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은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병이며 삶 전체가 망가지는 병이다. 그대로 방치하면 점점 더 생존자구책으로 추구하며 육체적, 정신적, 영적으로 함께 망가지게 되어 스스로 만든 중독감옥에 평생 갇혀서 지내야하는 가장 많은 대가를 치르게 되는 만성병이다.
중독자 한사람이 평균 7~8명의 가족들이나 주위사람에게 정신적 및 경제적으로 피해를 주어서 ‘가족 전체의 병’으로 진행된다. 중독자 혼자의 의지로는 자신의 중독행위를 ‘90일 이상 참지 못하는 병(Addiction 90)’이기도 하다. 따라서 가족들은 중독자가 스스로 다 망가질 때까지 최후통첩만 반복하며 회복을 위해서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며 요행이나 기적적인 치유만 바라는 것은 너무 가혹하고 잔인한 처사이다.
중독자의 회복 시작에 가장 큰 장애요인은 중독자의 거부반응보다도 가족의 수치심이나 거부반응일수도 있다. 예를 들면 재미와 위안 그리고 호기심 등으로 시작한 도박이 사교적 도박의 한계를 넘으면서는 호기심이나 재미가 아니라 중독된 자신의 육체적 및 심리적 의존과 고통을 견디기 위해서 도박 행위를 반복해야만 하고 가족들도 말리며 애원하고 참다 지쳐서 중독자와 같이 정서적 그리고 영적으로 황폐되는 또 다른 환자가 되어 버린다.
그래서 모든 중독자의 회복은 가족에서부터 시작되어야만 하고 가족들은 중독자를 환자로 이해하며 대질(Confrontation)이 아닌 회복간섭(Recovery Intervention)을 통해서 치유동기를 부여해야만 한다. 가족들 간에 대질은 회복간섭이 아니며, 치료적 기교가 개입되어있지 않다.
중독자의 심리적 성장도 성숙보다는 둔화되거나 퇴보하게 되어서 육체적으로는 성장해도 실제 세상에서 자신을 돌보는 능력은 위축되게 마련이므로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때에 중독자에게 자유를 허용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가족구성원들도 중독증의 영향과 피해를 받게 되어서 약물해독작업만 제외하고는 중독자와 함께 회복치료가 필요하다. 가족 각자도 거부반응과 거짓신념체제를 발전시킬 위험이 있다.
중독증 회복도구에는 ‘가족의 이해와 사랑’, ‘회복동료들’, ‘12단계 회복 프로그램’ 3가지가 있다. 먼저 가족의 이해와 사랑이 있어야 회복동료들이 있는 회복모임에 나올 수 있을 것이며 또 회복모임에 나와야 12단계 회복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다. 회복모임 참석 없이 혼자서 하는 회복 노력은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주는 회복동료들과 ‘영적항해’의 이행작업 없이 회복하는 격이기 때문에 그만큼 힘들고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재발에는 치료적 재발과 비 치료적 재발이 있는데 회복 중에 생긴 재발을 치료적 재발이라고 하며 회복과정의 일부로 봐야한다. 중독자가 재발하면 가족의 근심과 걱정도 함께 재발된다.
회복모임에 다니다가 재발하면 이 모임에서는 나을 수 없다는 불평을 하며 떠나는 사람들 때문에 남아있는 사람들까지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 회복은 남이 대신해 줄 수 없으며 본인 스스로 해 나아가는 길고 험한 회복여정 이며 중독감옥을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회복모임 장소는 마치 전기가 없는 빈방과 같으며 참석자 한사람은 하나의 회복등불이다. 여러 명이 참석할수록 회복 장소는 더욱 밝아져서 참석자 모두는 자신의 나쁜 결점들을 더 잘 볼 수 있게 되어 회복모임은 함께 꾸며가는 “회복무대”라고 할 수 있다.
중독자들은 나쁜 사람들이 아니다. 이 세상에 아프고 싶어서 아픈 사람이 하나도 없듯이 중독자가 되고 싶어서 중독된 사람은 없다. 중독증은 도덕심과 의지와는 관계없이 “그냥 생긴 병(No Fault Disease)”일 뿐이다. 부모가 자녀는 물론 아내가 남편을, 남편이 아내를 변화시킬 수 없다. 나 자신부터 변화할 때에 사랑하는 사람도 변화할 수 있는 희망과 용기를 더 갖게 될 것이다. 연말연시는 1년 중에 가장 중독문제가 심해지는 시기이다. 가족들의 회복간섭 실시를 통해서 더 많은 중독문제 가정들이 치유에 성공하기를 바란다.
▶ 미주 한국일보 인터넷신문 - 중독은 가족 전체의 병
(2021년 11월 30일자 미주한국일보 오피니언 난에 기고한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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