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 이야기

진 최

진 발레스쿨 원장

  • 한국 무용교사협회 미지부 회장 미주예총이사
  • 한미무용연합회장

447.19년 만에 다시 선 LA 카운티 페어 무대

글쓴이: 발레리나  |  등록일: 05.23.2026 08:09:18  |  조회수: 75

지난 주말, 우리 진발레스쿨은 다시 LA County Fair 무대에 섰다. 무대에 오르기 전, 문득 ‘얼마 만인가’라는 생각이 스쳤다.
LA 카운티 페어는 1922년에 시작된, 백 년이 넘는 시간을 이어온 남가주의 대표적인 문화 축제다. 수십만에서 많게는 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놀이기구와 음식, 전시와 공연이 어우러지는 이곳은 단순한 행사장을 넘어 하나의 ‘살아 있는 시간’처럼 느껴진다.
이 같은 무대에서 우리 진발레스쿨은 40명의 단원과 함께 발레, K-팝, 아크로바디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선보였다. 서로 다른 결을 지닌 춤들이 이어지며 무대를 채웠고, 각 작품은 고유한 색과 에너지를 담아 관객들과 만났다. 장르의 차이는 나뉨이 아니라, 오히려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힘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했다.
그러나 이번 무대가 더욱 특별했던 이유는 따로 있다. 우리 진발레스쿨은 2002년 처음 이 무대에 섰고, 2007년까지 여섯 차례 공연을 이어왔다. 이후에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다양한 공연과 교육, 봉사 활동에 집중하며 또 다른 무대들을 만들어 왔다. 그리고 19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이 무대에 서게 되었다.
그 사이 많은 것이 변했다. 아이들은 자라 새로운 세대로 바뀌었고, 무용을 둘러싼 환경도 달라졌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이 축제가 지닌 전통의 힘이다. 백 년의 시간을 이어온 이 무대는 단순히 오래된 공간이 아니라, 수많은 기억과 경험이 켜켜이 쌓여 있는 장소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 진발레스쿨 역시 하나의 시간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한 월드컵 ‘샤우팅 댄스’에서는 관객들의 박수와 함성이 자연스럽게 무대와 어우러졌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흐려지며, 공연은 ‘보여주는 것’에서 ‘함께 만드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 순간, 춤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힘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했다.
공연을 마친 뒤, 우리에게는 더 즐거운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날은 다른 공연과 다르게, 무대를 내려온 이후에 더 특별한 시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가족들과 함께 놀이기구를 타고 웃고, 축제 한가운데서 하루를 온전히 즐기고 있었다. 무대 위의 긴장감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따뜻한 여유와 기쁨이 남아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이것이 바로 이 축제가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이유이구나.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오랫동안 LA에 거주하신 학부모님들 중에서도 이번 기회를 통해 이곳을 처음 찾은 분들이 계셨다는 점이다. 그분들은 공연과 축제를 함께 경험하며 “이렇게 의미 있는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해 주셨다. 그 말을 들으며 우리는 단순히 공연을 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소중한 경험을 함께 나누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버 발레 팀의 모습은 그날의 여운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이번 공연에서 실버 발레 팀의 ‘카르멘’ 작품은 전체 프로그램 중에서도 가장 큰 호응을 얻으며 많은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무대를 내려온 뒤에도 그 따뜻한 기운은 계속 이어졌다.
공연이 끝난 후, 실버 발레 팀은 푸드 코트 한편에 자리를 잡았다. 그 자리에는 팀을 조용히 챙기는 반장의 손길이 있었다. 반장은 직접 음식을 준비하고 김밥과 간식을 챙겨와 나누며 모두가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따뜻하게 이끌어 주셨다. 덕분에 그 시간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마치 소풍을 온 듯한 정겨운 시간으로 이어졌다.
그날 우리는 아침 8시부터 모여 준비를 시작했다. 30분의 무대를 위해 긴 시간을 준비하고 기다렸다. 짧은 공연이었지만, 그 안에는 하루의 시간과 마음이 모두 담겨 있었다.
그리고 공연이 끝난 뒤, 아이들의 웃음과 팀원들의 여유로운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조용히 생각했다. 이것이 보람이구나! 이것이 우리가 춤을 추며 살아가는 이유구나!
19년 전 이 무대에 남겼던 우리의 시간이, 다시 오늘의 시간으로 이어졌다.
무대 위의 30분은 지나가지만, 그 하루는 오래 남는다.

• 진발레스쿨
• 3727 West. 6th Street #607. LA CA 90020
• Tel: 323-428-4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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