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와 문학의 만남, 과연 러시아의 대 문호 톨스토이의 길고 긴 “ 안나까레리나 ”의 스토리를 어떻게 발레로 풀어낼까? 그것이 궁금해 작년 추수감사절 블랙프라이데세일 때 조프리 발레단의 안나까레리나의 티켙을 판매할 때 제일 먼저 16장의 티켙을 구매했다. 미리 산 티켓 덕분에 일층 앞 좌석을 발사모( 발레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단원들은 싼 가격에 구입해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역시 공연은 앞 좌석에서 보아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지난번 오페라 투란도트를 3층에서 보았을 때는 무대 중앙 뒤에 서있던 주인공이 투란도트 공주가 보이지가 않았었다. 한미무용 진발레스쿨은 뮤직센터 DANCEx 에서 초대받아 한 시반 리허설도 관람을 할 수 있었다.
몇 년 전 낭만독서모임에서 “ 안나까레리나 ”책을 읽고 토론을 하였었다. 3권이나 되는 길고 긴 내용에서도 안나까레리나가 남편에 대한 심리묘사를 하는 대목의 글솜씨에서 톨스토이가 정말 기가 막히게 대단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에 매료돼서 코로나 기간 동안 전쟁과 평화의 길고 긴 4권의 책과 씨름하였고, 부활, 예술이란 무엇인가, 단편집 등의 책을 읽었다. 책장을 찾아보니 톨스토이에 관한 책이 14권이 있다. 톨스토이는 도덕적, 종교적, 사회적 문제에 깊이 관심을 가졌으며 평화주의, 금욕주의, 진실성, 비폭력 저항 등의 사상을 강조했다. 그의 사상은 그가 쓴 소설 속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표현하였다. 안나의 비극적인 결말은 당시 러시아 사회의 위선과 불의에 대한 톨스토이의 비판을 담고 있으며, 레빈의 자연과 농촌 생활을 통해 진정한 행복과 평화를 찾으려는 톨스토이의 이상을 설명한다. 귀족의 가문이었던 톨스토이는 자신이 보여준 정신적 철학적 신념을 가지고 근면한 삶을 살고 집을 떠나 방황하다 기차역에서 사망하는 그의 말년의 삶에 마음 아파 더욱더 그에게 심취되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톨스토이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발레 공연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작품은 백조의 호수, 슬리핑뷰티, 호두까기인형등 일 것이다. 차아콥스키의 3대 작품으로 1877년 백조의 호수는 볼쇼이 극장에서 초연하면서 100년이 넘는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고전으로 전해져 우리에게 사랑을 받고 있으며 친숙하다. 이런 작품들에 비해 조프리 발레단의 "안나 까레리나" 작품은 유리 포소호프가 안무를 맡아 2019년 시카고에서 세계 초연을 했으며, LA에선 처음으로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정말 궁금했다. 그래서일까? 빈 좌석 하나 없이 객석은 꽉 찼고 그 기대를 충족시켰다. 톨스토이의 복잡한 서사를 우아한 발레로 재해석하여 무대 위에 생생하게 구현했다. 포소호프의 안무는 문학적 깊이와 발레의 감성을 조화롭게 결합하여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무대배경과 영상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어서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였다. 이제는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장면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연결하여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듯하다.
발레는 단순한 동작의 나열이 아니라, 감정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예술 형태다. 조프리 발레단의 "안나 까레리나"는 이 점에서 특히 돋보였다. 복잡한 인간관계와 사회적 문제를 발레로 표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무용수들은 몸짓 하나하나에 감정을 담아, 소설의 복잡한 감정선을 충실히 재현했다. 안나의 격한 감정 숨소리까지 들렸다. 음악과 조명의 완벽한 조화 역시 무대의 몰입감을 더해주었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인간관계의 복잡성과 갈등은 관객들을 사로잡았으며, 이는 발레가 단순한 춤 이상의 예술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주었다. 조프리 발레단은 이를 훌륭하게 해냈다. 안 나와 브론스키의 사랑, 안나의 고통, 그리고 그녀의 최후를 표현하는 장면들은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다. 발레리노와 발레리나의 섬세한 동작은 톨스토이의 문학적 깊이를 그대로 담아내었으며, 이는 문학과 발레의 완벽한 융합이라 할 수 있었다.
한미무용연합 진발레스쿨에서 진행된 해설이 있는 발레 이야기 워크숍은 "안나 까레리나"의 이해를 돕는 중요한 기회였다. 발사모와 함께한 이 워크숍은 공연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와 토론을 통해 발레와 문학의 결합을 더욱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첫 번째로 눈에 띈 것은 안무의 정교함과 섬세함이었다. 각 장면마다 안무가의 섬세한 디테일과 움직임이 캐릭터의 감정과 이야기를 그대로 전달했다. 주인공 안나의 내면 갈등과 사랑, 그리고 절망을 표현한 무용수의 연기는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특히 안 나와 브론스키의 듀엣 장면은 그들의 열정과 애절함을 그대로 담아내며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음악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다. 현악기와 피아노, 관악기의 조화로운 연주는 안나의 감정을 더욱 깊이 있게 전달하며 무대의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켰다. 음악과 무용이 하나가 되어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깊이 끌어들이는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무대 디자인과 의상 또한 이 공연을 더욱 빛나게 했다. 시대적 배경을 충실히 재현한 화려한 의상과 정교한 무대 세트는 관객으로 하여금 19세기 러시아의 귀족 사회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특히 무대 전환과 조명 효과는 극의 분위기를 극대화하며 시각적으로도 큰 만족을 주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성악가가 나와 노래를 부를 때 그 시대의 의상을 입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안나의 죽음 전 마지막 절규 장면이었다. 절망 속에서 선택한 그녀의 비극적 결말은 관객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이 장면에서 무용수의 연기와 음악, 조명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감정의 절정을 이루었다.
조프리 발레단의 '안나 카레니나'는 단순한 발레 공연을 넘어 예술의 모든 요소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종합 예술 작품이었다. 톨스토이의 고전 문학을 발레로 재해석한 이 작품은 원작의 깊이를 잃지 않으면서도 발레만이 줄 수 있는 아름다움과 감동을 관객에게 선사했다. 이 공연을 통해 발레의 무한한 가능성과 예술적 가치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뮤직센타광장에서 펼쳐지는 댄스파티에 발사모 단원들은 신나고 모두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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