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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못 버티겠다" 두손 든 부품사.. 현대차 공장 멈출 위기

현대차 울산 4공장 직원들이 팰리세이드를 검수하고 있다. 최근 2차 협력사 명보산업이 "사업을 포기하겠다"며 부품 공급을 거부하면서, 울산2·4·5 공장이 멈출 위기에 처했다

◇금형 쥐고 공장 폐쇄… "더는 못해"

명보산업은 현대차 1차 부품사인 동국실업·리어코리아·세원E&I 등에 부품을 납품해왔다. 경북 부품업계에 따르면, 명보산업은 최근 현대차가 출시한 팰리세이드·싼타페 등 신차 개발에 참여하면서 거액의 개발비를 투자했다. 이 개발비는 신차가 출시된 뒤 부품을 납품하면 대금으로 돌려받는다.

'목돈을 넣고, 한참 후에 푼돈으로 길게 받는' 구조다. 유동성이 바닥난 명보산업은 지난 2월 현대차 공장이 중국산 부품 수급 차질로 중단되고, 3월부터는 수출이 급감하면서 더 버티기 힘든 상황에 내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경남은행에 30억원의 대출을 요청했는데 거절당했다. 특히 명보산업이 부품을 공급하는 일부 1차 협력사가 수년째 적자에 시달리면서, 마진이 계속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명보산업은 부품 제작에 필요한 금형이 있는 공장을 폐쇄, 출입을 막은 뒤 현대차와의 협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차 업체는 이 금형 없이는 당분간 차를 만들 수 없다. 차종별 부품에 맞춰 제작된 금형을 다시 만드는 데 한 달 정도 시간이 걸리는 데다, 투자도 다시 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금형을 들고 도망간 뒤 협상을 요구하는 부품사들이 종종 있었다.

명보산업은 1차 협력사들의 협상 요구에는 응하지 않고 현대차가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1차 협력사가 회사를 인수해가도록 현대차가 중재해줄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일단 1차 협력사를 통해 설득해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돼 피해가 커질 경우를 대비해 법적 대응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경영난에 처한 한 부품사가 일방적으로 납품을 중단하고 1차 협력사에 회사 인수를 요구하다가 공갈·협박죄로 형사 처벌을 받은 전례가 있다.

◇부품사 도미노 붕괴 위기

명보산업이 이런 법적 부담이 있음을 알면서도 사업 중단을 선언한 건, 그만큼 경영난이 심각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문제는 이런 부품업체가 명보산업 하나가 아니라는 것이다.

부품업계에선 "4월부터 매출이 절반 이상 줄었다. 이대로 한두 달만 더 가면 문을 닫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속출하고 있다.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관계자는 "재작년, 작년에도 어려웠지만 주 5일 근무를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며 "지금은 다수 업체가 주3일 근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출 300억원대 부품사 B사 관계자는 "국내 공장 가동률이 30%, 중국 공장 가동률은 10% 수준"이라며 "작년 대비 매출 65%가 날아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이 9월까지 가면 고용을 유지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신용등급이 낮은 부품사들을 위한 '특별 보증 프로그램'을 마련해 기술보증기금이 4200억원, 신용보증기금이 3000억원 보증에 나서도록 했다. 하지만 부품업계는 "10억~20억원 대출받아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부품사 C사 대표는 "연초에 신보 보증으로 10억원 대출을 받았는데, 최근 추가 지원을 문의하니 거절당했다"며 "매출이 60% 이상 떨어졌는데, 한두 번 지원으로 버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부품업계는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등으로 어려웠는데, 여기에 코로나 직격탄까지 맞고 있다"며 "2차 부품사 하나만 무너져도 완성차 공장이 멈추게 되는 만큼, '자동차 생태계' 전체를 살릴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