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 시간) 미국 나스닥에서 니콜라 주가는 창업자 트레버 밀턴(39)이 전날 최고경영자(CEO)직을 내놓은 데 대한 충격으로 전날보다 19.33% 급락한 27.5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6월 4일 에너지 투자전문 회사와의 합병을 통해 나스닥에 상장했을 때의 주가 33.75달러를 밑돌며 상장 이후 최저가 기록을 갈아 치웠다.
밀턴이 여전히 최대 주주로서 니콜라 지분의 20%를 보유하고 있지만, 니콜라의 구체성 없는 수소 사업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은 좀처럼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수소트럭 관련 사업으로 매출이 전무한 니콜라가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킨 건 그동안의 성장이 차세대 에너지원인 ‘수소’를 매개로 했기 때문이다. 니콜라는 여러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수소트럭 장기 대여와 유지·보수, 수소 공급과 충전소 운영 등 수소 기반시설과 관련 서비스들을 사업 청사진으로 제시했었다.
한화종합화학과 한화에너지가 2018년 니콜라에 1억 달러를 투자한 것도 이에 호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화종합화학의 지분 약 36%를 보유한 한화솔루션의 주가는 밀턴의 사퇴 후폭풍으로 22일에도 전날보다 2.79% 하락한 3만8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7일 장중 최고가 5만2300원을 찍으며 승승장구했지만, 20여 일 만에 9월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8월 말 주가로 되돌아갔다. 한화의 수소사업 중 일부일 뿐이지만 투자자들이 니콜라와 관련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니콜라 논란이 ‘대형 사기극’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수소 생태계에 뛰어든 국내 기업들에는 호재가 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미 구축된 전력 생산과 송전 기반시설을 매개로 급성장한 미국 테슬라의 전기차사업과 달리 수소는 생산과 운송, 공급 등 관련 산업을 처음부터 구축해야 하는 등 누구도 시장을 장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가 간 수소 협력이 논의되고 있지만 아직은 현대자동차 등이 참여하는 ‘수소위원회’라는 기업들의 협의체를 통해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는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니콜라 사태가 수소전기차를 직접 개발, 생산하고 수소전기트럭을 수출까지 한 현대자동차그룹 등 국내 기업들의 재평가가 이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차는 니콜라로부터 수소 관련 사업 제휴를 요청받았으나 거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항수 울산테크노파크 에너지기술지원단장은 “니콜라 사태는 오히려 한국 수소기업들이 수소 분야 강자라는 걸 입증한 기회가 됐다”며 “한국 기업들이 수소 관련 산업을 선도하는 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수소전기차에 대해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수소의 90% 이상은 화석연료로 생산되고 있다. 이를 파이프로 운송하고, 저장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비용과 안전 문제가 과제로 남아 있다.
<출처 :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