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 이야기

진 최

진 발레스쿨 원장

  • 한국 무용교사협회 미지부 회장 미주예총이사
  • 한미무용연합회장

18. 자유를 사랑한 맨발의 이사도라.

글쓴이: 발레리나  |  등록일: 08.27.2018 03:21:26  |  조회수: 3677

자유를 사랑한 맨발의 이사도라.


 토슈즈를 벗어 던지고 맨발로 춤을 춘 여자. 위험한 행복을 찾던 여자. 나를 표현하며 자신의 감정에 솔직했던 여자, 자유로운 삶을 원했던 여자, 200년 전통 발레를 무시하고 춤의 혁명을 일으킨 여자. 현대무용의 창시자. 내가 이사도라를 안 것은 이화여자대학교 학창시절때 였다. 현대 무용사수업에 교수는 이사도라를 이렇게 설명했다. 두 자녀의 익사 사고 죽음, 16살 연하 남편의 자살, 49세의 나이에 자동차 뒷바퀴에 스카프가 끼어 숨지는 슬픈 종말을 맞이하는 영화 같은 드라마틱한 스토리의 삶을 산 여자다.


 우리는 모두 이사도라에 매료되었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도서관에서 책과 씨름하고, 니체의 디오니소스 철학과 그리스의 사상, 고전음악을 무용에 종속시키고 내면에 흐름을 춤으로 표현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만들었다. 내가 대학교를 다닐 때는 자유를 구속 탄압하던 5.18 군사정권 시절로 학교는 매일같이 최루탄과 반대 데모의 연속이었다. 모든 학생은 자유를 원했다. 그녀처럼 자유로워지고 싶어 했다. 한동안 무용과에서는 긴 빨간 스카프와 그리스 뮤즈 같은 하늘 한 치마가 유행 했었다. 지금도 어쩌다 바닷가를 가게 되면 맨발로 모래사장에서 춤을 추는 세레모니를 어김없이 나는 한 번씩 해본다. 내가 못해 본 삶을 그녀를 통하여 막연하게나마 동경하고 흉내 내보면서 대리만족하는 것이다.


 지난 일요일 오후 이사도라 현대 무용공연을 보았다. 현대감각에 맞추어 재각색하여 로열 발레단의오시포바가 그녀의 생애를 열연하였다. 그녀는 오랫동안 매혹적인 이사도라 이야기와 놀라운 예술성을 무대로 가져오고 싶었고, 믿을 수 없는 삶을 존중하는 새로운 발레를 만든것에 너무 기쁘며 던컨과 자신이 아주 비슷하다고 한다.

 공연 시작부터 그녀를 상징하는 빨간 스카프, 풀레시백의 스토리 진행, 춤이 백그라운드 영상과 어우러지면서 극적인 조화를 이룬다. 춤은 곧 사라진다. 이사도라 덩컨 그녀도 사라졌다. 파리의 한 가든파티에서 춤추는 던컨의 모습을 포착한 한 장면이 짧은 기록영화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러나 백 년이 지난 지금 그녀의 춤은 완전히 사라졌을까? 그녀가 잊혀졌을까? 나는 이사도라 공연을 보려고 몇 달 전부터 티켙을 사고 한 시간 넘게 운전하고 코스타메사 시거스트롬센타공연장을 갔다. 그녀를 통해 춤도 문학처럼 영원함을 알 수 있다.


발사모 헬렌씨의 글
Ballet at the movies....발레와 연기 Isadora, the Barefoot Contessa
월요일에 진선생님은 다른때보다 유난히 더 열정과 에너지가 넘치셨다. 주말에 Segerstrom Center에서 Natalia Osipova가 주연한 발레 Isadora를 본 덕분이라 하셨다. 같이 보러 가자고 하실때 그럴것을......심히 후회된다.
이사도라 던컨....흔히 발레의 전통과 틀에 도전하여 맨발로 춤춘 반항아/이단아, 현대무용의 창시자로 기억할것이다. 그리고 또한 그녀의 복잡한 가정사/애정사, 인생사에 걸맞게.....혼을 불태워버리고....결국은 자동차 뒷바퀴에 목에걸친 긴 쉬폰스카프가 감겨서 질식사한 드라마틱하고 비극적인 아티스트로 기억하고 있을것이다.
어릴적 주말의 명화인지 토요명화에서 한국말로 더빙된 Vanessa Redgrave 주연의 영화 "맨발의 이사도라"를 본 기억이 난다. 바네사 레드그레이브는 부모와 동생들 남편/애인(들) 및 자녀들과 사위까지 영화계에 종사한....특히British Cinema와 Swinging Sixties 60년대 영국문화에 아이코닉한 대배우다. 배우 리암 니슨이 (딸인 Natasha Richardson이 불의의 스키사고로 죽었으므로) ex 사위가 되겠다. 실제로 바네사 레드그레이브는 큰키와 골격이 이사도라와 싱크로율은 제법 맞았던것 같다.
요번에 Segerstrom Hall에서 공연한 Isadora의 주연을 맡은 Natalia Osipova는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의 earthy and luscious한 보헤미안 자유부인 스타일의 이사도라와 상반되는 자그만 체구의 느낌을 지닌 전형적인 러시아 출신의 classically trained 발레리나이다. 현재는 영국의 로열발레 수석으로 있는 오시포바는 완벽한 테크닉과 (정말 어떨때는 중력을 거슬린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인형같다) 풍부한 감성연기 표현력으로 거의 현재 활동중인 발레리나들 중에 원톱이라고도 할수있겠다. 심지어 진선생님께서도 공연을 직접보시고 말씀하시길 정말 사람같지 않을정도라며 실제의 이사도라 던컨은 그렇게까지 잘하지는 않았을거라 하셨다.
오시포바하면 또 그녀의 전 연인인 Sergei Polunin을 언급하지않을수없다. 폴루닌은 타고난 재능을 지녔지만 기본적으로 이사도라처럼 속박과 틀을 거부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성향인 그는 너무 젊은나이에 일찍 성공과 공허함을 경험하고 현재는 영화계로 진출한것으로 알고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발레댄서들은 배우가 되기에는 좋은 바탕을 가지고 있는것 같다.....물론 film acting은 완전히 다른 장르의 아트이긴하지만....그들은 우아한 regal bearing과 오랜시간의 트레이닝을 걸쳐 손끝으로 묻어나오는 무언의 감정을 표현하는데에 숙달되어있다.
실제로 발레단내에서는 댄서들끼리 사내연애들도하겠고.....남자 발레리노들중에는 동성애자도 있겠지만, 그들은 무대에서만큼은 개인적인 취향과 사적인 감정을 뒤로하고, 관객들에게 most believable and convincing한 로미오와 줄리엣을 선사한다. Rudolf Nureyev와 Margot Fonteyn....실제로 거의 20살 가까이의 연상이였던 폰테인 그리고 동성애자였던 누레예브...하지만 아직도 이들의 무대 chemistry를 뛰어넘는 발레커플은 본적이 없는것 같다.


8.27.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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