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야기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 현) 웨딩TV 대표이사
- 전) 우송 정보 대학 웨딩이벤트학과 겸임교수
주부 K씨는 감기기운이 있어 몸이 불편한데, 남편을 기다리는 마음은 더 불편하다. 평소대로라면 남편은 “뭘 그 정도 갖고 그러냐?”고 대수롭지 않아 할 것이다.
늘 그랬다. 가난한 환경에서 자라 자수성가해서 사업가로 성공한 남편은 본인이 병원에 잘 안가기 때문에 남들이 아픈 걸 잘 이해못한다.
음악을 좋아하는 K씨는 결혼 전 공연을 자주 보러 다녔는데, 결혼 5년 동안 공연은커녕 CD 한 장 산 적이 없다. “라디오 들으면 될 걸 왜 쓸데없는 데 돈을 쓰느냐?”는 남편 잔소리 때문이다.
연애할 때는 그의 강한 생활력이 믿음직스러웠다. 평범한 가정에서 별 어려움 없이 자란 K씨로서는 남편만 믿으면 두려울 게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K씨는 예금액이 많지만 마음대로 쓸 수 없는 통장보다 음악회 티켓이 더 절실하다.
학벌·인물·배경은 별개가 아닌 '환경'
K씨는 돈 많은 남자보다 자신의 감수성을 배려해주는 남자를 만나야 했다. 돈이 없으면 더러는 불행해지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돈이 있다고 행복해지는 건 아니다.
남편이 음악을 좋아하진 않아도 취미생활을 이해해주었다면 K씨는 이렇게 외롭지 않았을 것이다. 성공지향적인 남자는 돈만 벌어다 주면 할 일 다 한 줄 안다. 자신이 바라는 결혼생활이 물질적으로 풍족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었다면 애초에 그런 남자를 선택하지 않았어야 했다.
흔히 좋은 배우자의 조건을 학벌, 인물, 배경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이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에 인물이 좀 딸리면 학벌과 배경이 좋은 사람, 혹은 학벌과 인물이 안좋으면 배경이 좋은 사람을 택하곤 했다.
하지만 학벌, 인물, 배경이란 것이 별개의 기준으로 나뉠 수 없고, 이 조건들이 개개인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결정하는 바탕이 된다. 어떤 부모 밑에서 성장했는가, 가정 분위기는 원만했는가? 그 사람은 공부를 잘했는가? 인물이 좋은가? 이에 대한 대답들이 바로 환경이다.
원만한 남녀관계는 경험의 공감대가 기본
가난한 집에서 어렵게 자란 사람들은 돈 문제에 빈틈없고, 생활의 여유로움을 누리기 힘들다. 상처가 많은 사람은 파란 하늘을 보고 웃을 줄 모르는 것처럼. 물론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상처를 받게 되고, 이를 극복하며 성장한다.
하지만 상처의 원인이 살아가는 과정에 있는 것과 ‘환경’ 자체에 있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삶을 통해 상처받은 사람은 그 상처를 건강하게 치유하면서 전보다 더 강하고 여유로운 사람이 되지만, ‘환경’ 자체로 상처받은 사람은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
남녀관계가 원만하게 형성되어 이어지려면 경험의 공감대가 중요하다. 비슷한 범주의 경험을 하였거나 그런 경험을 보거나 들어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끼리 얘기가 잘 통한다. 그렇다고 가난하게 자랐거나 부유하게 자란 사람들끼리 결혼하라는 것이 아니다.
배우자를 선택하려면 내가 결혼해서 하고 싶은 일들, 가꿔가고 싶은 가정생활을 함께 해나갈 수 있는 사람인지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경험, 혹은 환경이 비슷한 사람일수록 좋고, 환경이 다르면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 긍정적인 사람을 만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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