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야기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 현) 웨딩TV 대표이사
- 전) 우송 정보 대학 웨딩이벤트학과 겸임교수
저출산은 우리 사회의 화두 중 하나다. 가임여성이 2.1명은 낳아야 세대가 보존되지만 한국의 출산율은 1.19명에 불과하다. 이는 ‘초고령 사회’라는 문제와 직결된다.
저출산을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와 연결해 보는 시각도 많다. 하지만 결혼한 여자는 전업주부건 취업주부건 평균 1.8명 정도의 자녀를 낳는다는 통계로 볼 때 이 같은 견해가 꼭 옳지만은 않다. 그보다는 결혼을 안 하거나 늦게 하는 풍조가 출산율 저하의 가장 큰 원인인 것이다.
지난 10여 년간의 저출산 추세는 가족계획 운동의 결과가 아니라 우리의 의식구조가 변한 탓이다. 능력만 있으면 결혼을 안 해도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인식이 불과 몇 년 사이에 빠른 속도로 확산되다 보니 그에 대한 데이터가 충분치 않으며 건전한 독신문화도 아직은 형성되어 있지 못하다. 독신 풍조와 함께 남자의 초혼 연령이 30세를 훌쩍 넘는 등 만혼층도 점점 두꺼워지고 있다.
얼마 전 싱가포르 정부는 한국을 비롯한 외국의 결혼정보회사 대표들을 정부 주최의 결혼사업 관련 세미나에 초청한 적이 있다. 저출산은 현대 사회가 직면한 ‘새로운 사회 위기’인 것이다.
결혼을 안 하거나 늦게 하는 것이 사회적인 성취를 위한 선택이거나 독신을 즐기는 개인적인 취향인 경우도 있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결혼을 미루고 있다. 우리는 후자에 주목해야 한다.
왜 결혼이 늦어지는가? 가장 큰 원인은 결혼비용 부담이다. 1억 원이 넘는 엄청난 결혼비용과 혼수 등 비합리적인 결혼문화가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단칸방에서라도 신혼살림을 시작하고 싶어도 빠른 집값 상승이 그것마저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이 와중에도 결혼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은 부모의 지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는 자녀를 위해 무조건 희생하지 않겠다’는 부모 세대의 의식 변화, 청년실업 증가에 따른 자녀 세대의 경제력 약화 등으로 결혼하기가 갈수록 더 힘들어지고 있다.
이렇게 원인을 분석하고 보면 독신 풍조의 해법은 간단하다. 결혼하는 것이 쉬워지면 된다. 해법은 국가별로 다른데, 싱가포르는 저출산이 결혼을 안 하는 풍조에서 비롯되었다는 인식에서 결혼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하는 남녀에게 회비 일부를 지원해 주고, 정부 산하에 전담 부서를 두어 회사에 대해서는 세금 감면 등 지원을 해 주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외국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수시로 많은 기업을 방문하고 있다.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는 ‘1·2·3운동’을 펴고 있다. ‘결혼 후 1년 안에 임신해서 2명의 자녀를 30세 이전에 낳아 잘 기르자’는 취지다.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구호가 아니라 결혼지원 정책이다. 돈이 없어 결혼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결혼자금을 저리로 빌려 준다거나 임대아파트 입주 혜택을 주는 등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 주어야 하며, 결혼할 상대가 없는 사람에게는 배우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정부에서 한때 결혼지원법 제정을 검토한 적이 있다. 이제 저출산을 독신·만혼 풍조와 연결시켜 보기 시작한 것 같다. 법은 현실을 고려해서 제대로 만들어져야 한다. 결혼은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에 정책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 ‘결혼해야 한다’고 강요할 수도 없다. ‘결혼하는 게 더 좋다’고 설득해야 한다.
이제는 국가와 사회가 젊은이들의 중매를 서야 하는 때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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