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 이야기

진 최

진 발레스쿨 원장

  • 한국 무용교사협회 미지부 회장 미주예총이사
  • 한미무용연합회장

426. 상처는 남고, 춤은 흐른다 — 도둑, 싯다르타, 발레의 이야기

글쓴이: 발레리나  |  등록일: 10.16.2025 23:01:43  |  조회수: 38

전이었다. 주말 오후, 가족들과 저녁식사 쇼핑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사이, 명의 도둑이 집에 들어와 모든 훔쳐갔다. 경찰도 오고CCTV 있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얼굴을 가린 그들은 놀라울 만큼 철저했다. 옷장, 서랍, 작은 상자들까지오랜 세월 모아온 가방과 결혼예물, 그리고 안에 담긴 시간과 추억들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도둑맞은 그날 이후 한동안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모든 귀찮았고, 몸은 움직였지만 마음은 멈춰 있었다. 훔쳐간 도둑들을 원망했고, 미워했고, 화가 났고, 허무했다. 달이 지나도록 감정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문득 생각했다. ‘나는 무엇에 그렇게 집착하며 살았던 걸까?’ 문득 법정 스님이 탁상시계를 도둑맞았던 일화가 생각났다. 나도 스님처럼 담담할 있을까? 생각해보니, 아니었다. 내가 스스로 내려놓는 것과 남의 손에 의해 잃는 것은 전혀 다른 무소유의 개념이다. 그렇지만 그 상실감은 오히려 자신을 다시 들여다보게 했다.


 마침 9월의 독서 모임 주제가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였다. 왕의 아들로 태어나 모든 것을 가졌던 싯다르타는 세속의 풍요를 버리고 깨달음을 찾아 떠난다. 그의 여정 배사공 바수데바는 말한다. “강은 모든 것을 가르쳐준다. 강에는 모든 것이 있다.” 구절을 다시 읽으며 생각했다. 이번 일은 어쩌면 나에게 주어진 하나의 강이었는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멈추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이제는 조금 내려놓고 비워야 한다 강의 목소리가 마음속에서 들렸다. 나에게 발레도 그랬다. 몸은 무대 위에 날고 있었지만, 마음은 멈춰 있었다. 완벽한 자세보다 중요한 것은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힘이다. 발레는 안의 상실과 고통을 품는 예술이며, 속에서 다시 나를 일으켜 세운다.


 도둑맞은 허무한 마음에 여기저기 하소연하듯 이야기를 꺼냈더니, 의외로 도둑을 맞은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명은 번쯤 그런 경험이 있었다. 그제야 알았다. 이것이 혼자만의 상처가 아니라는 것을. 누구에게나 상실은 찾아오고, 그때마다 삶은 우리에게 비우는 법을 가르친다.


 나는 도둑에게 빼앗기고, 싯다르타에게 배우고, 발레로 다시 일어선다. 나는 여전히 완전하지 않다. 그러나 불완전함 속에서 배운다. 잃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깨달음의 시작이었다. 강이 흐르듯 삶도 흐른다. 그리고 언젠가 나도 바수데바처럼 조용히 웃으며 말하리라. “ 모든 일은 나에게 필요한 배움이었노라.”


www.koadance.org www.balletjean.com

한미무용연합회. 진발레스쿨

3727 West. 6th Street #607. LA CA 90020

Tel: 323-428-4429


 

#진최의무용이야기#한미무용연합#진발레스쿨#싯다르타#헤르만헤세#춤과도둑
#JeanDanceStory #KOADanceFederation #JeanBalletSchool #Siddhartha #HermannHesse #DanceAndTheft

 


DISCLAIMERS: 이 글은 각 칼럼니스트가 직접 작성한 글로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작성자에게 있으며, 이 내용을 본 후 결정한 판단에 대한 책임은 게시물을 본 이용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라디오코리아는 이 글에 대한 내용을 보증하지 않으며, 이 정보를 사용하여 발생하는 결과에 대하여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라디오코리아의 모든 게시물에 대해 게시자 동의없이 게시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정 · 복제 · 배포 · 전송 등의 행위는 게시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원칙적으로 금합니다. 이를 무시하고 무단으로 수정 · 복제 · 배포 · 전송하는 경우 저작재산권 침해의 이유로 법적조치를 통해 민, 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This column is written by the columnist, and the author is responsible for all its contents. The user is responsible for the judgment made after viewing the contents. Radio Korea does not endorse the contents of this article and assumes no responsibility for the consequences of using this information. In principle, all posts in Radio Korea are prohibited from modifying, copying, distributing, and transmitting all or part of the posts without the consent of the publisher. Any modification, duplication, distribution, or transmission without prior permission can subject you to civil and criminal liability.
전체: 409 건
1 2 3 4 5 6 7 8 9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