족의 사망이라는 엄청난 슬픔을 소리쳐서 표현하는 사람도 있고, 조용히 눈물만  흘리는 사람도 있겠고, 눈물도 흘리지 못하고 속으로 멍이 들며 표현을 겉으로 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누가 옳은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기질과 성격의 차이이다. 인간의 보편적 희로애락의 감정은 정신병자로 간주되는 일부 사이코패스가 아닌 한 세계 공통이 아닌가. 그러나 의견차를 인정한다고 해도, 피해자를 빗대어 국민이 미개하다는 말은 피해자와 가족들을 두번 죽이는 일이며 세번 난도질하는 말이다. 틀린 말이 아니라고 말하며 동조하는 발언 나아가서 심지어 어떤 이는 시원하게 말한번 잘했다고 하는데 그것은 따뜻한 동포애는 커녕 몰인정하고 차가운 이성만을 강조한 것은 아닌지.
일부 지도층이나 엘리트층에서 그렇게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머리는 있을지 몰라도 따뜻한 심장은 없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한다. 
“가난한 집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경주 불국사로 가면 될 일이지, 왜 제주도로 배를 타고 가다 이런 사단이 빚어졌는지 모르겠다” 보수파 기독교 단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부회장을 맡고 있는 조광작 목사의 말이다. 
성경에 보면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12:15)는 말씀이 있다.  일부 유명한 목사들이 너무 양적 물질적 성장에만 매달리다 보니 감정적, 정서적 나아가서는 성경적인 삶에 멀어지는 것이 아닌지 생각이 든다.
“가난해도 네가 있었기에 행복했었는데, 이젠 가난만 남았구나” 어떤 피해자 가족의 이 말 속에서 그들의 정서를 느낄 수 있고 공감하며 울어버린 나도 아마 미개인일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이 그렇게 되었다는 가정 하에서 나는 어떻게 하였을 것인가?  성격상 조용히 슬픔을 곱씹고 있었을테지만 소리치고 난리를 부리는 것도 이해한다.
돈과 명예와 권력, 인맥 등으로 한국에서 또는 미국에서 배불리 잘 먹고 편안하게 사는 사람들의 경우 가족 외에도 기댈 곳과 기댈 것들이 많을 것이기에 그런 정서를 이해하기 힘들수도 있겠다.  그러나 50년 전만 해도 대다수의 국민들이 빈곤층이었고 지금 부유한 사람들 본인과 가족들도 한 세대 전에는 모두 가난한 국민이었음을 너무나 금새 잊은 것은 아닌지.  또 지금 잘 살수록 자신보다 인생이 잘 풀리지 않은 영어식 표현으로 less fortunate한 사람들도 이웃으로 품고 가야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서민들에게 믿고 의지할 곳은 가족 서로서로일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우리 밖에 없어. 그런데 그 우리 중 하나가 억울하게 고통 속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고 생각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또 혹자의 입장에서 미개인으로 보이는 소리치고 난리치는 정서, 이 또한 우리의 일부이며 이것이 미개라면 미개인 것으로 난리치지 않도록 하는데 나는 어떤 역할을 하였는지 돌아보고 약한 자들을 위한 마음을 가지고 사는 것이 옳은지, 강한자들 편에서만 생각하여 약한 자는 치유의 대상이 아니라 교정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나도 미개인이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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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me1004  05.23.2014 10:49:00  

    그 두분 목사님들도 죽을톈데 하나님 앞에 서서 세상에서 무엇을 잘하다 왔다고
    말할 수 있는지 심판이 두렵고 떨리지도 않는지 모른다.
    미개하건 진화하건 기독교에서는 모두를 불쌍히 여기고 긍휼을 베풀고
    사랑을 최우선하라고 가르치는데 평생 성경을 가르치는 더구나 한국 기독교계를 대표하는 두 목사들의 처신이 한심하다. 초대형 교회의 담임 목사가 되면 자연히
    정치인화가 되어 버리는 그 목사들은 지금 철저히 회개의 눈물의 기도를
    드리고 국민앞에 사죄하지 않으면 하나님께 결코 용서를 받지 못할것이다.
    사람은 아무리 유식하고 권력이 많았어도 죽은후의 평가는 그 사람의
    언행과 행동으로 기억되는데 정말 안타깝다.
    한국에서 가끔 부흥회차 방미하는 목사들의 발언을 보면 마치
    자기들이 야당을 리드하는 식의 발언도 하고 자국민을 비하하는
    경우도 가끔 보았고 거기에 맞장구치며 박수를 쳐대던 교포들의
    모습도 떠오른다. 누워 침밷기가 아닌가? 라코의 오랜 독자로서
    어지간하면 간여를 하지 않으려했으나 오랫만에 제대로
    객관적인 생각을 올린 글에 나도 한번 적었습니다.
    다시 한 번 세월호의 어린 영혼들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