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원죄(?)는 현대차그룹에 있습니다. 지난해 쏘렌토와 스포티지, 투싼 등에서 인체에 유해한 에바가루가 나와 무상 수리를 진행한 전과가 있었기 때문이죠. 이미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을 대로 잃은 상황, 아무리 팰리세이드는 안 나온다고 말해도 믿어주지를 않는 겁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하면, ‘팰리세이드=에바가루 나오는 차’ 주장은 이제 설득력이 떨어진 듯합니다.
일단, 지난해 겨울에 나온 신차에서 에바가루가 나올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아시다시피 에바가루는 에바포레이터라 불리는 에어컨 증발기의 표면처리공정 불량으로 알루미늄이 부식돼 나오는 겁니다. 사용된 에어컨이 제대로 건조되지 않아 증발기 표면에 남아있던 수분이 알루미늄을 부식시키는 것이죠.
팰리세이드 에바가루 논란은 올해 봄에 터졌습니다. 에어컨을 잘 사용하지 않는 ‘겨울에서 봄 사이’에 이런 부식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당연히 에어컨을 활발히 사용하는 여름에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이죠.
그런데 에바가루 논란은 무더위가 시작된 6월부터 오히려 잠잠해졌습니다. 여러 동호회를 찾아가 봤는데, 에바가루 관련 게시물이 더 이상 올라오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팰리세이드 기사에 달린 에바가루 댓글 역시 기존의 논란이 단순 확대·재생산 되는 것이죠.
지난해 12월 출시된 팰리세이드는 올해 7월까지 3만7,070대가 팔렸습니다. 이 중에서 에바가루가 나왔다고 주장하는 신고 차량은 20여건이 채 되지 않더군요. 대부분은 먼지 등 이물질로 확인됐고, 3대의 차량에서는 수산화알루미늄은 아니지만 알루미늄계 이물질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의를 해보니 이 알루미늄계 이물질의 정체는 현대차도 알 수 없다고 합니다. 에바가루 주장 차량이 나오면 내시경으로 에바포레이터의 부식 여부를 확인하는데, 부식 현상을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외부에서 유입된 이물질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할 뿐이라고 하더군요.
특히, 산화알루미늄 성분이 나온 것에 대해서도 “자동차의 공조기는 산화알루미늄을 만들 수 없는 환경인 데다가, 에바가루의 주요 성분도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팰리세이드에 사용되는 에바포레이터는 두원공조를 비롯해 한온시스템과 덴소 등 다양한 업체의 제품을 사용합니다. 문제의 두원공조 제품을 계속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정을 개선해 이상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뭐, 현대차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그렇다고 딱히 반박하기도 어렵습니다. 앞서 말했듯 6월 이후에 에바가루가 나왔다는 제보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엄청난 무더위에 에어컨을 ‘풀’로 쓰고 있지만, 에바가루 문제로 서비스센터를 찾은 소비자들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현대차 관계자의 말에 저 역시 할 말이 없어지더군요. 다른 근거를 제기할 수 없으니 일단은 믿어봐야겠네요.
두 가지 말씀을 드리며 글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는 에바가루 예방 차원에서 에어컨 사용 습관을 바꿔보는 겁니다. 이는 팰리세이드뿐 아니라 모든 차량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에바포레이터 표면은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졌고, 알루미늄은 수분에 약합니다. 코팅이 금방 벗겨져 부식되기 쉽다는 것이죠. 에어컨을 끄고 나서 송풍 모드 5~10분 정도 말려주면 이런 부식을 줄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팰리세이드=에바가루 나오는 차’라고 무턱대고 비판하는 모습은 자제하면 좋겠습니다. 계속된 이상 현상이 없는데, 소비자들의 불안만 키우는 것 같습니다. 아마 여러분들도 좀 이상하다 느끼실 겁니다. 요즘 인터넷 댓글 이외에 팰리세이드에서 에바가루가 나온다는 글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아마 없을 듯하네요. 저도 사례를 찾기가 힘들더군요.
만약 최근 차량에서 에바가루가 나온 경험을 하신 분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제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고 함께 파헤쳐보도록 하겠습니다.
* 팰리세이드 소유자 중 최근 차량에서 에바가루가 나온 경험을 하신 분은 제 이메일(sy.jeon@motorgraph.com)로 제보해 주시길 바랍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전승용
전승용 칼럼니스트 : 모터스포츠 영상 PD로 자동차 업계에 발을 담갔으나, 반강제적인 기자 전업 후 <탑라이더>와 <모터그래프> 창간 멤버로 활동하며 몸까지 푹 들어가 버렸다. 자동차를 둘러싼 환경에 관심이 많아 여기저기 킁킁거리며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다.
<출처 : 오토엔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