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야기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 현) 웨딩TV 대표이사
  • 전) 우송 정보 대학 웨딩이벤트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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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싶으면 지갑열라]

글쓴이: 선우  |  등록일: 02.17.2010 18:50:24  |  조회수: 5153
유치원 교사인 스물다섯살의 P양은 귀여운 외모에 상냥한 언행으로 남성들에게 인기가 높은 ‘퀸카’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두달 이상 만나는 남자가 없을 정도로 청춘사업에서는 늘 고배를 들었다. 그 이유는 바로 P양이 정한 데이트 코스 때문이었다.

특급호텔의 프랑스 식당에서 식사를 한 뒤 전망 좋은 바에서 칵테일 한잔, 그렇게 두세 시간을 보내도록 P양은 지갑을 열 줄 몰랐다. 신세대이면서도 ‘여자가 돈을 내면 남자가 자존심 상해한다’는 고루한 생각을 한 것이다. 세상이 많이 변해 이제는 데이트 비용은 물론이고 결혼 비용도 7대3, 많게는 6대4 정도로 여자의 부담이 늘어났다. P양이야 몰라서 그랬다지만 아직도 당연히 남자가 돈을 내는 것으로 생각하는 여성이 적지 않다.

이제 여성들도 사회활동을 통해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췄다. 현명한 여성이라면 상대의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줄 줄도 알아야 한다. 돈을 많이 쓰라는 게 아니라 서로 부담이 안되는 데이트 코스를 선택한다거나 일정 부분을 자신이 부담하라는 것이다. 내가 변변한 직업도 돈도 없던 총각 시절에 소개받았던 여성이 내 주머니 사정을 눈치채고는 기분 상하지 않게 이유를 대서 저녁을 산 적이 있다. 얼마 안 가서 헤어지기는 했지만 그 센스 있는 여성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남성 중에도 돈을 아끼려고 해서가 아니라 여자의 마음을 잘 몰라 괜한 오해를 사는 경우가 있다. L씨가 바로 그런 경우인데, 업무상 외근이 많은 그는 시내 구석구석의 맛있는 음식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여자를 만날 때마다 자랑 삼아 맛집에 데려가곤 했는데, 여자의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그 맛집이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이 아니라 순대국밥집이나 족발집이었던 것이다.

서로 익숙해지고 속내를 안 다음에야 별 문제될 것이 없지만 좋은 모습, 좋은 인상을 남겨 가까워져야 하는 단계에서 이런 태도는 자칫 상대로 하여금 자신이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값비싼 곳만 좋아하는 허영심 많은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여자는 남자를 만날 때 ‘여왕 대접’을 받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이런 여자의 섬세한 마음을 헤아려 간식을 먹더라도 분위기가 괜찮은 곳을 찾거나 10번 중 한두 번 정도는 멋진 식사로 좋은 추억을 만들 줄도 알아야 한다. 상대의 경제사정을 고려해 때로는 시장의 먹자골목도 마다하지 않고 때로는 큰맘 먹고 지갑을 열 수 있는 여유,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은 분명 사랑에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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