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동안
기분이 몹시 불쾌했고
그래서 편안하지 않았다.
그 순간을
수도 없이 곱씹으며
이렇게 더 말해 줄걸. 하고 후회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복수의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그렇다.
나는
화가 나 있다.
일은 어제 있었는데 오늘까지
그 일의 순간순간들을
되새김질했다.
마치 소처럼.
화는 강렬하고
고통스럽다.
그 생각에 빠지지 않으려고
아침부터
운동하고 청소하고
수업하고 청소하고
작곡하고 냉장고 청소하고
또 수업하고 설거지하고
글쓰고 또다시 청소하려다
그냥 나왔다.
온갖 것을 다 해 보았지만
눈은
더 팬더 같아졌다.
화가 나 있을 때
나는 내가 너무
무력하게 느껴진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기 때문에
마음이 우왕좌왕하고
괜찮아지려 애쓸수록
더욱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화는
나를 바보로 만든다.
화라는 녀석과의
오랜 싸움 동안
전적은 그리 좋지 않다.
아마
1억패 10승 정도 될까?
요즘의 패배는
간발의 차이가 난 채로 질 때도 많아졌지만
여전히 녀석은 막강하다.
우두커니 앉아서
Wes Montgomery의 음악을 들었다.
화에게 이기는 방법은
화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치밀어 오르는 화를
가만히 지켜봐야 한다.
가만히.
비가 내린 후
바람이 세게부는
생소한 LA 도심을 운전하며
생각했다.
다시 될 때까지 해보자.
내내 지기만 하는
무모한 나의 도전이지만
그래도 도전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벽처럼 느껴지는 그들과
진솔하게 소통하고 싶기 때문이다.
집에 들어왔다.
화 덕분에
집은 번쩍거리게 깨끗해 졌다.
J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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