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야기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 현) 웨딩TV 대표이사
- 전) 우송 정보 대학 웨딩이벤트학과 겸임교수
AB형 남자는 절대 사절이라는 한 여성회원이 있었다.
성격 까다로운 아버지가 AB형이라 어머니가 딸도 고생할까봐 AB형 남자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꼼꼼하게 잘 챙겨주는 자상한 A형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다. 그런데 이 남자는 원래 AB형인 자신의 혈액형을 A형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
대한민국 사람들, 헌혈차는 피해도 혈액형에는 관심이 크다. 이성상을 제시할 때 "이런 사람이 좋다. 저런 사람이 싫다"고 하는 말 중에 혈액형은 단골 레퍼토리다. 물론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만나본 여자들 중 B형이 제일 나은 것 같다. A형은 소심해서 싫더라 등...그동안 만나본 소수의 사람들을 파악해서 내린 결론이니, 이 정도면 분석의 대가가 아닌가?
한 B형 남성이 소개팅에 살구색 옷을 입고 나갔다. 상대 여성은 그 촌스러움에 놀라며 혈액형이 B형이라고 하니 '역시나...' 생각했다. 알고 보니 이 남성은 주선자가 첫 만남에는 밝은 색 옷을 입고 가라고 해서 특이한 생상을 고른 것이었다. 이 케이스는 혈액형이 문제가 아니라 칼라에 둔감한 남자와 칼라에 민감한 여자가 서로 맞지 않았다.
이처럼 요즘 사람들은 상대에 대한 막연했던 느낌을 혈액형으로 몰고 가는 경향이 있다. 뭔지 모르지만, 마음에 안들었는데, 혈액형에 대한 판단으로 결정타를 날리는 것이다.
사람마다 다혈질적인 면, 소심한 면, 이기적인 면, 적극적인 면, 이런 다양한 성향이 잠재되어 있다. 그 중 두드러져 보이는 특정성향을 혈액형과 결부시킨다. B형이라고 하니까 B형 같아 보이는 것이다.
'이현령, 비현령' 같은 혈액형의 함정에 빠져 사람을 판단한다는 것은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A형을 기피한다. B형을 기피한다. 이러면 결국 대한민국 여성, 혹은 남성의 절반을 만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조사가 있다. (주)선우에서 결혼한 결혼쌍 2만명을 혈액형별로 분석해보니, A형이 가장 많고, AB형이 가장 적은 전체 혈액형 분포와 비슷하게 어떤 혈액형이든 A형과의 결혼이 가장 많고, AB형과의 결혼이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궁합지수가 가장 낮다는 A형 여성과 B형 남성의 경우를 보자. 결혼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이들의 결혼은 전체의 25.5%였다. 반대로 궁합지수가 가장 높다는 A형 여성과 O형 남성의 결혼은 28.6%로 나타났다.
궁합지수가 높건, 낮건, 결혼쌍의 비율은 비슷했다. 이 결과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특별히 두드러진 혈액형 간 결합은 없다는 것, 즉 혈액형 궁합은 없다는 것이다.
혈액형은 결혼 전에 갖는 선입견 중 하나다. 하지만 살다 보면 이런 것들은 무의미해진다. 나 역시 아내의 혈액형을 잘 잊어버린다.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와 잘 맞는 상대를 찾기 위해 혈액형까지 따지는 그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선호 혈액형을 찾으려는 노력을 만남의 틀을 깨고 더 많은 상대를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에 쏟는 것은 어떨까? 행복한 만남과 결혼의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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