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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백 '마의 2초벽' 깼다..테슬라·포르셰·현대차 전기 수퍼카 전쟁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

최근 전기차 제조 업체들이 서로 차지하기 위해 애쓰는 타이틀이다.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 모터스’는 지난달 9일 신형 전기차 ‘루시드 에어’의 사전 예약을 받기 시작하며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전기차”라고 소개했다.

정지 상태에서 쿼터마일(402.3m)을 돌파하는 데 걸리는 시간(9.9초)이 시판 모델 중 가장 빠르다는 테슬라의 ‘모델S P100D’(10.4초)보다 짧아 ‘테슬라 킬러’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자 테슬라도 이에 질세라 지난달 22일 개최한 자체 기술 공개 행사 ‘배터리데이’에서 더 빠른 쿼터마일 돌파 기록(9초)을 가진 ‘모델 S 플레이드’를 공개하며 내년 출시를 선언했다.

신흥 전기차 업체뿐 아니라 기존 내연기관차 업체들도 고성능 전기차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독일 스포츠카의 명가(名家) 포르셰는 작년 말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을 출시하며 본격적인 전기 수퍼카 전쟁에 뛰어들었다. 한국 기업인 현대자동차도 지난달 26일 열린 중국 베이징 국제 모터쇼에서 고성능 전기차 ‘RM20e’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며 참전을 선언했다.

◇제로백 ‘魔의 2초 벽’ 무너뜨린 전기 수퍼카

과거 자동차 업계에선 전기차 시대가 오면 속도 중심의 수퍼카는 사라질 거란 전망이 있었다. 조용한 전기모터를 가진 전기차에선 스포츠카의 매력인 엔진 떨림과 심장을 울리는 배기음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전망과 달리 시장에 등장한 고성능 전기 스포츠카들은 내연기관차를 압도하는 가속 능력을 앞세우며 한 대당 수억~수십억원을 호가하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이 가장 빠르다고 알려진 전기차는 일본 전기 수퍼카 제조업체 ‘아스파크’가 만든 ‘아울’이다. 아울이 정지 상태에서 시속 60마일(약 97㎞)까지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은 1.69초에 불과하다. 람보르기니·부가티·포르셰 등 역대 어떤 내연기관 수퍼카들도 도달하지 못한 1초대 ‘제로백’을 달성한 것이다.

크로아티아의 전기차 제조업체 ‘리막’이 만든 또 다른 전기 수퍼카 ‘C_Two’도 있다. C_Two의 시속 60마일 도달 기록 역시 1.85초로 ‘마의 벽’이라 불리던 2초를 넘어섰다. 리막은 현대차가 고성능 전기차인 ‘RM’ 시리즈 개발 협력을 위해 지난해 약 1000억원을 투자했던 곳이기도 하다.

◇스포츠카 친화적인 전기차

전기 수퍼카가 내연기관 수퍼카가 가진 제로백 기록을 빠르게 갈아치울 수 있는 배경에는 전기차가 가진 구조적 특성이 있다. 부품 수가 내연기관차 대비 절반 수준인 전기차는 배터리에서 전기모터로 이어지는 단순화된 기계 구조에 기계적 맞물림이 적은 전기 반응으로 움직이다 보니 태생적으로 더 뛰어난 반응 속도(가속력)를 가진다.

전기차는 속도(RPM)가 늘면서 출력이 올라가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가속 페달을 밟자마자 최고 출력을 뿜어낼 수 있다.

차체 중심 하부에 설치되는 무거운 전기 배터리 역시 스포츠카의 운동 성능을 좌우하는 무게 중심 배분에 있어 유리하다. 많은 스포츠카가 빠른 속도에 따른 불안정성을 잡아주기 위해 차체 가운데나 뒤쪽에 무거운 엔진을 탑재하는 ‘미드십’ 방식을 채택하는데 전기차에선 배터리가 미드십 엔진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김필수 전기차협회장은 “전기차 구조 덕분에 3초대였던 스포츠카 제로백 기록이 1~2초대로 당겨졌다”며 “앞으로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기차 시장에서 고성능 전기차는 ‘최고의 기술을 가졌다’는 브랜드 마케팅 효과가 있어 더 많은 차량이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800V 고전압, 2단 변속기 등 차세대 전기차 기술 적용

전기 수퍼카 개발은 미래 전기차 기술 발전에도 영향을 미친다. 아울과 C_Two 등에 적용된 ’800V(볼트) 고전압' 시스템과 포르셰 타이칸에 최초 적용된 ‘2단 변속기’가 대표적이다.

전기차의 출력과 충전 속도를 높이기 위해선 전압을 높여야 하는데, 800V 고전압 시스템은 기존 전기차에 사용되는 400V 전압을 두배 늘린 시스템을 채용한 것이다.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보급이 늘면 결국 충전소 부족 문제에 시달릴 것”이라며 “하지만 고전압 시스템은 충전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주유하듯이 빨리 충전을 마칠 수 있어 이런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르셰 타이칸 후륜에 세계 최초로 적용된 2단 변속기 역시 최첨단 기술이다. 전기차는 다(多)단 변속기가 적용된 내연기관차와 달리 1단 변속기뿐이다. 아직 변속기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포르셰 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앞으로 2단 이상의 전기차 변속기 기술 역시 계속 개발될 것”이라며 “내연기관차처럼 전기차 전용 다단 변속기가 개발되면 전비(연비)나 출력 역시 더욱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