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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성은 좋으나..BMW 320d 시승기

새로운 BMW 3시리즈가 나왔다. 다시금 모든 프리미엄 자동차 제조사들은 3시리즈의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타이어 제조사들도 후륜구동 벤치마크용으로 3시리즈를 구입할 것이다. 3시리즈는 업계 표준이자 최고의 벤치마크 대상으로 군림해 왔다. 

코드명 F30의 뒤를 잇는 이번 모델은 코드명 G20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기존의 틀이 아닌, 모든 것을 새롭게 개발했다.

다만 차체 디자인에서 뭔가 확하고 변화된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변화는 있지만 큰 틀의 변경보다 디테일의 변화를 통해 신차의 존재감을 표현해 나간다. BMW의 상징이 된 그릴, 이제는 상황에 따라 열고 닫히는 액티브 에어 스트림 키드니 그릴이 기본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 기능은 엔진의 열관리 측면에 큰 도움이 된다.

최근 등장한 7시리즈, X7이 매우 큰 그릴로 소비자를 놀라게 했는데, 3시리즈는 대중 친화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범퍼 양측면의 옆으로 누워있는 T자 형태의 공기흡입구는 미국 국립 항공 자문 위원회가 제시한 제트 엔진을 위한 흡입구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거창한 설명이지만 효율성을 살리려 했다는 얘기다.

테스트카 헤드램프 안쪽 블루 컬러가 눈길을 끄는데, 레이저 라이트를 사용함을 뜻한다. 작동 조건에서 최대 500m까지 비출 수 있는 기능인데, 국내에서는 거의 의미가 없다. 작동 조건을 맞추기 힘들기 때문.

측면부는 날렵한 세단의 이미지이다. 균형감이 좋다. 특히 뒤로 갈수록 높아지는 라인이 전진감도 키운다. BMW 모델들의 특징인 C-필러 디자인도 좋은 구성이다. 이상적 균형미를 보이는 320d는 공기저항 계수 0.23Cd를 보인다. 이는 기존의 0.26 대비 0.03 가량 향상된 것. 미미해 보이는 수치지만, 상징적 의미가 크다.

후면에는 3차원 형태의 ‘ㄴ’자 테일램프가 있으며 하단 듀얼 배기 파이프로 멋을 냈다. 디젤에 듀얼 배기 시스템은 과해 보이긴 하나 디자인 만족도를 높여준다는 점이 좋다. 배기구 직경은 90mm 급인데 기존 80mm에서 사이즈를 키웠다. 

새로운 플랫폼을 활용한 만큼 차체 크기도 커졌다. 일부 소비자들이 우려하는 부분인데, 차체 길이 76mm, 너비 16mm 가량이 늘었고, 지상고가 6mm 가량 높아졌다. 그보다 눈에 띄는 것은 휠베이스의 확장인데, 기존 대비 41mm 늘어난 수치를 갖게 됐다. 이는 실내공간, 뒷좌석 레그룸에 도움이 될 것이다.

실내를 보자. 각각의 요소들이 6각형 디자인을 중심으로 한다. 계기판과 센터페시아는 물론 센터 스피커 커버에 세세한 장식까지 6각형으로 꾸며졌다.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분위기를 젊게 가져가고 있다는 것. 다만 일부 소재와 패널에서 조금 저렴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요즘 메르세데스-벤츠나 BMW가 원가 절감에 신경을 쓰는 느낌이랄까?

계기판은 12.3인치 크기 디스플레이가 기본이다. 시원해서 좋다. 주행모드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데 레드 컬러가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다만 최근 유행처럼 테마 자체가 바뀌지는 않는다.

센터페시아에는 10.25인치 급 모니터를 썼는데, 많이 봤던 느낌이다. 맞다. 이건 쏘나타에서 봤던 것과 비슷한 형태다. 물론 쏘나타의 것과 차이가 있는데, 더 빠른 반응을 보여준다는 사실이다. 외관은 비슷해도 기기적 성능 차이가 크다는 것.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최신 것이라 사용 편의성이 좋아졌다. 아직 국산차의 그것에 견줄 정도는 아니지만 충분히 좋은 모습이다. 그 밑으로 공조 장치와 사운드 시스템용 버튼들이 배치되는데 시각적인 안정감은 좋다. 다만 일부 폰트가 살짝 어색해 보이는데, 큰 단점은 아니지만 조금 더 깔끔한 느낌을 주면 좋겠다.

기어 변속 레버를 중심으로 그 주변도 변했다. 다양한 버튼들이 자리하는데, 일부 버튼의 조작감이 아쉽다. 조작성으로 보면 독립형 버튼이 나은 것 같다. 

시트는 평이한 구성이다. 그래도 바느질 장식으로 멋을 냈고 럼바 서포트 등을 넣는 등 과거 대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엔 업계에서 가장 아쉬움 큰 시트였지만 지금은 평균 수준은 된다. 

뒷좌석은 넉넉하다. 위쪽(헤드룸)으로 늘기 보다 레그룸이 조금 더 넉넉해진 모습이다. 이 정도면 컴팩트 세단이라서 불편하다는 얘기는 나오지 않을 듯. 과거엔 독일 3사의 컴팩트 세단들이 답답한 모습을 보였다. 과거로 가면 E60 5시리즈의 뒷좌석도 좁았다. 그 덕에 제네시스(BH)가 7시리즈급 뒷좌석이라며 광고도 낼 수 있었다.

트렁크 공간도 적당하다. 가장 보편적인 형태를 띠고 있으며, 뒷좌석 폴딩으로 공간을 넓힐 수 있게 했다. 다만 BMW가 내세우던 4:2:4 폴딩이 빠졌다. 

새로운 3시리즈는 신차답게 많은 기능이 있다. 360도 전방위에 애니메이션 효과까지 더한 어라운드 카메라는 가장 만족도 높은 항목 중 하나다. 여기에 앰비언트 라이트, 무선 충전, 3존 에어컨, 자동 주차 등도 있다. 과거엔 형식적인 자동 주차였지만 지금은 인식률이 좋아 쓰임새가 많다. 

사운드 시스템은 하만 카돈으로 스피커만 16개다. 뭔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밸런스가 마음에 든다. 또한 특정 장르가 아닌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안전 장비도 탄탄하다. 테스트카에는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이라는 이름의 패키지가 적용됐는데, 정차 및 재출발이 가능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 제동, 차선이탈 경고 및 중앙 유지 기능, 사각 및 후측방 경고, 오토 하이빔 등이 달린다. 

눈에 띄는 기능으로 후진 어시스턴트가 있다. 골목길이나 막다른 길 혹은 주차장에서 후진을 자동으로 해주는 기능인데 의외로 유용하다. 이 기능은 마지막으로 주행한 50m의 데이터를 저장했다가 그대로 후진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인데, 버튼만 누르면 작동하기에 조작이 쉽다. 

앞서 언급된 것처럼 우리 팀이 만난 테스트 모델은 320d 럭셔리 라인에 옵션을 넣은 것이다. 5620만 원이라는 가격에 하단과 같은 옵션 패키지가 추가돼 있다.

옵션을 더한 테스트카의 가격은 5980만 원이 된다. 하지만 걱정 마시라, 저 가격이 당신을 위한 것은 아니니까. 그보다 새로운 3시리즈가 보여주는 본질적인 부분에 대한 관심을 키워보자.

오토뷰 편집장인 김기태 PD는 과거 알아주는 BMW 마니아였다. MSN 메신저가 유행하던 그 시절 닉네임은 ‘M Power’. 하지만 그가 정말 좋아했던 것은 기본형 3시리즈다. 수입차가 익숙하지 않던 시절 330i(E46)는 스포츠 세단의 신세계를 보여줬다고 한다.

잠시 330i를 회상해 보자. 부드러운 바디라인을 기초로 한 디자인, 231마력을 내던 자연 흡기 6기통 엔진 탑재까지 모든 것들이 완벽한 조화를 보였다. 성능? 당시 동급 모델 중 이를 능가할 차는 거의 없었다. 여기에 부드럽게 회전하는 인라인6 엔진의 회전 질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BMW의 아이콘이었다. 

BMW는 이번 3시리즈(G20)를 내놓으며 이제 E46과 그만 비교해 달라 말했다. E46의 그늘이 컸던 것. 냉정히 E90, F30 버전의 3시리즈는 E46 대비 매력적이지 않았다. 파워트레인은 강해졌지만 BMW만의 색깔은 점점 희석돼 갔다. 그럼 이번 3시리즈가 달라진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까?

달라진 실내 분위기, 하지만 이미 타본 5시리즈와 크게 다르지 않기에 신선함이 떨어진다. 하지만 이것을 단점으로 꼽긴 어렵다. 5시리즈를 타던 소비자가 3으로 내려올 가능성은 낮을 테니, 통상 5시리즈에서 업그레이드하면 M3, M4로 가는 것이 보통이고, 그들은 특별한 모델(M)다운 구성을 갖고 있으니 크게 문제 될 건 없다.

이제 움직여볼까? 항상 봐오던 BMW의 분위기. 이 따분함에 반전이 생길까? 이번 테스트에서 우리가 관심을 가졌던 것은 C-클래스와의 성능 차이다. 수치로 보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과거 C-클래스는 애늙은이 티를 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벤츠는 젊어졌고, BMW는 평범해졌다. 그렇기에 누구도 이들의 승부에 단정 짓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시동 버튼을 누른다. 4기통 디젤 엔진이 들려주는 음색, 제조사마다 조금 다른 음색을 들려주는데, BMW의 4기통 디젤도 자사만의 색을 보여주고 있다. ‘딸딸’거리는 소리이긴 하나 그 속에서도 약간의 묵직함을 키우려 했다고 할까? 특히 외부에서 이 소음이 잘 부각된다. 하지만 승객들은 이 부분에 불만을 갖지 않을 것이다. 정숙성이 좋기 때문인데, 320d는 차량 중앙부 기준 36.0dBA 수준의 정숙성을 보였다. 어느 정도의 수준이냐고? 가솔린으로는 조금 시끄러운 편에 속하는 토요타 캠리가 41.0dBA 수준을 보여준다. 또한 정숙성 좋다는 국산차들이 대부분 38.0dBA 전후 수준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320d는 주행 때도 무난한 성능을 냈는데, 우리 팀 테스트 기준 시속 80km/h 주행 때 59.0dBA 수준을 보였다. 이 정도 수치면 중형 세단들과 유사한 수준으로 보면 된다. 디젤 세단들은 주행 때 rpm(엔진 회전수)이 낮아 정숙성이 좋은 경우가 많은데, 320d도 같은 그룹에 속한다.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두둑하게 퍼지는 토크감이 운전을 편하게 만든다. 시내에서는 이런 디젤 특유의 토크가 다소 불편함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토크 변화가 커지면서 멀미 등을 유발하기도 하는데, 같은 이유로 일정 속도로 주행을 유지하는 고속화 도로에서 매력이 커진다. 일부 소비자, 카마니아들이 디젤 차가 고속도로 환경에 더 유리하다는 얘기를 하는데, 위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승차감도 좋다. 요즘 BMW는 확실히 부드럽다. 예전에는 M 패키지 같은 것 없어도 동급에서 가장 단단한 면모를 보였고, 이를 중심으로 가장 확실한 핸들링 성능을 자랑했다. 하지만 지금의 BMW들은 조금씩 흐느적거린다. 물론 노하우가 부족한 회사들이 서스펜션만 조인 것보다 좋은 성능을 내지만 근본적인 서스펜션의 움직임이 커지다 보니 날카롭던 이전 BMW의 맛을 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문제는 없다. 이건 320d니까. 성능 때문에 디젤을 갖춘 320d를 선택하는 바보는 없다. 

오히려 장거리 투어를 목적으로 하는 320d의 성격으로 본다면 지금의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편안함을 추구하는 측면에서 이점이 더 많아지니까. 고속 조건에서 중요한 안정감도 좋다. 역시 아우토반을 중심에 두고 차를 만드는 독일계 자동차 다운 모습이다. 뭔가 기계적인 느낌이 강한 아우디 보다 세련된 모습으로 고속을 유지해 나간다는 점이 좋다. 메르세데스-벤츠와 비교한다면? 현재 등급에서 격차는 크지 않다. 순수 고속 영역만 보면 메르세데스-벤츠 상품들이 유리할 때가 많은 것도 사실이니까.

편안함을 느끼며 두 시간 정도 달렸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잠시 한숨 돌리고 다시 320d에 탑승했다. 이제 조금 더 신나게 달려보자.

주행 모드를 Sport로 바꾼다. DSC도 잠시 꺼둔다. 코너를 마주하며 스티어링 휠을 돌린다. 이를 통한 차체 제어 능력은 역시 수준급, 부드러운 서스펜션 치고 운전자의 의도를 잘 따라준다. 날카롭지는 않더라도 핸들링 측면에서 부족함은 크지 않다.

속도를 올려가는 중이다. 자동 8단 변속기가 제법 빠른 반응을 보인다. BMW가 자랑하는 스포츠 8단에 비하면 조금 늦지만 타사의 변속기 대비 빠른 반응성이 매력 포인트로 꼽힌다.

320d의 엔진은 190마력, 최대토크 40.8kgf·m를 낸다. 가장 일반적인 성능이다. 물론 대중 브랜드의 2.0 디젤과 비교하면 높은 성능이지만 프리미엄 브랜드라면 대부분 190마력대 성능을 보여준다. 뭔가 달리기를 내세워왔던 BMW이기에 조금 더 높은 성능을 내줬으면 싶긴 하다. 하지만 엔진과 변속기의 매칭이 좋아 타사 모델 대비 나은 효율을 가진다. 엔진은 평이하지만 ZF가 만들고 BMW가 튜닝한 자동변속기를 통해 이상적인 성능을 냈다고 보면 된다. 

BMW의 각 모델들은 발진 가속 성능이 좋은 편이다. 그들의 경량화 기술이 일정 부분 도움을 주지만 사실 변속기의 경쟁력이 가속에 도움을 주는 경우도 많다. 여기서 잠시 320d의 가속성능을 보자. 

320d는 정지 상태서 시속 100km까지 7.29초에 도달하는 성능을 냈다. 이 속도를 올리는데 필요한 거리는 120m 내외. 여기서 잠시 경쟁 차인 메르세데스-벤츠 C220d와 비교해 보자. 3월에 테스트한 C220d는 6.98초 만에 100km/h에 도달했다. 이를 위해 소요한 거리는 115m 내외. 시간이나 거리를 봐도 C-클래스 쪽이 소폭 앞선다.

가솔린 모델들은 외부 온도에 민감한 편인데, 디젤은 상대적으로 특성을 덜 탄다. 가솔린은 기온 변화에 따라 0.2~0.5초 내외의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반면 디젤은 편차가 미미한 경우가 많다. 다만 테스트를 지속하면 열 축적에 따라 성능이 하락하는 시간이 빨라지긴 한다. 그렇다고 해도 아예 영향이 없는 것이 아니기에 두 모델 간 성능 편차는 미미하다고 보면 되겠다. 다만 수치적 기록을 참고한다면 C-클래스 디젤이 미미하게 빠를 가능성이 높은데 무게 부분에서 약간 더 이점이 있다. 연료량에 따른 편차가 있긴 해도 C-클래스의 실측 무게가 약간 더 가벼웠다. 다만 무게 배분에 있어서는 역시 BMW 다운 모습이었다. 앞뒤 건, 좌우 건 50:50 이란 배분을 충실히 구현해 냈다.

엔진 출력만 보면 C-클래스가 4마력 가량 높은데, 이에 큰 의미는 없다. 오히려 BMW가 더 무거운 차체를 가지고 C-클래스 디젤과 맞먹는 성능을 낼 수 있던 것은 변속기의 장점 때문으로 봐야 한다. 특히 스포트 플러스 모드에서의 변속기는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빠른 변속 시간을 구사한다.

물론 그에 따른 대가가 없는 것은 아니다. BMW 모델들을 다소 스포티하게 운전하다 보면 다른 차량 대비 변속기 내부 부속이 일찍 수명을 다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를 탓하긴 어렵다. 성능을 위한 최소한의 대가라 보는 것이 맞다. 고성능 타이어의 수명이 짧은 것과 같은 맥락이라 보면 이해가 쉽다.

다만 신차 값의 1/10 내외, 상황에 따라 30% 이상이 수리비는 큰 부담이다. 가령 5년을 운행한 320d의 잔존가치, 여기서 변속기 수리비가 2천만 원 가까이이면 말 그대로 ‘헉’이다. 같은 이유로 자신의 운전 스타일에 맞춰 보증기간 연장 프로그램 사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스포티한 운전, 가속 조건의 운전이 아니라면 변속기는 충분한 내구를 보장한다. 다만 가혹 조건에서 수명이 짧아질 수 있다는 것만 알아 두면 된다. BMW M 시리즈는 어떻냐고? 애초 그들은 최대한 가혹 조건을 기반에 두고 설계된다. 내부에 들어가는 부속의 강성 등도 다르다. 참고로 다른 경쟁사 모델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나오는 편이다.

두 모델 간 가속력에 대해 정리하자면 가속을 위한 스펙에서는 C-클래스가 낫지만 그 성능 차이라는 것이 미미하다고 보면 된다. 어떤 경우는 차량 컨디션에 따라 320d가 미미하게 앞설 수도 있겠다.

다시 주행으로 돌아가자. 320d는 두둑한 토크를 바탕에 두고 rpm을 바꿔가며 잘 달린다. 변속 때 느낌이 좋은데, 무엇보다 DCT(듀얼 클러치 변속기)에 맞먹는 체결감이 일품이다. BMW의 튜닝 실력과 ZF의 설계 실력이 만나 이상적인 궁합을 이룬 느낌?

변속의 즐거움을 느끼는 동안 속도가 제법 높아졌다. 그리고 눈앞에 저속 코너가 들어온다. 가볍게 브레이크 페달에 발을 얹고 이내 페달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페달을 통한 브레이크 캘리퍼 조작감이 좋다. 발끝으로 전해지는 미세한 감각에 캘리퍼의 움직임이 느껴진다고 할까? 조금의 과장이 들어가긴 했지만 페달의 답력, 조작성 모두 수준급이다. 많은 힘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이상적인 성능을 내기에 여성 운전자들이 쉽게 다룰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을 감는다. 그리 무겁지 않은 적당한 반발력으로 차체 제어를 유도한다. 일부 국산차는 그저 묵직함만 키우고 스포츠 모드라 우겨 댄다. 전 세계 프리미엄 브랜드뿐 아니라, 그 브랜드 연구진에게도 3시리즈는 벤치마크 대상 1순위다. 제대로 벤치마크해주면 좋겠다. 참고로 스티어링 시스템은 ZF 것을 쓴다. 여담이지만 BMW가 차를 팔 때마다 ZF 매출도 덩달아 오른다. 자동변속기, 4륜 구동 시스템 xDrive, 스티어링 시스템 등 굵직한 파트들이 ZF의 것들이다.

320d의 기본 운동 특성은 언더스티어가 기본. 가속 페달을 압박해 리어 휠의 움직임을 키울 수 있지만 기본 성향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핸들링은? 냉정히 말해 시대의 흐름 대비 확 진보했다는 느낌은 적다. 과거 3시리즈들이 기계적인 느낌을 만들어 냈다면 지금은 대중과 타협했다는 느낌이 짙다. 핸들링 자체는 좋긴 하나, 이것이 BMW의 대표 모델 3시리즈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최고의 자리에 있던 최강자가 주변인들의 눈치를 보고 있는 느낌? 하지만 걱정 마시라. 여전히 3시리즈의 핸들링은 상급에 속하니까. 또한 320d로 3시리즈를 논하기는 어렵다. 앞으로 만날 330i에서 3시리즈의 모든 것을 얘기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코너링 성능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정확히 한계가 높지 않았다. 타이어의 한계 때문인데, 사실은 기대를 많이 했기에 실망이 컸다.

경쟁차 C220d는 225mm 급 콘티넨탈의 컨티스포트컨택5를 쓴다. 5P보다는 성능이 떨어지지만 스포트 타이어 중에서 최고 성능과 입문형 중간 영역에 속하는 타이어다. 320d는 한국 타이어의 벤투스 S1 Evo3를 쓴다. 프리미엄급 여름용 타이어인데(RE 타이어 기준), 유럽에서 평가가 좋았던 제품 중 하나다. 하지만 기대 이상의 성능은 아니었다. 어쩌면 유럽 평가와 우리의 기준이 달라서 일 수도 있다. 유럽 시장에서는 젖은 노면(WET) 성능이 중시되는데, 우리 시장에서는 순수한 마른 노면(DRY) 성능을 따진다. 하지만 그 성능이 크게 떨어지느냐? 그것도 아니다. 애초 벤투스 S1 Evo3의 성능을 과대 평가했을 뿐, C220d와 비교했을 때 유사 수준이다. 

기대보다 한계는 낮지만 320d의 균형을 지켜내는데 문제는 없다. 최근 국산 타이어 제조사들이 해외 업체와의 협업 빈도를 늘려가는 추세인데, 한국 타이어는 BMW와 꾸준히 교류 중이다. 물론 금호, 넥센도 해외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한국 타이어가 유럽 시장에 대해 가장 많은 신경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는 제동 성능이다. 320d는 최단거리 38.16m를 기록했다. 여러 테스트 이후의 평균값도 최소 대비 큰 차이 없는 38.8m 내외로 마무리했다. 제동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 이 부분에서는 유럽 브랜드들이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나 BMW, 메르세데스-벤츠는 제동 시스템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대표적인 브랜드들이다. 

참고로 동급 모델 중 제동 성능이 가장 좋았던 것은 지난 2017년 테스트한 재규어 XE 2.0d AWD였는데 36.1m 내외의 최단 거리를 보였다. 동급 모델 중 가장 긴 제동거리를 보인 것은 렉서스의 IS200t(IS300)이었는데, 39.8m를 기록했었다. 참고로 토요타 계열 모델들이 보수적인 설정을 보이는 편인데, 대부분 평균 40m 내외에 제동력을 맞추는 모습이다.

가속, 코너링, 제동. 자동차의 3가지 운동 조건으로 볼 때 320d는 상급에 속하는 실력을 뽐내고 있다. 다만 이것이 BMW의 본질이라고 말하기엔 살짝 섭섭하긴 하다. 일부 기능성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C220d와의 차이를 못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320d로 3시리즈를 평가할 수는 없다 320d의 본분은 편안한 장거리 여행, 좋은 연비를 뽑아내는 데 있다. 우리 팀이 테스트한 크루징(정속 주행) 조건에서 320d는 23.5km/L 내외의 연비를 뽑아냈다. 물론 더 좋은 연비를 뽑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노면의 고저차 조건에서 보여준 연비가 23.5km/L에 달했던 만큼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20km/L 이상을 어렵지 않게 뽑아낼 것이다. 물론 시내 주행이 포함되면 연비가 다소 떨어지지만 그렇다 해도 복합 15km/L 이상을 노리는 것도 어렵지 않다.

가격은 어떨까? 아쉽게도 최근 BMW의 가격 정책은 좋지 않다. 아우디와 함께 할인을 남발하다 보니 이제 BMW코리아가 발표한 가격에 의미가 사라졌다. 정가가 아닌 ‘시가’라고 보면 된다. 가격은 프로모션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지며 일부 딜러 간 싸움이 혜택을 늘린다.

이에 BMW코리아는 할인을 감안한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방법을 쓰기 시작했다. 애초 비싸게 부르고 기분 좋게 팍팍 깎아주는 전략이다. 독일 본사에게 실적으로 어필해야 했던 김효준 회장 시절엔 어쩔 수 없었지만 이제 체제가 바뀌어 가는데, 뭔가 올바른 가격 정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BMW 320d의 가격은 기본 트림 기준 5320만 원에서 출발한다. 고급 모델로 가면 5920만 원이다. 일부 옵션은 별도. G20이 등장하기 이전, 소비자들 3시리즈를 4천만 원대에 구입했다. 일부 입문 트림은 3천만 원대 후반에도 가능했다. 그 가격을 알고 있는 소비자라면 5천만 원이란 돈을 지불하기 어렵다. BMW가 가격 정책을 달리해야 하는 이유다. 지금까지의 사례를 본다면 (트림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10~17% 정도의 할인이 되어야 경쟁력 있는 가격이 될 것 같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하반기 정도가 되면 가능하지 않을까?

우리 팀은 우리가 테스트한 트림에 2.5점(5.0점 만점)이란 점수를 매겼다. 옵션을 더해 6천만 원에 근접한 컴팩트 세단에 어울리지 않는 가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차의 가격이 4천 후반이 된다면? 그렇다면 동급 모델과 비교해 상당한 점수를 득하게 된다. 아마도 만점이 되지 않을까?

각각의 항목을 보자. 엔진은 업계 평균이나 효율 측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 변속기 성능은 최고다. 여전히 BMW의 튜닝 능력과 ZF제 변속기의 궁합이 좋으니까. 부드러워졌다지만 서스펜션도 본분을 잊지 않고 할 일을 하고 있다. 이들에게 주어진 점수는 4.0~4.5점 내외. 타이어가 조금 평이했지만 제동력이나 승차감도 좋았다. 적어도 모든 면에서 훌륭하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는 모델이란 얘기다.

편의 장비? 역시나 최고 수준이다. 다른 차들과 차이가 없어 보이긴 하나, 일부 안전장비의 성능 차이가 격차를 키운다. 후진 보조 기능의 참신함도 좋다. 사운드 시스템이 보여준 경쟁력도 좋았는데, 과거 하만카돈 대비 확실히 나은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공간에 대한 만족감도 좋다.

여러 가지를 감안해도 이 차에 주어질 점수는 최소 4.0점 이상이다. 결국 못된 가격이 점수를 다 깎아 먹었지만 차량 자체가 보여준 경쟁력은 충분했다는 얘기다.

다만 몇몇 걸리는 것들이 있다. 신차이긴 하나 이전 F30 대비 변화가 크지 않다. 엔지니어링 측면이 아닌 시각적인 변화다. 기존 F30 소비자들에게는 다행일지 모르겠지만 새로 차를 구입하는 입장에서는 뭔가 확실한 변화를 원한다. 하지만 F30 소비자가 다시금 G20으로 접근할 가능성은 낮으니 이점이 판매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C220d 대비 차별화된 무엇인가가 부족하다는 점은 아쉬움이 된다. 아우디 A4가 부재인 상황에서 사람들은 C-클래스와 3시리즈를 비교하게 된다. 과거엔 편이 갈렸다. 성능을 중시하는 소비자는 BMW, 편안함, 브랜드 밸류가 우선이라면 C-클래스를 택했다. 하지만 두 모델이 거의 비슷해졌다. 가속 성능이나 제동 성능을 봐도 그렇다. 코너링 성능 차이도 미미하다. 브랜드 이미지? 아쉽게도 벤츠가 우위에 선다. 일부 기능성, 공간 확대가 매력이긴 한데, 그 공간의 매력이란 것이 확하고 다가오는 것도 아니다. 결국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 수 있는 조건은 ‘가격’ 뿐.

BMW코리아에는 열정적인 사람들이 많다. 지금의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들이다. 그리고 그들이 지금까지의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믿는다. BMW는 외국 기업이다. 능력과 무관하게 세습하는 일부 기업들과 다르지 않은가? 이제 스스로와 소비자들을 위해 다시 시작할 시간이 아닐까? 

아울러 330i를 기대해 본다. 몇 차례 언급했지만 디젤로 이 차의 본질을 가늠하기는 어렵다.

마지막으로 엔진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다. BMW는 지난해 엔진 화재 문제를 겪었다. 설계가 근본적 원인일 수 있지만 수입차치곤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내부에서 문제가 밝혀졌음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 일부 제조사와 비교하면 더 그렇다. 하지만 아직도 화재 문제를 모든 차로 연결 싶어하는 세력이 있다. 그것이 취미이던 업무이던 좋은 모습은 아니다. 더불어 사는 세상이다. 짧은 쾌락을 위해 남을 해할 필요가 있을까? 자동차 업계에서 만큼은 정상적인 소통이 이뤄지길 희망한다.

<출처 : Daum 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