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처음 부모가 중독문제를 발견했을 때에 자녀의 상태는 문제단계이거나 중독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부모에게 미안하고 죄책감까지 느껴서 부모가 중독을 병으로 보고 바로 치유상담이나 회복기관으로 안내하면 따라나설 확률이 아주 높다. 중독자녀를 회복으로 안내할 수 있는 이런 좋은 시기를 대부분 훈계나 야단을 치고 한바탕 부모들 간에 서로 책임을 전가하거나 자녀의 친구들만 탓하며 보낸다. 전문 치료방법을 찾아서 제시하지 못하고 자녀에게 교회에나 열심히 다니라고 하거나 용돈을 줄이고 시간과 활동 면에서 수사기관을 방불케 하는 각종 엄격한 통제수단들만 강화시킨다.
부모들이 이런 반응들을 보일 때에 중독문제 자녀는 “알리바이, 거짓말,거부반응”을 순차적으로 보이며 부모의 감시체제를 벗어날 수 있는 각종탁월한 방법과 수단들을 더 개발해서 원인적인 마약이나 중독행위를 중단할 수 있는 회복교육이나 치료를 일체 거부하게 된다. 상담전화를 받다보면 50% 정도가 호칭을 “목사님, 도와주세요”라고 할 정도로 부모들은 종교를 통한 기적적인 영적체험을 통해서 자녀가 빨리 치유되기를 바란다. 심지어는 여름방학에 문제 자녀를 선교현장으로 보내거나 성지순례 프로그램을 통해서 자녀의 중독문제를 치유시키려는 부모들도 있다.
중독이 악화로 진행되면서 육체적, 심리적, 정신적, 그리고 영적으로 모두망가지기 때문에 영성함양은 중독증 치유의 한 가지 방법에만 해당된다. 그리고 영성은 종교에서 말하는 하나님뿐만 아니라 자연, 커뮤니티, 사랑하는 사람들과 연결해주는 차원 높은 원동력을 의미한다.
영적각성에는 내적인 것과 외적인 것이 있다. 전자는 자신이 살아오면서실제로 겪은 지난 삶의 부정적 체험결과들에 입각해서 다시는 그렇게 살지 말아야 하겠다고 깨닫는 영적각성이 있고, 후자는 단기선교와 같이 어렵고 힘든 외적상황들로부터 간접체험을 통해서 미래 삶에 반영하는 영적각성이 있다.
중독으로 망가진 영성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본인 자신이 아무리 중단 시도를 해봤어도 실패한 사실들부터 대면해서 ‘마약이나 중독적인 행위에 무기력하며, 그간 생활을 정상적으로 살아오지 못한 점’을 깨닫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회복모임에 참석하면 삶의 우선순위를 ‘첫째 회복, 둘째 학업 및 직장, 셋째 가정’에 두면서 치료를 받기 시작하고, 어느 정도 치유가 된 다음에는 ‘첫째 직장 또는 학업, 둘째 회복, 셋째 가정’으로 우선순위를 조정하다가, 회복이 많이 된 다음에는 ‘첫째 가정, 둘째 직장, 셋째 회복’으로 우선순위를 두라는 학습을 한다.
아무리 명문대학에 입학해도 중독문제에서 치유되지 못한 자녀는 집중력과 기억력 악화로 첫 학기도 마치지 못한 채 학업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데도, 대학진학을 앞둔 자녀들을 위한 진로상담 강연에는 1,000여명의 부모들이 참석하는 것에 비해 중독치유 및 회복안내 워크숍이나 세미나에는 몇몇 가족들만 참석해서 치유보다는 진로에만 우선순위를 두는 경향이다.
중독은 가족모두를 망가트리는 병이므로 사랑하는 가족들의 건강과 안전은 물론 자녀의 미래 삶을 위해서도 반듯이 ‘회복을 첫 번째 우선순위’로 삼아서 치료부터 시작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필자가 2015년 7월 8일자 미주한국일보에 기고)
이해왕 선교사
한인 중독증회복 선교센터 (www.kamca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