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어린 캘리포니아 여인과 러시안 탐험가의 순애보적인 사랑 이야기를 하나 소개하기로 하자.
1791년 2월 19일, 이야기의 주인공인 콘치타[Concepcion Arguello; 스페인어에는 Conchita란 Concepcion이란 이름의 애칭이다]는 샌프란시스코 요새 사령관인 아버지 Don Jose Dario Argüello와 어머니 Maria Ygnacia Moraga 사이에서 태어났다.
샌프란시스코 요새 관사에서 태어나고 자란 콘치타가 15세 되는 해인 1806년, 4월의 어느 날, 주노[Juno] 라는 러시아 국적의 배 한 척이 샌프란시스코 만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상선 ‘주노’ 에는 러시아 상인이며 외교관인 니콜라이 레자노프[Nikolai Rezanov]가 타고 있었는데 올해 42세의 레자노프는 지난 겨울 혹독한 추위로 아사 직전의 알래스카의 모피 산업 전초기지를 살리는 방안 대책을 모색하고자 샌프란시스코를 전격 방문하였던 것이다.
밀무역이 아닌 물물교환 형식일망정 정식 무역을 통해 얻어지는 식량 확보가 무엇보다도 큰 과제였던 것이다.
그러나 당시의 캘리포니아의 스페인 법은 외국상선과의 무역거래는 불법으로 정해져 있었고, 더군다나, 샌프란시스코 요새 사령관인 호세[Jose Dario Argüello]는 출타 중으로 그의 아들인 루이스 아르구에요[Luis Argüello]가 임시 대행을 맡고 있는 상태였었다,
루이스 요새 사령관 대행은 예의를 갖추고 정중하게 러시안 일행을 맞이하였다.
그들은 프란체스칸 신부 통역으로 겨우 라틴어로 어눌한 협상을 나눌 수가 있었다.
“불행하게도, 스페인 정부는 러시안 시트카[Sitka]와의 무역을 허용하지 않을 겁니다.”라는 루이스의 대답에도 불구하고 ‘니콜라이 레자노프’ 일행은 출타 중인 샌프란시스코 요새 사령관인 ‘호세 아르구에요’가 돌아 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니콜라이 레자노프’가 샌프란시스코 요새 사령관을 기다리는 며칠 동안 그의 눈을 사로잡는 여인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천사처럼 우아한 걸음걸이에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매력적인 미소,,,,말할 때 반짝이는 눈동자 그리고 가지런한 하얀 치아까지..‘니콜라이 레자노프’에게 깊은 인상을 남김과 동시에 그의 영혼을 사로잡고 말았다.
그녀는 바로 샌프란시스코 요새 사령관의 딸인 콘치타[Concepcion Arguello]였던 것이다.
나이보다 성숙했던 ‘콘치타’ 역시 러시아 귀족 풍의 니콜라이 레자노프 모습을 본 순간 첫눈에 반했다.
쭉 뻗은 키에 부드럽고 귀족적인 외모는 바로 동화 속의 왕자 모습이었다.
무엇보다도 방금 재단 된듯한 화려하면서도 매력적인 그의 제복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인물이었다
27라는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몰래 데이트를 통해 빠르게 가까워진 두 사람은 요새 인근을 산책하기도 하고 또 미래의 러시아에서의 삶을 설계하며 사랑에 빠져들고 있었다.
둘 만의 행복감에 젖어 있는 사이 몇 주간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사랑을 고백하고 결혼을 약속했다는 깜찍한 커플의 소문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당사자의 가족은 물론 샌프란시스코 마을 주민들까지 충격을 받아 마을 전체가 패닉 상태에 빠질 정도였다.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밀어붙이려던 커플은 결혼식을 하기 위해서는 로마 가톨릭 교회와 러시아 정교회의 결혼식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다.
이는 마치 아메리카 대륙의 캘리포니아와 유럽 대륙의 러시아 거리만큼이나 멀고도 험난한 일이었다.
결국, 레자노프가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러시아 정교회에 가서 결혼승낙을 받아 올 경우 결혼을 허락 한다는 전제 조건에 합의를 보았다.
사랑의 징표로 콘치타는 곱게 딴 그녀의 머리카락이 보관된 예쁜 목걸이를, 그리고 레자노프는 보석으로 장식된 십자가를, 서로 맞교환 했다.
러시아 상인이자 외교관인 레자노프는 그의 사랑하는 약혼녀인 스페인 계 캘리포니아 여성과의 결혼을 허락 받기 위해 러시아 정교회가 있는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향해 캘리포니아를 떠나야만 했던 것이다.
1806년 5월 21일 마침내, 레자노프가 탄 러시아 상선 쥬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러시아를 향해 출발하였다.
<다음 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