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망가뜨리는’ 부모님의 유형은?
많은 상담을 하면서 한 가지 확실하게 정리되는 것은 자녀들의 현재 모습은 분명히 부모님의 교육 방침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대부분 부모님들은 나름대로 소신을 갖고 교육하시지만 그것이 저마다 너무 다르다.
더욱이 고생들을 하면서 자식들을 키우시지만 아이가 잘못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절대로 그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고 무방비 상태의 부모님들이 많이 계셨다. 또 어떤 분들은 안달을 하면서 무작정 아이들을 달달 볶는다. 과연 객관적으로 보여지는 우리 부모의 모습은 어떨까? 아이들을 망가뜨리는 부모의 유형을 몇 가지로 나누어보자.
* 헬리콥터(Helicopter)형 부모
아이의 일거수 일투족을 하늘 상공에 떠서 관찰하며 한 순간도 안 놓치려는 스타일이다. 아이는 숨가쁜 상황을 연출하여야 하며 누군가가 항상 감시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자유스러운 창조적 사고를 할 수 없다. 그리고 그 감시자에게 태연한 척하고 있지만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누구를 만나는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했는지를 완벽하게 알려는 부모님 형이다. 아이는 완벽하게 추격해오는 헬리콥터를 따돌리기 위해 고가도로 밑이나 건물 속으로 사라지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끼게 된다.
* 괴물(Monster)형 부모
이 유형은 아이를 잡는 스타일이다. 항상 아이들을 엄격하고 심하게 다루며 조금도 아이들스러움을 인정하지 않는 완벽주의 형이다. 아이들의 눈에 보이는 이런 형의 부모님은 항상 공포와 괴로움일 뿐이다. 조금만 잘못해도 큰일이 나며 성적이 조금만 떨어져도 난리가 난다. 어떤 일을 하라고 지시한 내용이 실천이 안되었을 경우 세상이 뒤집어진다. 말을 안 듣거나 사고를 쳤을 경우 그것은 바로 죽음이다. 조금의 오차나 실수를 용서하지 않는 완벽주의의 부모님은 아이를 로봇처럼 만들어 나가지만 아이는 점점 부모로부터 멀어져 간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 영원히 떠나갈 수도 있다.
* 세탁소(Dry Cleaner)형 부모
책임전가형이다. 특히 한국아버지들 중에 많이 있는 스타일인데 아이의 교육은 학교나 학원에서 완벽하게 다 알아서 해주고 내가 할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 유형이다. 아이를 실컷 망쳐놓고 세탁소에 빨래를 맡기듯이 거기만 가면 다 깨끗이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이의 교육에 대해 관심을 갖고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기보다는 누군가에게 위탁교육을 하면 만사형통이라는 부모님이다. 심지어 한 집안에서도 아내에게 아이의 교육은 모두 전가시키고 하숙생처럼 왕따 생활을 하는 아버지들의 모습은 바로 이런 유형이다. 분명히 교육은 부모의 몫, 아빠의 몫이 있어야 하며 그것은 다른 사람이 해줄 수 없는 것들이다.
* 지휘자(Conductor)형 부모
아이의 모든 것을 자기 마음대로 하는 스타일이다. 부모가 이 소리를 내라고 하면 반드시 그 소리를 내야 한다. 부모가 옛날에 치고 싶었던 피아노를 아이에게 강요한다던가, 어떤 운동은 위험하니까 하지 말라고 부모가 마음대로 결정한다. 만약에 조금이라도 다른 이상한 소리를 내면 용납되지 않는 상황이 전개된다. 아이는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자기의 개성도 창의력도 완전히 묵살되고 지휘자의 손끝만 보아야 한다. 심지어 동물원의 조련사처럼 먹이를 이용해 아이들을 마음대로 훈련시키는 부모도 있다. 아이는 자기 스스로 두뇌를 사용하지 않고 점점 그 조련사의 눈치만 보게 된다.
* 하인(Servant)형 부모
아이가 하자는 대로 뭐든지 다해 줄 뿐만 아니라 아이의 눈치를 보며 어려워하는 스타일이다. 마치 죄인처럼 아이의 눈에 벗어날까봐 전전긍긍하는 스타일이다. 우리 어머니들 가운데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유형인데 아이를 왕자와 공주처럼 떠 받들고 살면서 아이가 조금도 불편함이 없이 살도록 완벽한 서비스를 한다. 이런 경우 아이들은 어느 순간부터 부모를 무시하고 괄시하며 자기들 멋대로 살아간다.
* 카우보이(Cowboy)형 부모
아이들을 방목하며 자기 멋대로 키우는 스타일이다. 이런 유형의 부모님은 아이들이 무슨 풀을 뜯어먹고 사는지, 어디서 노는지도 모르는 스타일이다. 아이들의 적성이나 특기가 무엇인지는 관심도 없고 미래에 대한 특별한 대안도 없다. 그냥 먹여서 학교만 보내주면 저절로 클 것이라는 이론이다. 아이에게 정성을 들이거나 배려와 관심을 갖지도 않기 때문에 어떤 경우는 아이를 너무 험하게 다룬다. 공부하라고, 성공하라고만 얘기할 뿐이지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극한 상황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 이럴 경우 아이들은 쉽게 지쳐서 정말 달려야 할 상황이 되면 달리고 싶은 의욕을 완전히 상실하는 경우도 많다. 만약에 아이가 잘못되거나 문제가 생기면, 카우보이가 타고 가던 말을 간단히 포기하는 것처럼, 어떤 형태의 포기를 쉽게 한다. 이런 유형의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자신감도 없고 문제해결 능력도 없다. 그리고 자기에 대한 정체성이나 가치관을 갖기가 힘들다.
과연 우리는 이 여섯 가지 유형 중에 어디에 해당될까? 자녀들이나 다른 사람의 눈에 어떻게 보여질까? 아무리 나는 아니라고 해도 이 여섯 가지를 섞은 조합형은 아닐까? 아니면 일곱 번째의 새로운 유형에 나만의 독특한 학부형상을 만들어놓았는지도 모르겠다. 자녀 교육에는 완성도, 정답도 없다는 말을 떠올리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부모님의 자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