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은 문명이 발달해서 삶이 편안해질수록 많이 생기는 병이자 현대의학으로 완치가 안 되는 난치병이다. 좋다는 치료방법들을 동원해도 중독자의 거부반응이 심해지기만 하는 데 지친 중독자 가족들은 기적적인 치유를 원하게 된다. 종교계는 다른 만성질환들은 전문가에게 의뢰하면서도 중독은 영적으로만 치유될 수 있다며 말씀과 기도로 고치려는 경향이 있다.
10여 년 전 20대 아들의 마약문제로 상담한 적이 있던 어머니가 얼마 전 전화를 했다. 그간 백방으로 노력해도 치유가 되지 않자 타주로 이사까지 해서 여러 좋다는 방법들을 다 해보았다고 한다. 이제 노부부는 은퇴해 산속에 들어가서 세상 떠날 때까지 중년이 된 아들을 돌보며 살 수밖에 없다는 가슴 아픈 소식을 전해왔다.
중독자에게 무엇보다도 회복의 필요성을 대두시키는 것은 “중독 병의 진행과정” 때문이다. 중독증은 게임, 도박, 알코올, 성, 또는 마약에 의존하기 쉬운 환경에 처한 사람이 약물이나 행위로 “감정변화”를 경험하기 시작할 때부터 시작된다.
중고교 시절에 마리화나를 접하고 1~2년 간 피우면 “내성증가”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마리화나를 피워도 기분이 초기처럼 고조되지 않게 된다. 그렇게 되면 주로 통증완화제나 각성제에 속하는 더 센 마약들을 찾게 된다.
마리화나 남용 학생들이 대학생이 되면 아편 제나 코카인은 너무 겁이 나서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옥시콘돈, 코데인, 엑스타시, 메탐페타민과 같은 합성약품들을 찾게 된다. 그러다 30대로 접어든 마약남용자들은 10~20년간 마약에 대한 내성이 많이 증가되고 육체적 정서적으로 고통이 누적된 반면, 건전하고 책임감 있게 사는 방식에는 미숙해져서 마약을 벗어나기가 어렵게 된다. 더 센 마약에 대한 충동을 억제할 수 없어서 이때 헤로인, 데모롤, 몰핀과 같은 아편제 마약들이나 코카인까지 하게 된다.
이렇게 마약남용 문제는 한인들 사이에서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데, 관련 자료나 통계는 너무도 부족한 상태이다.
아시안 약물남용 방지프로그램(AADAP)이 지난 2006년 한인을 대상으로 한 음주·마약 상담통계에 따르면 마약상담을 의뢰한 한인은 총 291명으로 이중 10대가 70명(24%), 20대가 103명(35%)으로 젊은 층의 마약 남용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물별로는 마리화나가 28%로 가장 많았으며 메탐페타민(20.4%), 코케인(17.2%), 술(14%) 등이었다.
전체 상담자 중 56.9%가 부모의 도움으로 마약상담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나 마약문제 해결에서 부모의 역할이 중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인 중독증회복 선교센터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7년 동안 한인 1,361명의 전화 상담을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마약 문제가 599명으로 44%를 차지해서 가장 심각했으며 도박 28%, 알코올 12%, 게임 11%, 음란물 2%, 기타(도벽, 흡연, 쇼핑, 섹스 중독 등) 3% 순이었다.
중독 병은 전염병에 비유할 수 있다. 중독문제가 없는 가정은 “중독 예방”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중독문제가 있는 가정은 하루빨리 중독치유 기관의 회복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회복작업을 해야 한다.
한인사회가 중독문제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중독치유 기관들의 회복프로그램들을 적극 지원하고, 시급히 미국에 “한국어 중독 하트라인”이 개설될 수 있도록 적극 도왔으면 좋겠다.
(필자가 2017년 10월 27일자 미주한국일보 오피니언 난에 기고한 글임)
이해왕 선교사
중독 상담 전화 : (909) 595 - 1114
한인 중독증회복 선교센터 (www.irecovery.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