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스스로 책임지는 가정문화에서 성장한 미국인들보다 무한한 내리사랑의 가정문화에서 성장한 한인들은 중독에 더 취약하고 치유 시작도 어렵다.
한인가정의 경우 중독자의 부모나 아내는 정서적 물질적 도움을 많이 제공하며, 가족의 중독문제가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긴다. 그래서 가족끼리 힘을 모아 최선을 다하다가 중독자가 아주 망가져서 병원치료나 주거치료가 불가피한 때에야 비로소 치료기관을 알아보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중독 욕구를 충족시키기 쉬운 한인 가정문화와 중독물체나 행위들을 점점 합법화시키는 사회적 환경이 만나면서 중독자들은 아무리 가족들이 건전한 가치의식과 의미 있는 삶을 제시해도 회복에 성공하기가 어렵다.
가족들은 중독자에게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그간의 나쁜 결과들을 주지시키며 강한 의지를 보이라고 훈계하지만, 정작 중독자는 알콜이나 마약 같은 중독물체가 야기하는 “약물 의지(Chemical willpower)” 혹은 게임과 도박의 쾌락이 야기하는 “중독 의지(Addictive willpower)”의 통제를 받을 뿐이다.
어떤 중독형태이든 환자들은 중독을 통해서 삶의 문제들로부터의 도피와 위안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중독문제를 인정은 하면서도 벗어나고 싶어 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미국 알콜 회복모임(AA)은 1935년 금주령(1920~1933)이 선포되었을 정도로 알콜 중독이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어서야 시작되었다. 마약남용이 심했던 1954년에는 AA 12단계 내용 중 알콜을 마약으로 명칭만 바꾸어서 마약회복모임(Narcotics Anonymous)이 그리고 도박이 합법화 되면서 1957년에는 단도박 모임(Gamblers Anonymous)이 형성되었다.
한국에서는 1986년 미국 AA Big Book을 “익명의 알콜 중독자들”로 그리고 1994년에는 미국 GA Book을 “새로운 시작”이라는 표지로 번역 출판해서 치유교본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한국의 체계적 중독증 치유역사는 미국보다 50여년 늦게 시작되었다. 미주 한인들의 중독치유 역사는 1990년대부터 시작되어 20여년이 넘었다.
미국사회의 중독별 회복모임들은 본인 책임위주의 가정문화에 맞게 중독자 본인들만 참석시키고, 가족모임은 별도로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반면 가족 중심 문화를 중시해온 한인 중독가정들은 가족과 중독자가 함께 치유될 수 있는 “선 가족회복 후 중독자 회복안내”의 치유모델이 가장 적합하다.
한인 가정문화가 중독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고, 회복되어도 동일한 한인문화권에서 계속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비록 미국문화권에서 시작된 알코올 회복모임의 12단계 원리를 사용해도 한인문화에 맞게 각색해서 적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에 미국 문화권에서 한인 중독자들을 치유해온 미주 한인중독치유기관들이 회복모임에서 사용하는 “중독증 치유 교재”나 “회복체험들” 그리고 “간증자료들” 이야 말로 세계 모든 지역의 한인 중독가정들에 잘 적용될 수 있는 치유자료들 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1월 25일자 미주한국일보 오피니언 난에 기고한 글)
이해왕 선교사
한인 중독증회복 선교센터(www.irecovery.org)
상담전화: (909) 595-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