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이 너무 길면 서운함이 쌓인다.
의사인 남성과 평범한 직장여성이 연애를 했다. 남성은 학벌, 집안, 인물이 두루 좋은 그야말로 일등 신랑감, 그에 비해 여성은 학벌은 물론 집안 형편도 무척 어려웠다. 세상은 두 사람의 진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기우는 연애다, 돈을 보고 만나는 거다, 남자가 어디 이상한 거 아니냐, 는 등 말이 많았다.
급기야 두 사람의 교제 사실을 알게 된 남성 쪽 부모는 심하게 반대를 했다. 드.라.마에나 나오는 것처럼 여자 쪽에 돈 봉투를 내밀기도 하고, 아들의 맞선 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피 말리는 시간이 계속되었고, 금방 헤어질 줄 알았던 두 사람은 그렇게 5년을 만났다. 아들의 의지를 꺾지 못했던 부모는 결국 결혼을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결정적인 이유는 여성이 임신을 했기 때문이다.
허락이 떨어지면 다 해결될 줄 알았다. 하지만 새로운 문제가 불거졌다. 5년 동안 마음고생이 컸던 건 여성 부모도 마찬가지. 그러다 보니 감정이 상해있었다.
상견례 자리에서였다. 남자 부모를 보자 서운함과 서러움이 폭발한 여성의 아버지는 술을 과하게 마시고는 그동안 참았던 말들을 쏟아냈다. 술김이라 얼굴 붉힐만한 말은 물론 욕설도 하게 되었다.
그 후에도 여성 쪽에서 여러 말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결혼할 때 강남 어디에 몇평짜리 아파트를 사달라, 차는 어떤 걸 사달라, 요구사항이 많았다. 여성이 임신을 해서 배는 점점 불러오는데, 서로 의견이 맞지 않으니 결혼식 날짜조차 잡지 못했다.
두 가족이 화합하는 데는 5년도 부족했던 것일까? 너무 힘들었던 지난 날의 상처가 곪아서 터지고 만 것이다. 허락만 해주면 열 번, 백번이라도 고마워할 것 같았는데, 허락을 받고 나니 ‘진작 받아주면 더 좋았을걸..’ 하는 마음이 든 것이다. 기다림이 너무 길어지면 서운함이 쌓이는 법이니까.
너무 오래 애태우면 상처가 깊어진다.
직장 동료였는데, 남성이 몇 년 동안 쫓아다닌 끝에 결혼한 커플이 있었다. 여성은 다른 회사에서 스카웃되어 남성의 상사로 온 상황이었고, 여러 모로 보나 여성의 상대로는 부족했다.
하지만 남성은 여성에 대한 마음을 끝내 접지 못했고, ‘이러다 사람 잡겠다’는 생각을 한 여성은 결국 남성의 프러포즈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의 한결같은 마음을 안 여성은 비록 그를 많이 사랑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사랑을 믿고 미래를 함께 하기로 한 것이다.
여성은 자신을 끔찍이도 사랑하는 남성과 결혼했고, 남성은 그렇게도 사랑하는 여성과 결혼했으니 당연히 두 사람의 결혼생활은 행복할 것 같았다.
하지만 남성은 여성을 오랫동안 쫓아다니면서 지쳐있었고, 자신의 사랑이 더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 여성에 대한 열등감이 커져있는 상태였다. 그는 아내의 말과 행동에 신경을 썼고, 그로 인해 마음이 상하기도 했다.
아내가 우울한 내색을 하면 “왜?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랑 사는 게 힘들어?”라고 한다거나 월급날만 되면 “미안해.. 당신보다 많이 못벌어다줘서..”라며 자책을 하는 등 아내는 물론 자신에게도 상처를 주는 언행을 서슴치 않았다.
사실 아내는 한결같이 사랑해주는 남편에게 점점 마음을 열고 있었는데, 남편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자신이 해바라기 같이 바라만 보는 처량한 신세라고 생각했다. 아내를 기다리고 짝사랑하면서 많이 상처받고, 마음을 닫아버린 것이다.
상처 없이 사랑하는 게 최선
기다림이 길어지면, 사랑이 너무 크면 알게 모르게 상처도 많이 쌓인다. 상처라는 건 치유가 필요하고, 그러다 보면 상처를 준 상대에게 어떤 보상을 원하는 경우도 생긴다. 몇 년을 기다리게 한 부모가 결혼을 허락하면 처음에는 그저 고맙다가 ‘결국 허락할 바에야 진작 해
주지..’ 하는 마음이 생기고, 몇 년을 애태우게 한 상대에게 ‘너도 나처럼 고생 해봐라..’ 하는 마음이 생긴다. 우리는 신이 아닌 인간이기 때문이다.
마음을 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가능하면 서로 상처 없이 사랑하고, 결혼하는 게 최선이다. 지금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라. 어떤 선택이든 상처가 깊어지기 전에 빨리 하라. 상처 없이 사랑하는 게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