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서는 프로 야구선수들의 해외원정 억대도박 의혹사건으로 시끄럽다. 이들 중 일부는 2008년에도 온라인 도박으로 물의를 빚어서 벌금형 선고를 받았고, 구단 측은 2010년 도박 선수들의 강원랜드 출입을 금지시키는 조치까지 하며 제도적으로 도박을 막았지만, 국내 도박이 막히자 해외로 눈을 돌렸다가 조사를 받게 된 것이다. 미국에서도 잘 나가는 전문인들과 부유층 자녀들이 이와 비슷한 도박을 한다.
모든 중독이 그렇지만 도박중독의 3가지 특징은 알콜 중독자의 주량 증가와 같이 ‘베팅 액수의 증가’‘통제력 상실’ 그리고 ‘육체적 의존’이다. 그래서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중독에서 벗어나기가 힘들어진다.
억대 도박중독자들은 일반 도박중독자와 크게 다른 점이 있다. 내기 금액이 천만원 이하인 중독자에 비해 10배가 높아서, 매일 소주 1병을 마시는 알콜 중독자에 비해 매일 소주 10병을 마셔야만 취기에 도달하는 중증 알콜 중독자와 같다. 억대도박 중독자들은 주거치료부터 받을 필요가 있는 중증 도박중독자들이다.
억대 도박중독자들은 10년 후에 다시 도박을 해도 억대 단위부터 베팅을 해야만 동일한 흥분을 느낄 수 있도록 뇌의 도파민 허용수위가 영구적으로 변형되어 버려서 더 이상 천만 단위 이하의 도박으로는 흥분 및 만족감에 도달될 수 없게 된다.
도박 중독문제로 가장 큰 피해를 당한 사람은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보다는 도박자 자신이다. 그리고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하고 명예가 실추된 것 보다 본인 내면이 망가져서 평생 도박 중독의 노예로 살아가야 하는 고통이 진짜 피해이다.
도박중독자들의 공통적 특징은 가족들이 회복 이야기만 해도 ‘심한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중독증 회복 안내의 절호의 기회는 바로 ‘위기상황’에 처했을 때라고도 한다. 실제로 가족들은 도박자가 돈이 다 떨어져서 더 이상 자금을 구할 수 없는 바닥 상황으로 빨리 떨어지도록 일부러 도와주지 않는 엄한 사랑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다.
자칫 국가의 단속 및 처벌 일변도 정책은 치유보다는 재수 없이 걸렸다는 분노심만 더 키워주고, 어떻게 하든 손을 써서 현재 상황만 수습하자는 식으로 나오기가 쉽다. 여기에 들어간 비용은 다시 도박을 해서 따면 된다는 심리가 작용될 수도 있다.
한국사회는 매춘단속, 마약 항만봉쇄, 밀수근절 등 단속 일변도의 정책들을 강력히 실시해 왔지만 그 어느 하나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제 중독문제부터 단속정책에서 회복정책으로 전환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는 중독을 정신질병으로 간주해서 중독문제로 체포되면 판사가 보호감찰 기간 동안에 해당 중독 12단계 회복모임에 참석하도록 명령, “처벌과 치유를 병행”하고 있다.
중독은 마치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연인과 뜨거운 연애를 했던 것과 같이 도박을 그만 두어도 그 좋았던 감정은 뇌의 쾌락센터에 영구적으로 기록되어 있어서 전문치료를 받으며 평생 동안 재발을 조심해야만 한다.
중증 도박중독자인 억대 도박중독자들에 대한 처벌을 치유 프로그램 참석으로 대신하게 하면 본인과 가족들의 힘으로는 어려웠던 치유의 기회가 생기고, 고액연봉 중독자들이 치유되면 국가에 대한 세금 기여도가 높아질 것이다.
(필자가 2015년 12월 7일자 미주한국일보에 기고)
이해왕 선교사
한인 중독증회복 선교센터(www.irecovery.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