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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vs 전기 트럭' 센놈들의 전쟁이 시작된다

니콜라(Nikola)는 ‘수소 트럭을 만들겠다’고 나선 미국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의 창업자 트레버 밀턴(38)은 최근 조선일보 Mint와의 단독 화상 인터뷰에서 “수소 가격이 낮아지고 접근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수소 트럭은 운송 산업을 재편하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니콜라는 그들은 일부 전기 배터리 트럭도 만들긴 하지만, 궁극적으론 수소 트럭을 주력 제품으로 삼고 있다. 운송업체를 주고객으로 삼겠다는 이 B2B(기업 간 거래) 회사에 그럼에도 수많은 투자자의 시선이 쏠려 있다.

전기 승용차를 팔아 이젠 세계 1등 자동차 회사(시가총액 기준)가 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마저 최근 “(수소 트럭의 경쟁 제품인) 우리의 전기 트럭 출시를 서둘러야 한다”면서 견제에 나섰을 정도다.

수소 트럭이 잘될 이유를 두고 니콜라는 최근 발표한 공시 서류에 “앞으로 수년간 아마존 등 온라인 쇼핑 시장이 계속 커져 물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트럭 시장에)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적었다. 전 세계 트럭 신차 판매 대수는 올해 380만대 수준에서 2030년 약 501만대까지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그런데 왜 하필 수소 트럭일까.

◇트럭은 친환경차여야 한다

승용차 시장에서 친환경차를 탈지는 소비자 선택의 문제에 가깝다. 그러나 운송 트럭 시장은 상황이 다르다. 매연과 온실가스를 내뿜는 디젤 트럭은 조만간 주요국에서 자취를 감출 전망이다. 점점 강력해지는 환경 규제 때문이다. 전 세계 66국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제로(0)’ 사회를 선언했다.

미국에선 15주(州)가 지난달 초 ‘2050년까지 모든 디젤 트럭 판매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오스트리아(2020년)에선 이미 디젤 트럭을 못 팔고, 노르웨이(2025년)·독일(2030년) 등에서도 10년 안에 디젤 트럭 판매가 전면 금지된다.

◇“대형 장거리 수송엔 수소차가 낫다”

친환경 트럭의 선택지는 두 곳이다. 전기차이거나, 수소차이거나. 니콜라는 그중 수소차를 택했다. 차체가 크고 주행거리가 길수록 수소차가 전기차보다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배터리 때문에 무겁다. 테슬라 ‘모델3’의 무게는 1645㎏으로 차체가 더 큰 현대차 ‘쏘나타’(1470㎏·가솔린)보다도 무겁다. 트럭처럼 ‘먼 길’을 가려는 전기차는 더 많은 배터리가 필요하고 이에 비례해 더 무거워진다. 차가 묵직해질수록 도리어 주행거리가 줄어드는 딜레마에 빠진다. 충전 시간도 길어지고 충전 비용도 더 든다.

수소차에도 배터리가 실리지만, 전기차만큼 많을 필요가 없다. 엔진 역할을 하는 수소 연료 전지가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수소 저장 탱크를 늘리면 주행거리가 대폭 늘어나는데, 차 무게는 비교적 적게 늘어난다. 니콜라는 “480㎞ 이상 달릴 때는 수소차가 전기차보다 더 경제적이다”고 주장한다.

니콜라는 앞으로 수소 트럭과 연료 값, 차량 애프터서비스(AS)까지 패키지로 제공하는 ‘리스(lease) 모델’로 운송 업자들에게 트럭을 공급할 계획이다. 운송 업자는 기사만 따로 고용하면 된다. 추후 ‘규모의 경제’를 통해 차량 가격 및 수소 연료 가격을 점진적으로 낮춰, 총소유비용(TCO·차 가격과 유지비를 합친 비용)을 현재 디젤 트럭 수준까지 내리겠다는 게 니콜라의 ‘큰 그림’이다. 도이체방크는 “시장 선점을 위해 과감히 투자한 데 더해 효율적인 판매 방식을 제안한 것이 니콜라만의 차별화 포인트”라고 분석했다.

◇한국 목표는 세계 시장 선점이지만

유망한 수소 트럭, 나아가 수소차 시장을 우리 기업들은 어떻게 공략하고 있을까. 현대차는 최근 수소 트럭(엑시언트 FCEV) 10대를 스위스에 수출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2025년까지 연간 10만대 이상 수소차를 생산·판매해 세계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지만, 경쟁이 만만치 않다.

니콜라는 물론 도요타·중국 연합도 위협적이어서다. 도요타는 중국 회사 5곳과 수소연료전지 개발 합작사를 연내 설립할 계획이다. 합작사는 2022년 중국 내 트럭·버스에 수소차 시스템을 공급한다. 이 시스템은 독일 BMW에도 공급된다. BMW는 2022년 SUV 모델인 ‘X5’의 수소차 버전을 출시할 계획이다. 대량 보급을 위해선 가격 경쟁력도 문제다. 현대차의 수소차 ‘넥쏘’는 대당 원가가 7000만원 정도다. 도요타는 동급 수준의 차 원가를 5000만원 밑으로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등 글로벌 기업 9곳은 왜 니콜라에 투자했나

니콜라에 투자자 겸 사업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는 기업은 전 세계 총 아홉 곳이다. 한국 한화그룹도 포함돼 있다. 이들이 차 한 대 팔지 않은 니콜라에 투자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초대형 디젤 트럭을 전기차·수소차 등의 친환경 차로 대체해야 한다. 미국 환경보호청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5~30%가 운송 산업에서 나온다. 니콜라가 수소 트럭을 상용화해 시장에 내놓을 수만 있다면 불티나게 팔려나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도이체방크 에마누엘 로스너 애널리스트는 “니콜라 수소 트럭은 오는 2025년 1만5000대 이상, 2030년엔 5만대 이상 팔려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화그룹: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 1억달러 투자

“수소는 탁월한 ‘에너지 캐리어(carrier·운송 수단)’다. 니콜라와의 사업 협력으로 큰 시너지가 날 것이다.”

한화는 태양광 발전 사업을 벌이고 있다. 태양광으로 만든 전기를 니콜라에 공급하고, 니콜라가 그 전기로 물을 분해하면 수소를 만들 수 있다.

수소는 필요한 곳에서 다시 전기로 바꿔 쓰면 된다. 100% 친환경적인 에너지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석유화학이 중심인 한화그룹은 그간 환경 오염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김 부사장은 니콜라 트레버 밀턴 창업자와 ‘배출가스 제로(0) 사회를 구축하자’는 데 의기투합했다고 알려졌다.

보쉬: 마커스 하인 보쉬그룹 상용차 부문 총괄 부회장, 1억달러 투자

“모빌리티 혁신을 위해선 뚜렷한 목표와 빠른 속도가 필요하다. 우리는 니콜라와 함께 큰 성취를 이뤄낼 것이다.”

독일 자동차 부품 기업 보쉬는 수소연료 전지를 생산해 니콜라에 공급할 계획이다. 보쉬는 당초 전기차용 배터리를 직접 만들 계획이었지만, 막대한 투자금과 운영 비용을 이유로 포기했다. 대신 수소차를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꼽았다.

이베코: 허버투스 뮬하우저 CNH인더스트리얼 사장, 2억5000만달러 투자

“니콜라와의 협력으로 ‘배출가스 없는 운송’이 현실화될 것이다. 트럭 기술 중심지인 독일에서 니콜라 차량을 생산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

CNH인더스트리얼은 상용차 브랜드인 이베코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니콜라는 아직 공장에서 실제로 자동차를 양산해 본 경험이 없다. 이베코는 독일 공장에서 니콜라 트럭을 대신 생산한다. 니콜라에 완성차 제조·조립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반대로 자신들은 친환경차 제조 경험을 쌓겠다는 계획이다.

◇마감 후 #Mint

안된다는 말 듣고도 포기하지 않는 사람

미국의 수소 트럭 회사 ‘니콜라’는 트레버 밀턴(38)이 세운 다섯 번째 회사입니다. 그는 20대 때 ‘알람 딜러숍’ ‘인터넷 쇼핑몰’ 등을 창업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자기 돈은 물론, 가족들의 재산까지 전부 날렸지만 포기하지 않고 ‘천연가스 에너지 인프라’ 회사를 세웠고, 수년 뒤 미국 대형 철강 기업에 매각했습니다. 그 돈으로 2014년 니콜라를 창업했습니다.

밀턴은 “사업은 실패했지만, 정신 수양은 성공했다”며 “실패 경험을 쌓았기에 니콜라를 이만큼 키울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대학교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바로 자퇴했는데요. 대학 자퇴와 실패를 성공의 어머니 삼는 태도까지,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를 떠오르게 합니다. 이미 인생 역전을 일군 미국 창업가들이죠.

그가 처음 ‘수소 트럭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이 비웃었습니다. 고도의 기술, 제조 노하우, 생산 설비, 부품 공급망…. 필요한 걸 따져보면 끝도 없죠. 사람들은 ‘이 모든 게 다 있어도 될까 말까인 게 수소차인데, 스타트업이 감히?’란 생각이었을 겁니다.

밀턴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다들 제게 ‘넌 여태껏 아무것도 해낸 게 없다’고 합니다. 맞아요. 그래서 지금 하겠다는 거 아닙니까?

내 삶에서 내게 중요한 일을 하려는데 왜 그들의 말을 지표 삼아야 합니까.” 밀턴은 니콜라 창립 6년 만에 실험용 차를 만들어 냈고, 공장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기업가란 ‘안 된다(no)’는 말을 듣고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정의합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정말로 포기하지 않는 사람의 말이어서 울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니콜라에 한 번 베팅해볼까 합니다. 아, 물론 모든 분께 권하는 건 아닙니다.

<출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