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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에 눈 돌린 현대·기아차..중견 3사 비상

한국GM·르노삼성·쌍용차도 내수 확대 절박
시장 특성상 파이 확대 한계..경쟁 심화 전망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해외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국내 시장 집중 공략에 나섰다. 이는 국내 자동차 시장 경쟁 심화로 이어져 나머지 완성차 중견 3사에게는 심한 압박 요인이 될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국내에서 인기가 높아 대기수요가 몰린 차종들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조정할 방침이다.


구자용 현대차 IR담당 전무는 최근 열린 현대차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국내에서 GV80, G80, 그랜저, 팰리세이드 등 판매 호조 차량 생산을 늘려 수익성 증대를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기존 출시된 인기차종 외에도 이달 출시된 신형 아반떼도 좋은 반응을 얻으며 국내에서만 약 12만대의 미출고(대기) 물량을 보유하고 있다.


정성국 기아차 IR담당 상무 역시 기아차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재고관리를 타이트하게 유지하며 수출을 조절하고, 아직 판매 호조를 유지하고 있는 내수를 늘리는 등 유연생산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차는 국내에서 신형 K5와 K7, 쏘렌토, 모하비 등의 계약이 밀려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코로나19 사태로 북미와 유럽 등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가 부진을 보인 데 따른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3월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판매 감소를 보였으며, 4월 이후에도 부진이 불가피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3월은 글로벌 수요가 40% 이상 감소했고, 앞으로 더 악화될 여지도 있다”며 “미국과 유럽은 딜러들이 단축영업을 하고, 소매점은 영업을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해외 시장 자체가 침체된 상황에서 판매를 늘릴 도리가 없으니 상대적으로 양호한 국내 시장에 주력하겠다는 게 현대·기아차의 전략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월 자동차 내수 판매는 17만2956대로 전년 동월 대비 10.1%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가 안정적으로 관리되며 소비심리 위축이 크지 않은 데다, 완성차 업체들을 중심으로 경쟁력 있는 신차 출시가 잇따른 가운데 정부가 개별소비세를 70% 인하해주면서 판매에 탄력을 받은 덕이다.


개소세 인하는 6월까지 계속될 예정이라 당분간 국내 시장은 다른 주요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 울산 2공장에서 팰리세이드가 생산되고 있다. 현대차는 해외 시장 침체로 향후 국내에서 수요가 많은 팰리세이드 등의 차종 생산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자동차

문제는 국내 시장이 호조를 보이더라도 전체 규모가 늘어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은 지난 5년간 1800만대 내외에서 소폭의 증감을 보이며 정체 상태였다.


인구가 한정돼 있고, 이미 자동차 보급률이 세계 최상위 수준에 도달한 국내 시장의 특성상 획기적인 수요 확대는 기대하기 힘들다. 고가의 내구재인 자동차를 세금이 싸다는 이유로 필요 이상으로 구매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이런 국내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가진 현대·기아차가 판매를 더 늘리겠다는 것은 나머지 완성차 3사를 긴장시킬 만한 소식이다. 완성차 업계 내에서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은 80%를 상회한다. 수입차의 경우 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 등 고가 차종을 판매하는 독일 럭셔리 3사가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 완성차 업계와의 간섭은 크지 않다.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도 당장 내수시장에 목을 매야 하는 형편이다.


한국GM은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이 꽁꽁 얼어붙은 상태인데다, 트랙스, 스파크 등 기존 수출 차종들이 모델 노후화로 경쟁력을 잃고 있다. 신차 트레일블레이저는 미국 출시 시기조차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르노삼성자동차 역시 기존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닛산 로그 수탁생산물량이 지난달로 계약 종료되면서 내수 시장에서 활로를 찾아야 하는 형편이다. 쌍용차는 애초에 내수 의존도가 높은 업체라 어떻게든 내수 시장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하지만 현대·기아차의 공세에 대항할 만한 무기가 마땅치 않다. 한국GM은 트레일블레이저, 르노삼성은 XM3가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들 외에 볼륨 차급에서 현대·기아차와 맞서볼 만한 경쟁력을 갖춘 차종이 없다.


기아차가 쏘렌토 생산을 늘리면 르노삼성 QM6의 설 곳이 좁아진다. K5 생산 확대는 한국GM 말리부와 르노삼성 SM6에게 위협 요인이다.


쌍용차는 올해 신차가 한 종도 없어 내수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3월 판매량에서도 완성차 5사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코란도와 티볼리에 인포테인먼트 기술을 추가한 연식변경 모델로 맞서고 있지만 신차 효과를 내기엔 역부족이다.


현대차 아반떼, 기아차 셀토스 물량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풀리면 이들과 가격대가 겹치는 쌍용차 티볼리가 타격을 입을 공산이 크다. 기아차가 모하비 생산을 늘리고, 현대차가 ‘없어서 못 팔던’ 팰리세이드 물량을 수출보다 내수에 집중하면 쌍용차 G4 렉스턴에게 악재가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미국, 유럽 시장의 침체로 완성차 5사 모두 내수 시장에 매달려야 하는 절박함이 있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성숙시장(mature market)에서 파이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결국 완성차 5사가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게 됐다”고 말했다.

<출처 : 이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