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그 시대의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중매를 하다 보면 사람들의 가치관을 잘 알 수가 있다.
특히 결혼정보회사는 개개인의 이성상이 반영되다 보니 웃지 못할 일들이 종종 발생한다.
그 중에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까다롭거나 납득이 안가는 경우도 있지만,
이혼이 많은 시대를 살다 보면 결혼에 대한 신중함으로 이해하게 된다.
또한 배우자 선택문화에서 존재하는 현상 중 하나일 수도 있다고 본다.
이런 일도 있었다.
경찰관으로 근무하는 남성에게 여성을 소개했는데, 미팅 후에 남성이 여성을 경찰에 신고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연인즉, 여성은 자신의 키를 160cm라고 소개했는데, 만나고 보니 155cm였다고 한다.
화가 난 남성은 여성이 거짓말을 했다면서 경찰서에 사기죄로 신고를 했다는 것이다.
신고를 해도 경찰서에서 출동을 하지 않자. 급기야 남성이 여성을 데리고 직접 경찰서에 갔다.
이 일은 경찰서에서 남성을 설득하고 여성의 사과로 마무리가 되었다.
그냥 들으면 키 몇cm 차이 난다고 경찰서에 신고를 하나, 싶기도 하지만, 개개인에 따라 특히 중요한 부분이 있고, 그 남성에게는 키가 중요했던 것 같다. 그렇더라도 일반적으로는 마음에 안드니까 한번 만나고 그냥 정리할 수도 있는데, 굳이 상황을 그렇게 크게 만든 것은 남성 입장에서는 직업이 경찰관이고, 그래서 본인의 지위를 과시하고 싶었던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
흔히 중매를 ‘잘하면 술이 석잔, 못하면 뺨이 석대’라고들 한다.
결혼정보회사에서는 술 석잔, 뺨 석대 중에 어느 쪽이 더 많을까? 안타깝게도 뺨 석대다.
남녀의 이성상을 맞춰주는 것은 고도의 심리적인 분야이다.
나도 아닌 남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준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
중매의 경우, 상대를 처음부터 마음에 들어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더 나은 상대가 있을 것 같고, 상대보다 내가 낫다고 생각하는 게 다반사다.
혹 다른 조건이 좋으면 한두가지 마음에 안들어도 이해하게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하나 하나가 다 눈에 거슬린다.
앞의 경찰관도 아마 여성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 키가 작은 것에 더 화가 났을 수도 있다.
키 얘기가 나와서 몇마디 더 할까 한다.
배우자를 만나는 데는 크게 수평적 조건과 수직적 조건의 2가지 조건이 작용한다.
수평적 조건은 종교, 키, 거주지 등이고, 수직적 조건은 직업, 학력, 경제력 등이다.
그런데 수평적 조건은 사회에서 통용되는 기준이 있어서 높다/낮다, 많다/적다 등을 판단할 수 있다.
반면, 수직적 조건은 그야말로 개인의 취향이라서 객관화시키기 힘들고,
그래서 경찰관의 경우처럼 중매를 둘러싼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키를 중요시하는 쪽은 주로 여성들이다.
남성이 여성보다 커야 한다는 신체적인 조건은 여전히 배우자 선택에서 유의미한 불문율이다.
그래서 키가 작은 남성은 능력을 우선시하는 여성에게 소개하는 식으로 개인이 가진 장점을 어필하는 게 최선이다.
가끔은 본인 키가 커서 오히려 키가 작은 남성을 원하는 여성들도 있다.
여성의 경우는 키가 작은 것을 아담하다고 보는 남성들도 있고,
여성의 키가 작으면 상대적으로 남성의 키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어서 만남이 잘 되기도 한다.
단점인 것 같지만, 남녀만남에서는 장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남녀 만남은 참 오묘하다. 99명이 안된다고 해도 어울리는 1명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경찰관이 경찰서에 신고한 일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배우자를 선택하는 개개인의 취향이 이렇게도 다양하고, 또 때로는 절실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그래서 회원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 기울여서 마음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계기가 되었으니 전화위복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