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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 차원이 다른 엔트리, 페라리 포르토피노

가슴 속에 빨간색 페라리가 자리잡았다. 모델은 포르토피노. 캘리포니아 T의 뒤를 잇는 페라리 엔트리카다. 얼마 전까지 포르토피노는 이상(理想) 속에 없었다. 엔트리라는 타이틀이 주는 왠지 모를 거부감 때문이다. 짧은 시간을 함께한 포르토피노는 필자의 옹졸함을 말끔히 벗겨냈다. 기대 이상의 감동을 선사한 페라리 포르토피노. 그 소감을 전한다.

포르토피노의 등장은 2017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다. 개인적으로는 크게 와닿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캘리포니아 T보다 멋스러워진 건 부정할 수 없었지만 ‘페라리스러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라고 물어본다면 답하기 어렵다. 이탈리아의 신생 수퍼카 브랜드가 만든 차에 페라리 엠블럼을 붙인 느낌이랄까. 피닌파리나의 손길이 그리웠다.

오늘에서야 실제로 마주한 포르토피노는 매력으로 빛났다. 물론 그 사이 디자인이 바뀐 건 아니다. 페라리의 새로운 스타일링이 차츰 눈에 익어서다. F8 트리뷰토의 탄생도 거들었다. 서로 묘하게 닮았다. F8 트리뷰토가 나오기까지 2년이라는 공백을 뒀지만 오래돼 보이지 않는 것도 포르토피노의 장점이다.

가장 눈길 가는 건 차체 비례다. 루프 닫으면 영락없는 스포츠 쿠페였다가 오픈하면 럭셔리 GT카로 탈바꿈한다. 어떤 모습이든 우아한 자태를 유지한다. 정말이지 사진으로 표현하기 힘든 영역이다. 참고로 오픈 에어링을 즐기기 위해 필요한 시간은 14초. 시속 45km 이내라면 주행 중에라도 언제든 하늘을 만끽할 수 있다.

디테일 역시 돋보인다. 보디 곳곳은 날이 서있다. 헤드램프 끝자락의 에어덕트를 파고든 바람은 앞바퀴를 휘감는다. 그리고 와류와 함께 카본으로 뒤덮인 옆구리를 타고 흐른다. 허리는 잘록하게 조였다. 시선은 리어 펜더를 타고 잠깐 부풀었다가 트렁크 끝자락을 거쳐 하늘로 향한다.

인테리어는 문자 그대로 호화롭다. 엔트리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다. 시선 닿는 모든 부분이 가죽으로 덮여있다. 카본과 메탈 소재를 듬뿍 써 완성도 역시 끌어올렸다. 센터페시아 가운데에는 대형 디스플레이가 자리잡았다. 캘리포니아 T의 것보다 한층 커졌고 한결 말끔해졌다. 동승석 앞에도 스크린이 마련돼 있다. 달리기와 관련된 수많은 정보를 담고있을 뿐만 아니라 그래픽도 화려하게 손봤다.


시트 가죽은 팽팽하게 펴 발랐다. 한치의 주름도 허용치 않을 만큼 정교하다. 운전석에 오르면 포르토피노의 성격이 더욱 명확해진다. 타이트하게 몸을 받치는 시트, 빨간 엔진 스타트 버튼이 돋보이는 스티어링 휠, 계기판 가운데를 장식한 엔진 회전계까지. 페라리 고유의 디테일이 스며있다.

핵심은 엔진이다. 센터페시아 앞쪽에는 V8 3.9L 트윈 터보 엔진이 자리잡았다. 빨갛게 칠한 엔진 헤드와 스트럿바가 심상치 않다. 포르토피노의 ‘V8’은 최고출력 600마력의 힘을 오로지 뒷바퀴에만 쏟아낸다. 자연흡기 엔진을 품었던 캘리포니아 30보다 110마력 높다. 과급기를 처음 채택했던 캘리포니아 T와 비교해도 40마력이나 차이 난다. 최대토크는 77.5kg·m에 맞췄다.

V8을 깨웠다. 묵직한 배기음을 쏟아내며 이내 달리기 준비를 마쳤다. 마네티노 스위치는 ‘콤포트’에 뒀다. 콤포트 모드에 기대감을 갖기는 처음이다. 페라리의 라인업을 통틀어 포르토피노와 GTC4 루쏘에게만 허락된 주행 모드이기 때문. 페라리 GT카로서 누릴 수 있는 특별함이다.

콤포트 모드에서의 엑셀러레이터 반응은 상상 이상으로 선형적이다. F1 기술을 끌어들인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 적극적으로 기어 단수를 높여간다. 엔진 회전을 쓸데없이 높이지 않는다. 모든 게 효율 위주다. 포르토피노의 공인 연비는 8.1km/L. 직전 모델인 캘리포니아 T보다 40마력을 더 쓰고도 L당 0.7km 더 달릴 수 있다.

운전대는 부드러우면서도 또렷한 조향감을 유지하고 서스펜션은 하체에서 올라오는 불쾌함을 모조리 걷어낸다. 콤포트라는 문자 그대로 편안하다. 600마력을 느끼고 싶다면 가속 페달을 조금만 깊게 밟으면 된다. 즉각적으로 기어를 내리고 동시에 배기 플랩이 열리며 달리기 위한 준비를 끝낸다. 포르토피노는 마치 운전자의 생각을 읽고 있는 듯 빠르게 반응한다.

마네티노 스위치를 한 칸만 올리면 순식간에 분위기가 바뀐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엔진 회전을 더욱 적극적으로 쓴다. 뒤쪽에서는 한층 앙칼진 소리를 내뱉고 운전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무게감을 더한다. 최근 시승한 차량 중에서 드라이브 모드 간 변화가 가장 또렷하다.

터보 래그 따위는 느낄 수 없었다. 두 개의 과급기와 일체형 배기 시스템으로 손질한 포르토피노의 V8은 자연흡기 엔진 부럽지 않다. 펀치력은 말할 것도 없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로까지 이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3.5초면 충분하다. 10.8초면 시속 200km에 도달한다. 최고속도는 320km/h.


달리기만큼 중요한 게 제동이다. 포르토피노는 라 페라리, 488 GTB처럼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를 채택했다. 디스크 로터의 사이즈는 앞, 뒤 각각 390mm, 360mm다. 스펙만 놓고 봐도 경외감 든다. 성능 좋은 브레이크를 달았다고 전부가 아니다. V8이 쏟아내는 힘을 일순간에 잠재우다가도 평소에는 부드럽고 선형적이다. 날카로운 제동 때문에 막힌 도로에서 스트레스 받을 일 없다


짧은 시간 함께한 포르토피노는 당혹스러울 정도로 완벽했다. 스타일, 성능, 헤리티지까지 어느 하나 빠지는 게 없었다. 엔트리라는 타이틀이 무색하다. 물론 짤막한 시승이었기에 이 차의 모든 걸 느꼈다고는 확신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건 기대감을 갖게 한다는 것. 미처 경험하지 못한 포르토피노의 매력을 찾고 싶을 뿐이다.

<출처 : 엔카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