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를 향해서
우리 어머님의 뒷담화 내용은 이랬습니다.
기억을 더듬으면 이런 것 이었습니다.
사돈의 8촌들 너무 형편이 어려워 아버님은 홀로 서울에 큰 집에서 남은 우리 식구들의 온갖 설움,,, 부잣집 딸로서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한번 안하고 사셨던 어머님
그때 일들이 가슴에 맺히셨던 것 같습니다,
밥도 굶기도 하고 큰집 식구들만 식사 그러면 어머님이 집성촌이니 다 한집 건너 인척 관계 아이들 굶길 수 없어 이집 저집으로 쌀 동냥 구박...
가끔씩 들리시던 외할머니의 구제미로 버티셨다고 서울 상경 후에도 그다지 형편은 피지 못했고 나중에 서부 이촌동 강변과 맞닿은 방둘 달린 시영 아파트로 이사 하고나서부터 손님이 끊이지 않습니다.
지난번 한국 방문 때 보니 우중충했던 아파트들 대신에 쭉 뻗은 고층 아파트 단지로 변해 있습니다.
그래도 너른 창가에서 보면 철마다 모습을 달리하며 보였던 철새들 기억이 납니다.
큰집에서 더부살이 할때 온갖 괄시했던 사돈의 8촌은 고사하고 그 동네 사람들까지 민원만 생기면 우리 집으로 과일 하나 안 사들고 오면서 숙식까지 보통 짧아야 3~4일 장기로는 2달 까지 저도 조금 지겨웠던 기억이 납니다.
항시 누가 됐던 손님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때가 대략 고1 무렵 지금도 별자리 이름은 아는 것이 북두칠성 전부지만 그때만 해도 창에서 내다보면 밤하늘에 별이 참 많았고 하늘로 날어가 별에 대한 상상 참 많이 했습니다.
별에 대한 아무런 지식도 없었지만 이 지구를 벗어나서 여기를 바라본다면 이 지구라는 행성을 바라본다면 그 많다고 생각되던 사람들과 넓게만 느껴지던 이 서울 하늘은 과연 얼마나 작아 보일까 그보다 더 어릴 적엔 무지개 구름 이런 것에 대한 환상도 많이 했었습니다.
비 그친 후에 남산에 걸친 커다란 무지개를 가까이서 보고 싶은 욕망에 그쪽을 향해 하염없이 걷다보면 늘 사라져 버리던 무지개 남산에 걸친 하이얀 구름 속에 들어가고픈 욕망에 하염없이 쫒다가는 발길을 되돌리기도 했고, 비행기를 가까이서 보고 싶다.
그래서 무작정 김포 방향으로 한강 다리를 지나고 여의도를 지나도 가도 가도 비행기는 나와의 거리를 좁혀주지 않아 포기하고 돌아왔던 기억들 그래서 나에게 무지개는 잡을 수 없는 환상의 섬이고 욕망입니다.
물론 그래서 여기에 아이디도 무지개로 열심히 쫒다 보면 어느 날에는 내 손 아귀에 움켜쥐게 될 무지개라는 희망을 향해서 오늘도 한 걸음을 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