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진의 결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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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만나 결혼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방향이 결정되기도 합니다. 이웅진의 결혼이야기를 통해 인연의 중요성과 결혼의 행복함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그 동안 쌓아둔 연애의 노하우를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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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앞을 보세요! 사랑은 마주 보는 것이 아닙니다.
08/20/2013 01:51 am
 글쓴이 : sunwoo
조회 : 17,704  


사랑은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다.
 
선우-2-down.jpg

 
남편은 마침내 내 앞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갖고 있던 돈을 꺼내 던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돈이 좋아 나랑 결혼했으니 어디 돈맛이나 실컷 봐라…….”
남편이 이러는 데는 내 잘못이 크다. 남편은 아직 내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혼한 지 5년이 지났지만 나는 첫사랑인 그를 아직 잊지 못하고 있다. 물론 그때처럼 애절하고, 강렬한 그리움은 아니지만, 세월이 흘러도 그와 함께 한 추억은 아직 빛 바래지 않고, 내게 남아있다. 우리는 같은 대학에서 만나 3년간 연애를 했다. 부모님은 지독히 가난한데다가 몸도 약한 그를 보고 여자 고생시킬 위인이라면서 당장 헤어지라고 하셨지만, 나는 그를 떠날 수 없었다. 극심한 반대 속에서도 우리는 꿋꿋하게 사랑하면서 결혼을 꿈꾸었다.
 
하지만 우리의 사랑은 한 순간에 끝이 났다. 그가 새벽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떴기 때문이었다.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부모님은 내게 조건이 좋은 한 남자와의 만남을 종용했다. 다른 남자를 만나야 그에게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자포자기 상태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내게는 더 이상 사랑이 없다고 생각했고, 그저 부모 원하는 대로 돈 많고 안정적인 남자 만나 효도나 하자는 마음이었다.
 
남편은 성실한 사람이라 결혼생활은 안정적이었다. 가끔 욱 하는 성미가 있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다정다감한 성격이어서 살면서 정도 새록새록 쌓여갔다. 하지만 오늘처럼 부부 싸움을 할 때면 첫사랑이 생각나곤 한다. ‘그와 결혼했다면 어땠을까?’ , ’그도 남편처럼 저렇게 함부로 아무 말이나 내뱉었을까?’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런 생각이 부질없다는 것을 안다. 죽은 사람 생각이나 하며 내 인생을 망치고 싶지는 않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죽도록 사랑했던 그 남자와 결혼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까? 그와 꿈꾸었던 결혼 생활은 부부싸움, 갈등 따위는 끼어들 여지가 없는 무지개빛이었다. 하지만 지독히 가난했던 그와의 결혼생활도 평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갑자기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난 윤희씨가 첫사랑과 결혼하지 못한 게 차라리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첫사랑과 결혼했더라면 이상과 현실의 괴리 앞에서 많은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현시로가 맞부딪치고 나면 보기만 해도 가슴 떨리던 첫사랑은 빛이 바래고 가난이라는 괴물만 눈앞에 보이는 법이다.
 
결혼이란 ~이 통하는 사람’ , ‘운명처럼 미칠 듯이 사랑하는 사람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단정짓는 사람이 있다면 한번 더 생각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미칠 듯이 사랑해서 하는 결혼은 오히려 위험하다. 그런 상태에서는 상대의 참모습을 제대로 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 소설가 야마모토 후미오의 연애중독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나는 좋아하는 사람의 손을 너무 꽉 잡는다. 그래서 상대가 아파하는 것 조차 깨닫지 못한다.”
 
사랑에 빠지면 어느 정도는 상대에게 집착하게 되고, 맹목적이 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면 자기만의 감정에 사로잡혀 상대가 어떤 상처를 받는지 알지 못한다. 내가 좋다고 상대의 손을 너무 꽉 잡는 것도 모르는 것처럼.
 
한 영화와 관련한 조사를 보니 미치도록 사랑하는 사람을 잡기 위해서는 최면이라도 걸고 싶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사랑을 쟁취하고 싶은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렇게 맺은 사랑이 결혼이라는 현실 속에서 상처받지 않고 잘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사랑 따로, 결혼 따로의 진실하지 않은 연애를 하라는 말이 아니다. 상대의 옆에 딱 붙어 앉아 그 체취에 젖어 이성을 잃기보다는 마주 앉아 상대가 나의 말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무엇에 눈길이 머무는지 확인해보라는 뜻이다. 그의 겉모습에 취해 있기보다는 그 마음속으로 한걸음 더 들어가라.
 
올림픽 탁구 결승전에서 유승민 선수에게 큰 점수차로 밀리던 왕하오 선수가 기사회생, 한 세트를 땄던 기억이 난다. 유 선수가 극도의 긴장감으로 실수를 연발하는 사이 왕 선수는 오히려 마음을 비우니 차분하게 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스포츠와는 좀 다르지만, 사랑 또한 상대에게서 좀 떨어져 차분하게 생각해보고, 두 사람을 객관화시킨다면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미칠 듯이 사랑하는 연인보다는 친구같이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사랑을 엮어가는 연인들이 더 아름답게, 더 오래 사랑할 수 있다.
 
미국 작가 아머카츠는 이런 말을 했다.
현명한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과는 침대로 가지만, 좋은 친구와는 결혼한다.”
당신의 사랑은 물론 아름답다. 하지만 그 사랑과 함께 우정도 쌓아 간다면 더욱 아름다워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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